[환율 전쟁] 출구 안보이는 아베의 '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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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 각국에서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영란은행은 0.25%로 내렸다. 중국은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머니S>는 이들 나라들의 통화정책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또 한차례 미뤄지면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일본경제 살리기 핵심인 ‘엔저’ 정책에 또 제동이 걸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과감히 꺼낸 추가 양적완화 카드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듯했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돈 풀기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미국의 금리동결로 엔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오는 12월 한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아베노믹스는 엔저를 실현하기에 역부족인 모양새다. 일본은행이 엔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장에서는 엔저 실현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사진=뉴스1 송은석 기자
/사진=뉴스1 송은석 기자

◆또 한번 꺼낸 추가 양적완화

일본은행이 장·단기 금리격차를 유지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21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금리를 현재 수준인 -0.1%로 동결하고 앞으로 장기금리를 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시장에서 마이너스(-0.03%)에 머문 10년물 국채금리를 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내린 처방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월 단행한 마이너스금리정책과 연간 80조엔 국채 매입 규모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기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달성시기를 없애고 물가상승률이 2%가 넘을 때까지 완화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와 물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틀을 갖춘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효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으로 엔/달러 환율은 상승했고 증시도 랠리를 보였다. 이번 조치는 금리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진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처방이다. 하지만 통화완화이며 추가적인 돈 풀기 정책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장은 과거에 비해 정책 여지가 축소된 상황에서 내린 조치인 만큼 한계에 차츰 근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9월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정책의 효력을 삼켜버렸다. 달러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선 것.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로 나타난 엔화 약세는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단 하루도 못 버틴 ‘엔화약세’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9월21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6% 하락한 95.56을 나타냈다. 앞서 달러화가치는 금리인상 기대감을 반영하며 약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금리동결 결정에 힘없이 고꾸라졌다. 반대로 일본 엔화는 큰 폭의 강세로 전환됐다.

도쿄 외환시장이 ‘추분의 날’을 맞아 휴장한 지난 9월22일 싱가포르에서 장중 엔/달러 환율은 100.30엔을 기록했다. 지난 8월26일 이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엔화는 달러화 외에 유로화, 뉴질랜드달러화, 파운드화 등 다른 통화 대비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금리동결 결정 전까지 상승세를 나타낸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미국의 금융정보회사 팩트셋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 결과 발표 직후 102.5엔을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동결 이후 강세로 돌아서며 100엔대로 떨어졌다. 마켓와치는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가 일본경기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효과 장담할 수 없는 통화정책

앞서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지난 7개월여 동안 꾸준히 이어진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엔화 강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금리를 동결했고 아베노믹스의 엔저정책은 발목을 잡혔다.

일본은행이 무제한으로 통화를 푸는 양적완화정책을 펼치면서 엔화가치는 2012년 말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30%가량 떨어졌다. 올 1월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금리를 내렸지만 엔화가치는 올해에만 20%가량 더 뛰었다. 일본은행이 엔화가치를 내리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발표한 추가 양적완화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과거의 통화완화조치처럼 엔화 약세를 이끌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장·단기 금리격차를 인위적으로 벌린 것도 또 다른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21일 엔/달러 환율은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가 2%에 달했다”며 “일본은행의 새로운 결정이 엔화가치를 더 낮추는 역할을 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엔화강세, 연말까지 이어질 듯

실제로 일본의 엔화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내부의 상황을 보더라도 엔화 강세의 여지가 다분하다. 일본의 경제전문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리 봐도 현재 엔고압력이 강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엔고 리스크가 커 일본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일본은 올해 성장률이 0.6%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실물경제 측면에서 미약한 회복 기대감이 높아 오히려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엔화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는 12월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연말쯤 엔화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대형이벤트가 있어 금리인상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혼란 리스크를 피하는 게 상식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12월 미국의 금리인상 후에야 엔화 약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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