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샐러리맨 보고서] 넥타이에서 청바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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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1988>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tvN이 방영한 20부작 TV드라마다. 우리나라의 1988년부터 1994년 사이 시대적 배경을 담았을 뿐이지만 마지막편의 시청률은 무려 18.8%(닐슨코리아 기준)에 달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골목에 산 평범한 다섯가족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이다. 주인공 덕선을 비롯해 택, 정환, 선우, 동룡 등 당시 고등학생이던 친구들이 성장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이들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현재 사회의 주축으로 자리한 40대에게 공감을 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드라마 속 배경이 된 1988년.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단연 ‘서울올림픽’이다. 마스코트 호돌이와 잠실 주경기장을 가로지른 굴렁쇠소년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사건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큰 성장기를 맞았다. 올림픽이 경제부흥의 계기로 작용했고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알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삶의 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부터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최저임금은 1그룹(식료품·의류·전기기기 등 12개 업종) 462.5원, 2그룹(음료·담배·인쇄·화학 등 16개 업종) 487.5원이었다. 이듬해인 1989년엔 그룹 구분 없이 600원으로 인상됐다. 일급으로 치면 4800원.

이후 꾸준히 최저임금이 오르다가 경제위기를 맞으며 성장세가 꺾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1999년엔 인상률이 2.7%에 그쳤다.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40원 오른 1525원. 그러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인상률이 16.6%로 1865원이 됐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이며 일급(8시간 기준)으론 4만8240원이다. 28년 동안 13배 올랐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최저수준을 보장한 것이어서 상당수 근로자의 실제 급여와는 차이가 있지만 기준금액이 물가 등 여러 경제적·사회적 요소를 반영하는 만큼 의미가 있다.

샐러리맨? 직장인? 봉급생활자?

샐러리맨(salaryman)이라는 표현은 일본식 영어다. 민간기업에 근무하며 양복에 넥타이 차림을 한 지식노동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우리나라도 예전부터 쓴 말이었지만 요즘은 직장인, 회사원, 봉급생활자, 급여생활자 등으로 순화해 사용한다. 영어식 표현은 오피스 워커(office worker), 조금 낮은 표현으로 ‘월급쟁이’가 있다. 의미는 모두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직장인, 급여생활자 등은 일정한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지만 범위를 좁히면 화이트칼라 직무 종사자를 의미한다. 또 예전엔 직장인이라는 분류에서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과 임원이 제외되는 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엔 이들조차 회사에 소속돼 일정한 급여를 받는 경우가 늘어 넓은 의미에서 포함하기도 한다.
나아가 샐러던트(saladent)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학생인 사람을 뜻한다. 단지 회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며 스스로의 가치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고용이 불안해진 만큼 언제든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고육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IMF 이후… L자형 저성장·고령화·임시직

#.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지만 이를 소재로 다룬 웹툰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에선 바둑의 특성을 절묘하게 직장인의 삶에 빗대 많은 이의 공감을 샀고 만화책과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잘 묘사한 덕에 이를 본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위로받았다. 회사라는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자리한 주인공 장그래가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를 잡고 간신히 버티는 모습은 슬픈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평이다.

1998년은 수많은 직장인에게 시련의 시기였다.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던 한국경제가 한방에 주저앉았다. 1991년 10.4%대 경제성장률(GDP기준)을 보였지만 1998년엔 -5.5%로 후퇴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민의 마음이 한데 모인 덕에 1999년 11.3% 성장을 이뤘지만 이후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지금까지 3.0% 부근의 낮은 성장세가 이어졌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때다.

당시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여러 경제연구소에선 오랜 시간 성장이 멈춘 일본의 사례를 자주 언급했고 ‘L’자형 저성장곡선을 우려했다. 기업도 경영환경과 전망이 나빠짐에 따라 비상경영을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레 노사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실업과 물가에 관심이 늘어난 배경이다.

고용이 불안정해지자 2004년 퇴직연금제가 도입되고 직장인들이 펀드에 가입하는 등 일을 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2009년부터는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령화·저출산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

1980년대엔 당장 먹고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을 했다. 하지만 절대빈곤이 해소된 요즘은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모양새다. 이런 변화는 통계청의 분석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양과 질 모두를 챙기는 상황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산층이 무너지며 소비 양극화를 불러온 일본의 사례를 잘 연구해야 한다”며 “공교육을 늘려 교육과 그에 따른 부의 세습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션 트렌드는 경제 트렌드

앞서 꺼낸 어렵고 지루한 얘기들을 패션과 접목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회사는 정장을 입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릴 만큼 경직된 조직문화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겪고 외국자본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기업문화도 바뀌었다. 효율성을 강조하자 점차 직원의 패션도 달라졌다. 미국과 일본기업이 복장자율화를 시도했고 우리나라 기업도 넥타이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에 이른다.

날씨가 더워지고 전력예비율이 낮아지자 2008년 정부는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조치를 발표했다. 건물 냉난방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업은 결국 ‘쿨비즈룩’을 권했다. 공식 유니폼처럼 획일화된 스타일에서 조금씩 합리적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패션업계에선 비즈니스 캐주얼을 바탕으로 멋을 부릴 수 있도록 각종 코디법을 제안했고 남성의류와 화장품시장까지 덩달아 성장했다. 면바지와 셔츠에 맞춰 재킷을 아이템화하는 코디가 일반적이고 최근엔 청바지를 허용하는 곳이 늘면서 직장 내 패션에도 컬러가 입혀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08년을 기점으로 정장과 캐주얼의 역전현상이 벌어졌다”며 “특히 남성을 겨냥한 시장이 열려 패션과 뷰티업계가 관련상품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도 달라졌다. 1970~1980년대 유행하던 딱딱한 하드케이스에서 각진 가죽가방을 넘어 최근엔 고기능성 섬유로 만든 제품이 인기를 끈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비즈니스 캐주얼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갖춰서다.

소재 외에 형태도 유행이 바뀌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손에서 놓지 않는 현대인에게 백팩은 두손에 자유를 주는 고마운 존재다.

2004년부터는 주5일 근무제도가 시행되면서 주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관심이 모였고 관련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출퇴근 복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기능성 의류가 비즈니스 캐주얼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직장인이 몰고 다니는 자동차도 달라졌다. 예전엔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상사보다 작고 평범한 차를 샀지만 요샌 스포츠카나 수입차도 거리낌 없이 몰고 다닌다. 또 아웃도어 라이프가 늘어나며 곱상한 세단보다 덩치 큰 SUV가 인기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자동차회사도 투박하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의 SUV를 내놓으며 직장인의 지갑을 공략한다.

최근엔 주4일제를 도입해 시행하는 곳도 생겼다. 여가와 개인생활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해진 데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챙김으로써 업무효율이 증가한다고 본 것이다. 마케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라진 직장문화에 맞추려면 어떤 분야든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영역이라 여긴 심리치료부터 그룹 내 목표설정까지 트렌드를 따라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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