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인구절벽] '절벽'에 선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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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며 청년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청년은 세금을 납부해 노인인구를 부양하는 동시에 미래의 청년이 될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청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사회가 이들에게 붙인 이름은 ‘생산가능인구’다. 4명의 청년을 만나 인구절벽과 청년문제를 다루는 담론들, 그 속에서 느끼는 그들의 진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회 참석자>
▷임경지: 29세.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최기원: 35세. 알바노조 대변인
▷문준희: 25세. 취업준비
▷오창희: 34세. 출판사(꿈결) 대리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이른바 ‘N포세대’가 인구절벽을 가속화하는 것 같다. 무엇이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나.

▶오창희(이하 오) = 결혼을 앞둔 사람으로서 집을 구하는 게 가장 문제다. 일단 행복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올라오셨을 때 사랑방으로 내드릴 수 있는 집을 찾다 보니 15평에 방 2개가 있는 집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 도심은 어려울 것 같아 외곽 쪽에 집을 구할 계획이다. 목돈이 없어 빚을 내서 보증금을 마련할 예정인데 월 임대료와 이자를 합해 수입의 30% 정도가 지출될 것 같다. 대학시절부터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씀씀이를 줄이고 사는 데 익숙해졌다.

▶문준희(이하 문) = 나도 주거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청년 주거문제는 취업문제로 이어진다. 취업준비도 시간이 있는 사람이 한다. 나는 대학생활 내내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취업준비는 인턴뿐이었다. 30만원이나마 월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밥값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방값을 내기 위해 주말에 또 알바를 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취업한 회사의 고용의 질이 좋을 리 없다. 결혼과 출산보다 먹고사는 게 우선순위가 된다.

▶최기원(이하 최) = 인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영세한 업계에서는 도제관계가 만연해 ‘내 밑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말이 배우는 것이지 사실상 노동하는 것인데 최저임금 수준도 안된다.

 

오창희 출판사(꿈결) 대리. /사진=임한별 기자
오창희 출판사(꿈결) 대리. /사진=임한별 기자

◆세대갈등으로 비화된 ‘정책 오류’

- 복지예산이 노인복지에 집중되고 중장년층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해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오 =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신혼부부 전형 지원자가 많지 않은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 선정되지 않더라. 신혼부부를 위한 공급물량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경지(이하 임) = 노년층에게 복지를 빼앗겼다기보다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공임대주택을 예로 들면 신혼부부 위주로 공급되는 청년공공주택의 경우 대부분 외곽지역에 있다.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힘들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다. 임대주택을 도심에 두고 외곽에 중산층 이상을 위한 고급주택을 짓는다. 1인가구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원룸의 경우 공실이 생긴다. 하지만 대학교와 먼 지역이어서 갓 성인이 돼 처음 독립하는 대학생으로선 위험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돈이 더 들더라도 학교 근처에서 방을 구하려고 한다.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정책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최 = 고용시장에서 청년이 마주한 문제들은 인구절벽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저성장국면으로 접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청년만의 문제로 볼 수도 없다. 현재 50대와 60대도 알바시장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결국 정책 패러다임의 문제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바라는 시스템이 단순히 거쳐 가는 삶이라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대한민국에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 사회가 청년층에게 야박한 것은 사실이다. 전 직장에서 중년 직원들과 청년수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돌도 씹어먹을 나이에 무슨 지원이냐’는 말이 나와 당황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노동의 가치 저평가 등 청년고충에 대한 중장년층의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양질의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동의 가치평가의 문제라고 본다.

◆국민연금 튼튼해야 세대갈등 풀린다

-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부문에서 젊은이의 부양의무가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 = 인구절벽과 관련해서는 여러 면에서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 과정에서 연기금을 정책비용에 동원하다 보니 더 기형적으로 가는 느낌이다.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공적연금을 따로 손보기보다는 긴축정책을 통해 최대한 오래 연금이 유지되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자 국민연금이 지역가입으로 바뀌어서 고지서가 날아오더라. 그때 처음 정확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장기적인 저축계획과 소득계획이 없으면 내기 싫은 게 당연하겠구나 싶었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는 앞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과도히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금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등 세대간·세대내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국민연금을 튼튼히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대갈등을 풀 수 있는 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인구절벽으로 발생하는 청년 주거난의 배경에는 부동산 임대수익에 노후의 전부를 건 임대인들이 있다. 공적연금을 튼튼히 해 이들에게 부동산에 노후를 걸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사진=임한별 기자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사진=임한별 기자

▶최 =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도 생각해야 한다. 연금은 적립식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내는 것이 중요한데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청년들은 납부시기가 늦어져 수령액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알바생도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사업장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청년들은 당장 몇만원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연금납부를 못하는 실정이다.

▶문 = 부양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기성세대와 다가올 미래세대가 서로 논의해 바꿔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청년층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결정이니 만큼 청년층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문준희 취업준비생. /사진=임한별 기자
문준희 취업준비생. /사진=임한별 기자

◆일자리 배분에 청년층 의견 반영돼야

- 인구절벽 속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최 = 사실 인구절벽이란 말에 우리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구절벽 담론에서는 청년을 ‘생산인구’, 유년층을 ‘잠재적 생산인구’라고 표현한다. 청년과 유년의 사회적 부양에 방점이 찍힌 말이다. 입대할 사람이 없다면 국방의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그 공간에 매어둘 것인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성장 국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하는 게 청년들에게 더 와 닿지 않을까 싶다. 한정된 일자리를 어떻게 배분할까에 우리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다.

▶임 = 인구절벽은 현실이다. 변화된 현실에서 청년의 주거나 취업 등의 어려움을 단지 임시적인 것으로 여기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인구절벽 앞에서 청년층에 드리운 가장 큰문제는 사회적 관계망의 상실이다. 저출산이나 연금고갈 등의 문제보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세심히 들여다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문 = 최근 친구들과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얘기한 적이 있다. 15~20년 일하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고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사치가 아닌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오 = 간단명료하다. 결혼하려는 부부의 집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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