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 악재보다 나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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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5년간 약 1조원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성과가 지난해부터 나타났지만 호재와 악재 공시 과정에서 잇달아 악수를 뒀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4시33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액(1조3175억원)에 육박하는 계약 체결은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초대형 호재였다.

하지만 불과 2시간33분 뒤 악재가 날아들었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500억원 상당의 항암제 기술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 이는 앞선 호재를 상쇄시킬 만한 대형 악재였다.

호재와 맞물린 악재에 한미약품은 시간을 끌었고, 악재 공시는 다음날 오전 9시29분 이뤄졌다. 이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5.48% 상승했던 주가는 악재 공시 직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하루 만에 18.06%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발빠른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등의 방식으로 각각 2037억원과 74억원을 매도해 최대 20%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2101억원을 매수해 20% 이상 손해를 봤다.

악재를 의도적으로 늑장 공시해 특정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시간을 벌고, 공매도 세력이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호재 공시 직후 악재성 공시를 할 경우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내부 검토를 거치고, 한국거래소와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느라 공시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상장사가 거래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충분히 공시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절차 문제 등을 거론하는 한미약품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특정 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다. 특히 성공 확률이 매
우 낮은 신약개발의 특성상 계약해지 같은 실패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추후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기자수첩] 한미약품, 악재보다 나쁜 것
하지만 신뢰 상실은 다른 문제다. 신뢰는 쌓기도 어렵고 한번 잃었다가 회복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에도 베링거인겔하임 수출 계약 호재 공시 다음날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 급감했다는 악재성 공시를 내놔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대형 기술수출계약 정보를 미리 입수한 내부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한 게 들통나 최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번의 잘못에는 실수라는 변명이 통하지만 반복되면 무능 또는 고의로 간주된다. 오랜 기간 공들여 세운 탑을 스스로 흔드는 한미약품의 태도가 안타깝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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