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꼬리 문 의혹, 30년 공든 탑 ‘흔들’

CEO In & Out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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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공시·미공개정보 유출 등 거듭 해명에도 주가 속락

30년 이상 ‘신약 개발’이라는 한 우물만 판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신약 공시’ 관련 의혹으로 머리를 숙였다. 신약 개발 관련 호재 뒤 나온 악재를 뒤늦게 알려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 


이 대표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공시가 지연됐다는 해명을 발빠르게 내놨지만 다양한 의혹이 꼬리를 물며 기업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8조원대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한미약품을 국내 제약업계 선두주자로 이끈 이 대표가 공시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사진=뉴스1 DB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사진=뉴스1 DB

◆수상한 ‘28분 거래’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와 오후 7시6분에 각각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계약체결’이라는 호재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규모의 계약해지’라는 악재를 접했다. 주가를 뒤흔들 만한 파급력을 가진 상반된 소식이 비슷한 시기에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상장사로서 공시 의무를 가진 한미약품이 두 사안을 알리는 방식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호재는 이날 주식시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 공시했다. 그리고 악재는 다음날 장이 열린 이후인 30일 오전 9시29분 발표했다. 악재 공시 후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전일 대비 18.06%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먼저 발표된 호재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악재가 나오기 직전까지 한미약품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이 시간 동안 하락장을 예상한 투자기법인 공매도에 나섰다. 28분간 이뤄진 공매도 물량은 총 5만471주로 한미약품의 최근 3개월 하루 평균 공매도 물량의 11배에 달한다. 전날 나온 대형호재를 감안하면 장이 열리자마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도적으로 지연 공시한 게 아니라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느라 늦어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미약품 늑장공시 자체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규정에 따르면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기업 자율공시 대상으로 사유 발생 다음날 오후 6시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하지만 앞선 호재를 상쇄시킬 만한 악재 공시가 늦어지면서 개인투자자만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미공개정보 유출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유사한 사태가 처음도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에도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계약 호재 공시 다음날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 급감했다는 악재를 공시해 투자자 피해를 야기했다. 이에 앞서 한미약품 연구원이 대형기술수출 계약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투자에 나선 것이 금융당국에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일부에선 베링거인겔하임 계약해지 정보가 공시 이전 SNS 등을 통해 미리 퍼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속하고 성실한 공시는 상장사의 중요한 의무”라며 “한미약품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켰다”고 말했다.

◆공시 허점 잇따라 노출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계약을 해지한 올무티닙 국내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숨겨오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이후에야 알려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식약처에 따르면 올무티닙을 투약한 환자 731명 가운데 3명(0.4%)에게 중증피부이상 반응이 나타나 2명이 사망했고 1명은 치료 후 회복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전국 병·의원에 관련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중 환자가 사망한다고 해서 신약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며 “개발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해도 잠재적 위협, 신약 개발 성공에 따른 이득, 치료 가능성 등을 관계당국과 긴밀히 논의해 개발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대표는 지난 6일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근 회사 일로 주주에게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공교롭게도 호재 공시 후 악재 소식이 전해져 시장 혼란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공시를 하려고 했지만 거래소와 협의하고 이를 내부에서 수정,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면서 공시가 늦어졌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이번에 계약해지 건으로 이슈가 된 올무티닙은 자사가 보유한 30여개 전 임상, 임상 파이프라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을 신약 강국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온 한미약품을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한미약품이 잃어버린 신뢰를 단기간에 만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3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며 60만원대에서 고착화됐던 주가가 40만원대 초반까지 빠졌다. 증권업계에서도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조정하는 추세다.

현대증권(122만원→71만원)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109만원 → 74만원), 대신증권(100만원 → 70만원), 한국투자증권(84만원 → 79만원), 동부증권(93만원 → 73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최대 50만원가량 낮췄다.

금융당국도 한미약품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공정 거래가 이뤄진 게 확인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을 적용해 한미약품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등 처벌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소장, R&D본부 사장 등의 R&D 관련 요직만 거친 후 2010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입사 후 R&D에만 매진한 연구통으로 지난해 신약 기술수출 대박을 주도하며 제약업계 대표 CEO로 급부상했다.

한미약품 신약 신화의 주인공이지만 공시에서 잇달아 허점을 드러내며 최대위기를 맞은 이 대표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프로필
▲1960년 충남 서산 출생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화학과 석·박사 ▲한미약품 연구원 ▲한미약품 연구소 소장 ▲한미약품 전무 ▲한미약품 R&D본부 사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겸임교수 ▲한국응용약물학회 부회장 ▲한미약품 대표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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