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반세기 순위권 맴돈 이 노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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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발표하자마자 대박 나기는 쉽지만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기는 어렵다. 발표 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가을이 되면 변함없이 인기를 끄는 노래들이 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1982),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1987),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1994), 이동원의 ‘가을편지’(1986),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1994) 등이 대표적이다.

라디오 청취자들이 꾸준히 신청해 가을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이 곡들은 모두 80~90년대 발표됐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1966년에 발표됐음에도 반세기 동안 해마다 변함없이 들리는 노래가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가을이면 듣고 싶은 노래,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를 조사하면 으레 순위권 안에 든다.
리서치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해 9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에게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가요 중 6위에 올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원곡 이긴 번안곡, ‘대히트’

50년 전 발표된 곡인데도 이 노래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직접 들어보면 안다. 슬로 템포의 록 리듬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는 미성이면서도 허스키하고 비음이 적당히 섞여 독특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가볍게 떨리는 애절한 창법은 늦가을 감수성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이 곡이 60년대 가요답지 않은 세련된 멋을 풍기는 이유는 순수 한국가요가 아니라 외국곡을 번안해 한국적인 정서를 절묘하게 접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곡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2년 녹음한 ‘Anything That’s Part of You’다. 미국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해 빌보드 싱글차트 31위에 그쳤고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중락이 리메이크해 부르면서 유명해졌다.

보통 외국의 원곡이 히트한 후 번안곡이 나오는데 이 경우는 번안곡이 히트하면서 뒤늦게 원곡이 알려진 케이스다. 차중락은 엘비스보다 엘비스 노래를 더 잘 부르는 가수로 통했다. 그는 이 곡이 전국적으로 크게 히트하면서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연말 시상식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정훈희와 함께 신인상을 수상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며 가슴 아파하는 애절한 노랫말에는 차중락이 실제로 겪은 실연의 상처가 배어있다. 이 곡은 신세기레코드 사장 아들인 강찬호씨가 실연을 겪으며 직접 노랫말을 쓴 것으로, 처음에는 가수 쟈니리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차중락 역시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차중락은 이화여대생과 수년 동안 사귀었지만 여자의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해 헤어졌다. 자신의 사연을 담은 노래여서 더욱 심금 울리게 불렀는지도 모른다.

MBC 창사 50주년 특집 '세시봉 친구들'. 사진=뉴시스 김지은 기자
MBC 창사 50주년 특집 '세시봉 친구들'. 사진=뉴시스 김지은 기자

◆낙엽처럼 가버린 ‘코리안 엘비스’

차중락은 보성전문 마라톤선수였던 부친과 경기여고 단거리선수 출신 모친의 영향을 받아 경복고 시절 육상을 했다. 김수영 시인과는 이종사촌간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보디빌딩으로 1학년 때 미스터코리아대회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잘생긴 얼굴과 아름다운 목소리, 건장한 몸까지 갖춰 당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가수는 지금도 흔치 않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꿈꾸면서 대학교를 중퇴했지만 여러 상황과 아버지의 사업실패가 겹쳐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사촌형인 차도균의 권유로 한국 최초의 서구적 록밴드그룹 키보이스의 1기 멤버로 들어가 보컬을 맡았다. 그는 공연에서 고무장화를 신고 엘비스의 모창을 멋있게 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미8군에서는 ‘코리안 엘비스’로 불렸다.

키보이스는 록밴드그룹의 전성기인 70년대 후반보다 15년 이상 시대를 앞섰던 전설적인 록그룹이다. 그는 키보이스 멤버로서의 활동과 별개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녹음했고 반주는 키보이스가 맡았다. 곡 발표 직후 부산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차중락은 솔로로 전향했다. 솔로 독립 후 발표한 ‘사랑의 종말’도 연이어 크게 히트해 TBC 남자신인가수상을 받았다.

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인기 덕에 적극적인 여성 팬들이 접근해 스캔들에 시달리기도 했다. 학창시절에는 운동을 해 건장했지만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건강을 돌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1968년 가을 월남 파병용사 위문공연을 다녀온 후 청량리 로터리에 있는 동일극장에서 공연하던 중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다가 고열로 쓰러졌다.

급성뇌막염으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간 후 11월10일 유명을 달리했다. 한동안 월남에서 병이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파월 장병들이 충격을 받았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노랫말처럼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고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계절에 낙엽처럼 가버렸다. 당시 병원 안팎에서는 수많은 여학생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무덤까지 쫓아와 밤샘하는 소녀들도 있었고 무덤 옆에 돌로 만든 성 안에는 고인에게 바치는 연서가 가득 쌓였다.

◆팬들의 가슴에 묻히다

활동기간이 짧아 생전에 그가 남긴 노래는 20여곡에 불과하지만 사후에도 그의 인기는 계속됐고 그의 노래는 꾸준히 불렸다. 그의 동생 차중광과 사촌형 차도균은 차중락의 뒤를 잇는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며 열심히 활동했다. 차도균은 차중락과 비슷한 스타일로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불러 사람들로 하여금 차중락이 환생했다는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고 많은 대중이 그의 죽음을 아쉬워했는지는 당사자가 이 세상에 없음에도 1970년 8월 조사한 인기가수 순위에서 남진, 나훈아, 최희준, 배호 등에 이어 8위에 오른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회적으로 차중락을 기리는 작업도 이어졌다. ‘차중락기념사업회’가 만들어져 최희준이 회장을 맡았다. 1주기인 1969년에는 특이한 이름의 대중가요상이 제정됐다.

매년 가장 뛰어난 신인가수에게 수여하는 ‘낙엽상’이다. 낙엽상의 제1회 수상자는 남자가수부문 나훈아, 여자가수부문 이영숙이었다. 신인이던 나훈아는 차중락을 기리는 낙엽상을 수상한 후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우뚝 섰다. 1972년 제4회 시상식에서는 김세환과 이수미가 수상했으니 상의 위상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당시 잘 나가던 김기덕 감독과 심우섭 감독에 의해 두편이나 제작된 것도 그의 사후 인기를 증명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60년대 대표 여배우 문희가 차중락의 연인 역할을 맡았다.

차중락이 불과 만 26세의 나이로 11월에 사망하면서 ‘11월의 괴담’이 시작됐다. 재능 있는 젊은 가수들이 잇따라 11월에 요절했기 대문이다. 차중락이 사망한 후 인기가도를 달리던 배호는 1971년 11월7일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 공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29세에 사망한 것이다.

장례식에는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들이 수백미터나 늘어섰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1년 실시된 MBC 특집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에 오를 정도로 배호 역시 사후에도 인기가 대단했다.

‘하얀 나비’와 ‘이름 모를 소녀’의 김정호(33세),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25세), ‘내 사랑 내 곁에’의 김현식(32세), 듀스의 멤버 김성재(33세) 등 30세를 전후로 요절한 가수들이 11월에 타계했으니 ‘11월의 괴담’이 나올 만하다.

차중락의 무덤은 평범한 사람부터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까지 각계각층의 인사가 영면 중인 망우공원묘지에 있다.

비석 밑에는 신성일, 문희, 이미자, 김상희, 남진, 배호, 최희준, 이봉조, 현미, 정훈희, 윤항기 등 당대 최고의 연예계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조병화 시인은 추모비에 ‘낙엽의 뜻’이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세월은 흘러서 사라짐에 소리 없고, 나뭇잎 때따라 떨어짐에 소리 없고, 생각은 사람의 깊은 흔적 소리 없고, 인간사 바뀌며 사라짐에 소리 없다. 아, 이 세상 사는 자 죽는 자 그 풀밭, 사람 가고 잎 지고 갈림에 소리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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