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두산의 마지막 퍼즐 '밥캣 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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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마지막 퍼즐’ 두산밥캣 기업공개(IPO)가 다시 시작됐다. 지나치게 높았던 눈높이 탓에 첫 도전에 실패한 지 사흘 만에 두번째 도전장을 낸 것이다. 처음의 실패는 시장과 괴리됐던 두산 경영진에게 현실을 일깨워줬다. 이번에는 희망 공모가를 대폭 낮췄고 공모 물량도 대거 줄였다. 유동성 위기, 기업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지자 발빠른 대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눈높이 맞춰 가격·물량 조정 

소형건설장비업체인 두산밥캣이 지난 13일 IPO를 위한 공모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3~4일 수요 예측, 8~9일 일반공모를 거쳐 18일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두산밥캣 최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오후 “자사가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 8일 두산밥캣이 상장 계획을 철회해 주식매각 계획이 무산됐다”며 “두산밥캣이 공모 일정 등 공모 조건을 변경해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모에선 지난번 수요 예측 결과 및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모 물량과 희망 공모가를 시장 눈높이에 맞게 조정했다. 공모 물량은 4898만1125주(전체 발행주식수의 49%)에서 3002만8180주(30%)로 줄였고, 희망 공모가는 4만1000원~5만원에서 2만9000원~3만3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공모 물량은 외부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지분(16.5%)과 두산 지분(13.5%)으로 구성했다. 이에 따라 희망 공모가 기준으로 두산은 약 3900억~4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달 안으로 두산밥캣의 상장을 완료해 1조원 안팎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두산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또 지난해 말 11조원대에 달했던 차입금을 올 연말까지 8조원대로 줄인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두산은 올 들어 ㈜두산이 KAI지분 4.99%를 3046억원에 매각했고, 두산DST지분 51%도 6950억원에 팔았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문을 1조1300억원에 매각했고, 두산건설은 배열회수보일러사업(HRSG)을 3000억원에 팔았다.

여기에 두산밥캣 IPO를 통해 1조원 안팎에 달하는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면 1년 만에 차입금 3조원을 줄이는 계획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IPO 계획에 따르면 최대로 자금을 확보해도 당초 예상보다 5000억원 가까이 적은 금액만 확보 가능하다.

애초부터 두산밥캣은 해외 자회사 상장이라는 점과 구주매출이라는 분명한 공모가 인하 요인이 있었다. 신주발행은 공모자금이 회사로 유입돼 IPO를 진행하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지만 구주매출은 공모자금이 기존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두산밥캣 IPO로 1대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6661만3750주, 66.56%)와 2대 주주인 두산엔진(1184만7500주, 11.84%) 등의 자금 사정만 좋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1차 IPO 추진에서 이 점을 감안하지 않고 희망 공모가를 시장 눈높이보다 높게 책정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종인 국내 기계·건설장비업종의 주가 대비 수익비율(PER)이 12~13배 수준인데 비해 두산밥캣은 20배가량의 공모가를 제시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1차 IPO 추진 당시 두산밥캣의 PER은 최저 19.1배에 달했다.

두산밥캣이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및 JP모간과 IPO를 위한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 =한국거래소
두산밥캣이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및 JP모간과 IPO를 위한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 =한국거래소

◆재무구조 개선 궤도 수정 불가피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의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다음달 말 408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2월 1200억원, 3월 2000억원, 7월 2300억원 등 내년 하반기까지 총 96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한다.

여기에 내년 5월까지 2150억원에 달하는 사모 회사채 상환도 해야 한다. 두산엔진의 경우 내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1000억원 규모다.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IPO가 진행됐다면 가까이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해결할 예정이었지만 공모가가 절반 이하로 낮아지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BBB)와 두산엔진(BBB+)의 현재 신용도와 최근 회사채시장에서 A등급 이상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막는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산밥캣이 불과 사흘 만에 IPO를 재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올 상반기 공작기계사업부문 매각 성과와 사업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안정적 자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IPO 재도전을 통한 추가 자금 유입이 이뤄지면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시장성 차입금 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IPO를 통해 외부투자자 지분을 전량 매출함으로써 총 5400억원에 이르는 재무개선 효과가 예상된다”며 “이번 공모에서 제외한 잔여 지분을 두산밥캣 상장 이후 추가 자금조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재무 여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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