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루라도 살아보는 느낌, 여기야

송세진의 On the Road – 제주 오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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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알아도 식산봉 모르고, 성산읍 알아도 오조리 모른다면? 이번엔 골목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자. 할망 집에서 옛날 얘기, 사는 얘기 듣고, 할머니 밥상도 받아보자. 하루라도 살아보는 느낌, 여기는 제주의 동쪽 끝 오조리다. 

[여행] 하루라도 살아보는 느낌, 여기야

◆여기가 ‘공항가는 길’? 

식산봉? 제주도 여행을 꽤 했다는 사람도 잘 모르는 이곳은 성산 10경 중 하나다. 왜적의 침입이 잦았을 때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 식산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옥녀와 부씨 총각의 슬픈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발 60m의 야트막한 화산 오름과 내수면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은 올레 코스이자 지오트레일 코스이기도 하다. ‘지오트레일’은 제주의 핵심 지질 마을을 걸으며 제주의 독특한 지질 특성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내수면 곳곳에 쭈글쭈글 검게 드러나 있는 바위는 튜물러스(Tumulus)로 화산활동의 흔적이고 성산포만 습지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오조리입구 쪽으로 ‘족지물’이라 부르는 용천수가 있다. 오조리는 제주에서 네번째로 용천수가 풍부한 마을이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용천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풍요로운 곳이었다는 뜻이다. 이곳에 족지물을 비롯해 진모살물, 수전, 주근디물 등 12개의 물통이 있었다. 

조용했던 식산봉은 최근 여행자가 늘었다. 드라마 <공항가는 길>의 배경이 된 때문이다. 드라마 속 김하늘이 산책하는 길이 식산봉 둘레길, 이상윤의 집이 식산봉 앞 창고다. 인증샷이 목적인 여행자들은 ‘이상윤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그냥 돌아가지만 이왕 온 김에 식산 근린공원을 꼭 한 바퀴 돌아보면 좋겠다. 

성산일출봉이 잘 보이고 내수면의 튜물러스와 낮게 올라온 습지 식물, 제주에서 보기 드문 철새를 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저녁이 되면 물 위에 뜨는 달이 하늘의 그것만큼이나 선명하다. 산책로는 고요히 오조리 마을로 이어지고 어둑해진 골목이 발걸음을 느리게 느리게 붙잡는다. 

식산근린공원
식산근린공원
식산봉 지오트레일
식산봉 지오트레일

◆일출봉은 배경일 뿐 

오조리 골목은 반전 매력이 있다. 검고 낮은 담장을 가진 제주 옛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저 너머의 성산일출봉이 무심한 척 마을의 배경이 돼준다. 장대한 세계문화유산이 이렇게 조연이기도 쉽지 않다. 

한없이 예스러울 것 같은 풍경 안에는 매우 트렌디한 소품집도 있다. 벌써 입소문이 나서 ‘오조리’는 몰라도 ‘B일상잡화점’을 찾아 이곳까지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있을 정도다. 자그마한 돌집 안에 제주 기념품은 물론 아기자기한 피규어와 센스 넘치는 키덜트 소품들이 여행자의 시간을 붙잡는다. 팩을 쓰는 비디오게임기 앞에 앉는다면 나머지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곳엔 동사무소가 아니라 리사무소가 있다. 오조’리’이니 당연한 건데 ‘도시 촌것들’은 이런 것도 재미있다. 리사무소에는 의외로 큰 주차장이 있어 렌터카 여행자가 차를 세우고 동네를 걷기에 좋다. 

이 마을의 랜드마크인 리사무소 옆으로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대문 역할을 하는 작은 집은 그림책을 찢고 나온 듯 분위기가 남다르다. 주인장이 예쁜 꽃나무와 화초로 작은 마당을 아기자기하게 가꿨다. 염치없지만 자꾸 남의 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최근에는 국수집도 생겼다. 부녀회에서 뜻이 맞은 분들이 시작했다고 하는데 마을 창고를 개조해 빈티지한 멋이 있다. 모든 집들이 튀지 않고 주변 환경과 물처럼 어울린다. 하긴 이들이 모여 이 작고 예쁜 동네를 만들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조리
오조리
돌담쉼팡
돌담쉼팡

◆할망, 하룻밤 자고 갈께요! 

할머니 밥상은 진수성찬이다. 

“오늘 복이 들었네….” 

신춘자 할망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성게를 잡았다며, 당신은 한 점도 들지 않고 다 먹으라고만 한다. 좋은 거라니 맛도 모르고 받아 먹는다. 할머니는 오늘의 소득이 정말 기쁜지 ‘복이 있다, 복이 있다…’를 자꾸 말한다. 마치 밥상을 받은 손님에게 ‘복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신춘자 할망은 상군 출신 해녀다. 해녀는 상, 중, 하 등급으로 나뉘는데, 상군이라 하면 해녀 중에서도 최고 실력자를 말한다. 이제 70세가 넘은 할망은 예전만큼은 못한다고 한다. 그저 용돈벌이하러 바다에 나가는데 오늘은 그 귀한 성게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앞접시 위에 갈치구이 한점을 올리고 가시 바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동안 가시 고르기가 귀찮아 생선을 잘 먹지 않았는데,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할머니 방법대로면 생선 열 마리라도 먹어치우겠다. 앞방에 장기숙박 중인 서울 손님이 매일 갈치를 잡아 온다며, 그래서 아침 저녁 매일 먹는다며, 이 역시 모두 양보한다. 

옛날 할머니 살아 계실 때 기억도 안 나는 꼬마였을 때 이 비슷한 경험을 해본 것도 같다. 아니 사실은 누군가와 함께 집밥을 먹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득 퍼준 할머니 마음이 고맙고 이상하게 밥이 쑥쑥 들어가 평소보다 두배는 먹는다. 

할망 밥상은 정해진 메뉴가 없다. 텃밭을 가꾸는 할망은 싱싱한 야채를, 물질하는 할망은 해산물을 내올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못한 밥상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주도 어디에서도 5000원 밥상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집밥이 그리운 도시생활자나 혼밥, 혼술이 익숙한 ‘홀로 남녀’에겐 고맙고 행복한 밥상이다. 이 밥상이 그리워서라도 또 오게 생겼다. 할망숙소는 이렇게 푸근하고 정이 넘친다. 

할망숙소는 인터넷 예약이 불가능하다. 할망이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대부분 제주 할망은 일을 하기 때문에 전화 연결도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시내의 예쁘고 편안한 숙소보다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편안한 휴양에 대한 기대를 잠시 접고 시골 할머니 집에서 하루 잔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의 기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취향에 따른 선택이다. 

“할머니, 돈 더 받으세요. 이거 너무 싸잖아요.” 

“아니, 내 집에 온 사람 배고프게 하면 안되잖아. 그래서 5000원만 받고 해주는 거야. 배고프면 안되지.”  

‘네, 할머니 완전 배불러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할망숙소 밥상
할망숙소 밥상

[여행 정보]
[제주공항에서 식산봉 가는 법- 대중교통]  
제주공항에서 100번, 38번 버스 승차 – 화북주공아파트 정류장 하차 – 701번 승차 – 성산고등학교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식산봉: 검색어 ‘식산봉, ‘오조리포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624 

제주관광공사 지질트레일 
지오트레일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64-740-6074 / http://jejugeopark.com
제주웰컴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선덕로 23 

제주여행연구소 
제주 여행 정보와 함께 할망숙소 정보, 위치, 연락처를 얻을 수 있다. 할망숙소는 인터넷 예약시스템이 없고 직접 전화하여 예약한다.
http://www.jejutravellab.com - 해당 사이트에서 ‘할망숙소’ 검색

B일상잡화점
문의 010-5473-1202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 93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30분 (매주 일요일 휴무) 

음식
돌담쉼팡: 오조리 하동마을회관 옆에 새로 오픈한 식당이다. 마을 부녀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국수집으로 가격도 착하고, 마을 창고를 개조하여 제주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멸치국수 4500원 / 고기국수 6000원 / 바지락칼국수 6000원 / 돼지, 문어꼬치구이 8000원 
064-782-3181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 85 

숙박, 카페 
해녀신춘자할망네: 현직 해녀 할망 숙소로 할머니가 물질을 나가는 날이면 싱싱한 해산물 밥상을 기대해도 좋다. 
1인 2만원 / 2인 3만원 / 식사 미리 예약
예약문의: 010-3866-2972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736-1 

홍무생할망네: 부드러운 미소로 여행자를 반겨주시는 홍무생 할망은 전직 해녀 출신이다. 작은 뜰이 있는 소박하고 정다운 집에서 따뜻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시도해 보자. 
1인 2만원 / 2인 3만원 / 식사 미리 예약
예약문의:  010-9077-2549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157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 카페: 이미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오조리 터줏대감이다. 깔끔하고 조용한 숙소 공간이 여성 여행자들에게 인기고 커뮤니티룸으로 쓰이는 다락방도 매력적이다. 카페는 피규어를 좋아하는 주인장이 계절마다 테마를 바꾸어 꾸미는 쇼윈도우가 이색적이다. 
도미토리(1인) 2만원 / 2인실 5만원 
카페 아침식사(오차즈케, 덮밥류) 5000원 / 저녁 야끼소바 6000원 / 커피 2000~4500원 / 에이드 5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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