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강관 안전한가①] 영화가 현실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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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나 철도를 잇는 ‘터널’은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국가기반시설이다. ‘터널이 무너질까’라며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최근 건설분야 안전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유례없는 대지진이 발생하며 국민의 불안감도 커졌다. 본지 취재 결과 국내 터널공사에서 사용하는 일부제품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신기술로 지정한 ‘튜브형강관’은 재질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장 중요한 제품성능을 검증할 길이 없다. 이런 불량제품이 대기업의 입찰 가산점 제도에 의해 강매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터널강관 안전문제. 계속 두고봐도 될까. <머니S>가 터널 전문가와 관련업계 종사자, 정부당국 관계자들을 통해 터널강관의 안전여부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글 싣는 순서>
①검증없는 제품 무분별사용
②선진국, 튜브형강관 ‘광산’만 사용
③하청업체에 부담 주는 신제품 비용
④논란 후 제품교체 속출


터널강관은 암반에 뚫은 구멍을 메우는 보강재다. 아치모양의 터널 천장과 벽면 안쪽에 보이지 않는 3~5m의 철근 수만개가 고정돼 암반 붕괴를 막아준다. 이 재료를 ‘록볼트’(Rock Bolt)라고 하는데 국내 터널공사 중 약 90%가 11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일반록볼트를 사용하고 그 외 5~6개 종류가 더 있다.

최근 안전문제가 제기된 제품은 시장점유율 10% 정도를 차지하는 ‘튜브형강관 록볼트’(이하 튜브형강관)다. 2011년 코오롱글로벌이 개발한 후 연평균 100%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제품은 국토교통부가 정한 신기술로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일반록볼트와 비교할 때 재질표기나 검증과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규격·성능 제각각… 검증과정도 무시

모든 건설자재는 품질기준에 따라 재질표기를 한다. 일반록볼트의 경우 직경이나 철근 종류 등을 명시하는데 쉽게 말해 우유제품 겉포장에 용량과 성분이 적혀있는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튜브형강관은 이런 규격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데다 성능실험과 감리마저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토목업계에 따르면 제조사인 코오롱글로벌이 제시한 규격과 성능 정보는 일반적인 공사과정의 성적서나 승인서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튜브형강관의 원천기술 보유사인 스웨덴 아트라스콥코는 규격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 터널공사 설계 전 인발실험(Pull Test)을 통해 검증과정을 거쳤다.

아트라스콥코 실험 결과 튜브형강관은 팽창 과정에서 용접부위가 찢기거나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지지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품 종류에 따라 설계 하중의 무게가 다르다. 터널강관 제조업체 관계자는 “튜브형강관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기존 스웨덴제품이나 일반록볼트의 성능에 맞춰 규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트라스콥코 실험에서도 100개 중 4~5개는 불량으로 확인됐다”며 “국내 제품도 일일이 검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표준시방서도 토목구조물 강관에 대해 이음매 없이 제조하거나 용접 시 깨짐이 없는지 실험 후 감리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튜브형강관이 사용되는 것은 빠른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록볼트는 암반과 고정시키기 위해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하는 반면 튜브형강관은 수압으로 쇠붙이를 팽창시켜 벽면에 달라붙게 한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튜브형강관은 수압으로 팽창 후 시공이 완료되는 데 2분 이내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록볼트가 7~24시간 동안 굳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과 대조된다.


[터널강관 안전한가①] 영화가 현실이 되나

◆국내 주요현장 신기술 적용… 문제 없나?

현재 튜브형강관은 함양-울산 고속도로 일부구간, 수서평택 고속철도(SRT) 일부구간, 부산도시철도 1호선 3·4공구, 김포도시철도 등 여러 현장에서 공사자재로 사용 중이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인 남양주 진접선 4공구에서 튜브형강관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경제성을 이유로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튜브형강관을 사용하는 자체보다 지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설계기준상 지반에 따라 록볼트 종류를 선택해야 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이런 조건이 무시되는 것. 즉 암반이 더 단단한 곳과 덜 단단한 곳에 똑같은 제품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김낙영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튜브형강관은 일부 암반에 효과적이나 전단 저항이 약한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튜브형강관은 수압으로 팽창 후 자연배수가 안될 시 부식이 발생하고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튜브형강관의 문제는 단순히 안전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와 철저한 검증 없이 사용되는 것”이라며 “특히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항이므로 편의성만 추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은 자체실험을 통해 규격과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입장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실험 결과 품질기준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기술을 인증해준 국토교통부는 기술검증은 외부기관에 위탁하지만 건설자재는 현장이나 시기에 따라 품질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희상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50~60년 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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