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승자의 저주' 모르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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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은 '튼튼히', 신사업 진출은 '재빨리'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M&A는 기존 사업 강화와 새로운 분야 진출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기업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최고경영자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각 기업의 역량이 더해진 현명한 선택이라는 전제가 깔리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묘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추진된 M&A를 통해 해당 기업의 미래 경영 구상을 살펴봤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삼성, 공격적 M&A로 본 미래

국내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의 뉴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격적 M&A로 그룹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이 미래사업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달 14일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하만 인수가는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로 국내기업의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이미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이 관련 분야에 진출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은 공격적 투자와 차별적 전략으로 관련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 애플은 자율주행차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업전략이 다르다”며 “자동차부품업체로서 하만이 보유한 자동차 솔루션을 통해 단기간에 세계 1등 부품업체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하만이 가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텔레매틱스(자동차+무선통신), 오디오, 음향기술과 자사의 비디오·센서·디스플레이기술 등을 융합해 전장사업 외에도 기존에 영위하던 TV, 가전, 스마트폰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기술기업 뉴넷캐나다도 추가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문자메시지 기술 CS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업체 ‘조이언트’(6월) ▲캐나다 디지털 광고업체 ‘애드기어’(6월) ▲중국 전기차 부품업체 BYD(지분투자, 7월) ▲미국 럭셔리 가전브랜드 ‘데이코’(9월) ▲미국 인공지능(AI)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10월) 등도 차례로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최대 프린터업체 ‘심프레스’, 미국 모바일 결제 전문기업 ‘루프페이’, 상업용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반면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계열사 매각을 시작으로 이듬해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 삼성SDI케미칼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문도 팔았다.

이 부회장 주도로 이뤄진 일련의 사업 재편은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AI, 사물인터넷(IoT), 전장사업 등을 중심으로 삼성의 미래를 그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현대백화점, 패션사업 ‘빅4’ 도약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계열사 한섬은 지난 8일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을 약 3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SK네트웍스는 미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를 위해 패션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번 M&A로 현대백화점은 SK네트웍스가 가진 6개의 라이선스브랜드(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CK, 아메리칸이글, 까날리)와 6개 자체브랜드(오브제, 오즈세컨, 루즈앤라운지, 세컨플로어, SJYP, 스티브J&요니P)를 포함해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800여개 패션 유통망을 모두 품게 됐다.

지난 2012년 한섬 인수를 주도해 패션사업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킨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패션부문을 국내 최대 규모로 키우기 위해 이번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합칠 경우 올해 약 1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랜드·삼성물산 패션부문·LF와 함께 국내 패션업계 ‘빅4’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유통채널, 한섬 성공 경험, 우수한 고객관계 등을 바탕으로 SK네트웍스 패션부문과의 시너지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사 신성장동력의 한 축인 패션사업부문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카 라이프와 최근 인수한 동양매직의 공유경제 기반 렌털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미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LG그룹, 바이오사업 강화

LG그룹의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LG화학은 지난달 28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바이오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LG생명과학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변수가 있지만 LG화학의 현금성 자산이 1조9000억원에 달해 자금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번 결정은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층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은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2002년 LG화학에서 분사한 LG생명과학은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 소아성장호르몬 ‘유트로핀플러스’, 당뇨치료 신약 ‘제미글로’ 등 우수한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룹 내 제약·바이오 비중이 크지 않았던 탓에 지난해 매출액이 4505억원에 불과해 공격적 신약 개발 투자에 한계가 있었다.

이미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이 제약업계 최고 수준(17.3%)이던 LG생명과학은 이번 M&A로 자금력이 풍부한 LG화학의 그늘에서 풍부한 지원을 받으며 바이오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M&A는 기업을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하기도 하지만 옥석 가리기를 통한 현명한 M&A는 기존 사업 강화와 함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크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M&A로 미래를 도모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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