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바꾼 광장] "촛불의 소중한 체험 녹여내자"

인터뷰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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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뜨겁다. 촛불을 들고 모인 국민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불릴 올 겨울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광장’이란 공간에 집중한다. <머니S>는 2016년을 마무리하며 ‘광장’을 돌아봤다. 촛불정국뿐 아니라 일상에서 광장이 삶에 어떻게 기능했는지 살펴봤다. 세계사의 중심이 됐던 각국의 ‘광장’도 되짚어봤다. 이를 통해 광장이 가지는 경제·정치·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750만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지난 1~7차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 수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전국의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고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촛불이 켜졌다. 이들이 모인 곳은 광장이 아니었지만 시민이 모이자 광장이 형성됐다. 사실 광화문광장도 마찬가지였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도로 위로 촛불이 켜졌다. 광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광화문광장에 켜진 촛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에게 ‘모두의 광장’이 되기 위한 방향을 들어봤다.

◆담론의 공간… “갖지 못한 자의 공간돼야”


황 소장은 광장이 물리적 공간의 의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은 그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open space)이다. 그러나 그는 광장에 ‘담론이 모이는 곳’이라는 철학·인문학적 배경이 있다고 말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생각과 취향을 분출하고 소통하며 이를 소화해 재생산하는 ‘다양성의 공간’이라는 것. 남녀노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 이것이 광장이다.

황 소장은 광장이 ‘갖지 못한 자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이 광장에서만큼은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모이고 담론이 형성되는 것도 제3지대에 놓인 이들이 모일 때 가능하다는 게 황 소장의 생각이다.

“광장은 가진 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정치·경제권력 등을 가진 자는 그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광장은 갖지 못한 비주류의 여러 생각이 모이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것들이 모여야 담론이 형성되고 사회가 발전합니다.”

다양한 생각이 모이면 때론 충돌이 일어나고 폭력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황 소장에 따르면 광장은 이를 걸러내는 자생적 정화작용을 한다. 촛불집회에서 의경에 폭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시민에게 대다수 시민이 “비폭력”을 외치는가 하면 경찰차벽에 오르는 시민에게 “내려오라”고 외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광장은 스펀지 같은 공간입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걸러내기도 하죠. 때론 야만적인 폭력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집단지성으로 걸러낼 수 있는 자생력이 있습니다. 마치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저항면역체계로 이겨내는 것과 같아요. 지도자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에게 이 같은 저항체계가 생긴 거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사진=서대웅 기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사진=서대웅 기자

◆‘고립된 섬’ 광화문광장… “거칠고 차갑다”


사실 광화문광장이 개장될 때 많은 비판이 일었다. 차도가 양 옆을 지나는 물리적 환경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고립된 섬’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광장의 사전적 의미대로 많은 사람이 모이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황 소장은 지금의 광화문광장을 ‘거칠다’고 표현했다. 나만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환경이 아니어서 담론이 형성돼야 할 광장에 다양성이 생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보면 광화문광장은 굉장히 거칠어요. 우선 시민이 접근하기에 거칠죠. 거칠다는 건 단순한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에요. 주변 환경이 폭력적이란 얘기입니다. 양옆으로 달리는 차와 소음은 주변 공간이 결코 문화적이지 못하다는 걸 뜻합니다. 광장은 기본적으로 아늑해야 합니다.”

황 소장에 따르면 거친 공간 안에서는 표현방식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주변이 시끄러우니 서로 얘기를 나눌 때 목소리가 커진다. 주변이 편안해야 대화도 편안해진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는 “편안하고 차분하면 자기 정화의 기회가 찾아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인문학은 이 환경에서 발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철학이 ‘아고라’(옛 광장)에서 발달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광장다운 광장 맛봤다… 이제 행정가의 몫”

광화문광장을 광장다운 광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현 광장의 양 옆 도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게 황 소장의 생각이다. 그는 “광장이 상징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광장다운 공간이 우리나라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2005년부터 많은 문화예술인, 시민단체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광장의 물리적 환경은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을 찾아 촛불을 들었다. 황 소장은 “시민이 처음으로 광장다운 광장문화를 체험했다”며 촛불집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간은 거칠고 기온도 계속 떨어졌지만 남녀노소가 모여 촛불을 켜고 본인의 생각을 펼치는 해방구로서의 역할을 처음 맛봤다는 얘기다. 황 소장은 이제 행정가들이 행정력을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촛불집회는 전국적으로 열였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최고의 광장문화를 체험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경험은 굉장히 중요해요. 시민들은 촛불집회에서 광장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시민들이 체험한 바를 행정적으로 녹여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는 사람, 또 서울 이외의 지역에 광장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서대웅 mdw1009@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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