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옥시 판결과 한국의 사법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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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

지난 6일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6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결을 지켜본 피해자 가족의 일성이다. 지난해 말까지 접수된 피해자 5226명, 사망자 1092명의 초대형 인재를 유발한 관련자들에게 최소 무죄부터 최대 징역 7년의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자 피해자 가족들은 울분을 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는 이날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 존 리 전 옥시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자체 브랜드상품을 판매한 김원희 전 홈플러스 본부장에게 징역 5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제조사들이 안전조치 없이 판매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유례없이 참혹한 사고”라며 “가습기살균제 출시 전후 안정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두고 확인했다면 비극적인 사건이 확대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은 달랐다. 이들의 형량을 높일 사기 혐의와 2005~2010년 옥시 대표를 지낸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에게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최대 20년형을 요청한 검찰의 구형량보다 현저히 낮은 처분을 내렸다.

판결 직후 피해자 가족 박기용씨는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고, 수백명의 아이들이 상해를 입고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7년이 말이 되나”며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민 여론도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1.6%가 중형(무기징역 50.6%, 징역 20년 이상 31%)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달래지도 못했고 일반 국민의 생각과도 동떨어진 판결이 나온 셈이다.

만약 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법원은 존슨앤드존슨 파우더를 35년 동안 사용하다가 난소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유가족에게 회사 측이 7000만달러(약 828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이런 일을 방치한 사람들에게 징역 7년에서 무죄까지 선고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옥시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그 기업은 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의 입장과 국민 여론이 아닌 현행법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늑장 수사, 법원의 안이한 판단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국제적·국민적 눈높이와 괴리된 사법당국의 판단은 사법 불신을 키울 뿐이다. 이제 1심 판결이 내려진 만큼 앞으로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다. 다음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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