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재벌 향하는 특검수사 ‘창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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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칼날이 재벌총수들의 ‘뇌물공여’ 혐의를 정조준했다. 첫번째 타깃인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피의자로 소환조사를 받았고, SK·CJ·롯데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조만간 소환될 분위기다. 재벌총수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의 뇌물죄 적용을 위한 필수코스다. 뇌물을 준 쪽의 혐의가 확인돼야 받은 쪽의 뇌물수수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쥔 카드와 기업의 대응 논리를 살펴봤다. 


◆특검, 뇌물죄 입증 정조준

특검팀이 앞선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보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대한 뇌물죄 입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수본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얽힌 의혹과 관련해 최씨에게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은 ‘피해자’로 규정했다.

직권남용·강요죄 최고 형량은 징역 5년 이하이며 사기죄 최고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다. 현행법에는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재판을 받을 경우 경합범 가중 원칙에 따라 각 범죄의 법정형을 더한 형량을 선고하는 게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목 형량의 2분의1을 가중해 선고한다. 즉 특수본이 밝힌 혐의에 대한 최씨의 최고 형량은 15년이다. 

하지만 뇌물죄가 적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뢰액이 1억원이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징역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번 게이트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박 대통령 수사를 앞둔 특검팀은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검찰 특수본 수사에서 진전된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특검팀은 뇌물죄에 관한 조사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한 검찰 대표 특수통 윤석열 수사팀장과 SK그룹 분식회계, 현대차그룹 비자금 등 굵직한 대기업 사건 관련 수사를 맡았던 한동훈 부장검사에게 맡기고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특검사무실로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특검사무실로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집중 타깃 삼성, “강압 의한 것” 주장 

특검팀의 1차 타깃인 삼성은 최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또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으며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가량을 지원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측에 거액을 지원한 대가로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제일기획-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 찬성 배경에 대한 관련자 진술 ▲장시호씨로부터 입수한 ‘최순실 태블릿’ ▲삼성지원계획안 등이 특검팀이 확보한 물증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미 드러난 최씨 일가 지원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와대라는 최고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의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일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뇌물죄는 주는 쪽보다 받는 쪽 형량이 훨씬 무겁다”며 “뇌물을 바라는 쪽이 큰 죄지 어쩔 수 없이 준 쪽은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운 만큼 삼성도 강요에 의한 자금 지원이라는 프레임 쌓기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최태원 SK 회장 '사면거래' 의혹

삼성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특검팀의 다음 타깃은 SK그룹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2015년 7월24일 당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한 뒤 다음달 10일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사면해줄 테니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은 사실을 전달했다.

실제 최 회장은 김 위원장 방문 나흘 뒤 출소했고 곧바로 SK하이닉스에 46조원을 투자하고 에너지·통신 등 다른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111억원을 출연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특검이 확인했다는 최태원 회장과 김영태 위원장의 교도소 면담 당시는 이미 언론을 통해 사면 대상자가 거론될 때”라며 “미르·K스포츠재단은 당시 설립도 안됐고 논의조차 없던 시기”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사면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실제 최 회장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성실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 이후 부당한 K스포츠재단 자금출연 요구도 거절했으며 최씨 측에 따로 자금을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CJ·롯데·KT도 위태위태

이밖에 CJ·롯데·KT 등도 특검팀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13억원을 출연했으며 이와 별개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최씨 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한 현안이 있었고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 또 지난해 3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70억원 추가 출연을 요청받고 전달했다가 오너일가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에 돌려받았다.

KT는 황창규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양사 결합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금지’ 결정을 하면서 무산됐다.

특검팀은 이들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 조사해 뇌물죄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을 기준으로 대기업별 할당액을 정해 통보한 준조세 성격이 크다”며 “두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뇌물로 보면 LG, 신세계 등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기업도 다 엮이는데 강제로 뜯긴 돈을 뇌물공여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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