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얼어붙은 대출, '내집마련'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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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둘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은행에 연장을 신청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3년 전 신혼집을 마련하느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로 연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가 당장 1억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하자 은행직원은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해 매달 50만원의 원금을 갚을 것을 제안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뉴시스 DB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뉴시스 DB


◆은행 소득심사 강화… 대출한도 '뚝'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5년 말 국내 가계부채는 1137조9530억원.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501조2070억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내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25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비중을 상향조정했다. 고정금리는 장기간 금리인상의 위험이 없는 반면 당장 차주가 1%포인트 안팎의 이자를 더 내야 해 부담이 크다. 분할상환은 대출 실행 즉시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젊은층과 신혼부부의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정부는 또다시 ‘8·25 가계부채 대책’의 후속조치로 새로운 소득심사시스템(DSR)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대출, 차 할부금 등 전체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조사해 대출한도에 반영하는 것이다. 금리인상이나 원금상환과 달리 대출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이어서 실수요자에게 타격을 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DSR을 참고지표로 활용하도록 하고 강제가 아닌 자율규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이 정부의 시그널에 따라 자체적인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 등 그동안 정부의 규제를 덜 받던 비은행권의 대출규제 움직임도 빨라졌다. 은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감정가의 70%나 소득의 2.5배 중 더 낮은 금액으로 대출한도를 한정하는 식이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3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다면 기존 한도와 현행 한도의 차이가 최대 1억1500만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차액을 신용대출로 마련하거나 집값이 더 낮은 지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것.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을 때 예전에는 감정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기존 한도의 절반도 못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조8190억원으로 한달 사이 1807억원 늘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세다. 한달 전인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과 비교하면 94.3%나 급감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DB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DB

◆전세대출도 꽁꽁 묶인 실수요자들

심지어 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마저 옥죈다. 전셋값의 80%를 대출해주던 기존 상품이라도 소득에 따라 한도를 깎는 방식이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한 직장인 최모씨는 “전세 재계약을 위해 대출 연장을 요청했더니 이전 한도보다 1억원 이상 적게 나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더 좁은 집이나 교외지역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상품까지 대출한도를 낮추면서 무주택서민의 전세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내집 마련을 계획했던 실수요자의 입주까지 포기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입주 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수요를 막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주물량 넘치는데 거래는 급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4월 3개월 동안 전국의 입주예정 아파트는 전년동기대비 35.5% 증가한 7만9068세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주택물량은 넘쳐나지만 매매나 전세 거래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월세거래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105만3069건으로 전년대비 11.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주택매매 거래량도 8만9000건으로 전달대비 13.9% 줄었다.

지난해 임차유형별 거래량 역시 전세가 79만9457건을 기록해 전년대비 2.7% 감소한 반면 월세거래는 66만160건으로 같은 기간 1.4%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비중은 45.2%로 전년대비 1.0% 증가했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예전에 비해 전세임대를 선호하는 반면 대출규제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설합본호(제472호·제4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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