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톡] 웃고 운 '트럼프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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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뉴욕증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통상 대통령 임기 초반에 기대되는 ‘허니문’ 효과도 일주일 만에 흔들렸다. 트럼프가 경기부양책보다 반시장적 움직임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허니문 벌써 ‘끝’… 불확실성 커졌다

지난달 2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96포인트(0.15%) 오른 2만100.91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2만선을 돌파한 이후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이날 장중 2300선을 터치했고 나스닥종합지수도 5670선에 근접했다. 3대 지수 모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연관이 깊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강력한 인프라 투자 및 경기부양 의지가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우지수는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8일 이후 약 3개월간 12% 이상 급등했다. 2015년 초부터 1만8000선을 넘지못하고 박스권을 형성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에 시장은 뉴욕증시의 ‘트럼프 허니문’ 효과를 기대했다. 허니문 효과는 대선이 끝난 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회가 일시적 안정세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증시에서는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약 100일간 대통령의 공약에 수혜를 입는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2008년 1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공공인프라 확충과 의료서비스 개선 기대감에 제약·바이오, 철강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취임 후에도 다우지수는 감세 정책에 힘입어 자동차·부품, 은행, 유통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채정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채정병 기자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달콤한 허니문보다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새다. 최고수준까지 올라섰던 뉴욕증시는 3거래일간 연일 하락했다. 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장중 22%까지 급등하며 약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VIX가 평균수준보다 낮았던 점도 있지만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트럼프의 보호주의적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공식 취임 후 일주일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멕시코 장벽설치를 지시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이란·이라크·시리아·리비아·소말리아·수단·예멘 등 무슬림 7개 국민의 비자 발급과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장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규모 인프라투자와 경기부양책을 선보이기도 전에 반시장적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누그러지는 반면 주요 교역대상국의 수출 저해와 마찰을 조장하는 보호무역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금융시장은 기대와 불확실성이 혼재하는 트럼프시대에 맞춰 눈높이를 조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증시, 반도체 ‘안심’ 자동차 ‘한숨’

뉴욕증시에 불안감이 커짐에도 국내증시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지난 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가량 상승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우상향하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2.7% 하락하고 중국 상하이지수가 보합권에 머문 것과 대비된다. 국내증시의 강세는 상장사들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반도체주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업종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에서 더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국내 IT업계는 중국의 맹추격을 받는 상황인데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수출 규모가 줄면 한국 회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머니S톡] 웃고 운 '트럼프 허니문'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 이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업종은 대미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갔다. 미국 입장에서 이익을 보는 산업에 굳이 손을 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의 교역마찰, FTA 재협상 국면에서도 반도체·정보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IT업종의 상대적 안정성과 매력도는 유효하다”며 “이들이 트럼프의 광폭행보에서도 코스피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자동차업종은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했다. 자동차 대장주 현대차는 트럼프 취임식 이후 7거래일간 9%가량 빠졌고 기아차는 10%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년 만에 5조원대로 추락하면서 악화된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아차는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두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요인을 트럼프 행보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면 자동차업종부터 손댈 것으로 예상한다. FTA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종이 자동차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FTA 재협상으로 미국 수입관세 2.5%가 다시 부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500억원, 3000억원의 비용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아차는 미국 수출을 위한 거점으로 멕시코를 선택하고 지난해 공장을 준공했는데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주장하고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에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국내 자동차업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생산지가 다변화된 글로벌업체들은 오히려 ASP(평균판매단가) 상승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는 생산지가 여러 곳에 퍼져있어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장효원 specialjhw@mt.co.kr

현상의 이면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눈과 귀를 열어 두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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