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절망 탈출한 '열정'이란 이름

People / 김충훈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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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됐어요. 그땐 머리숱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네요. 2015년 6월 형님이 기증한 골수의 이식치료를 마지막으로 지긋지긋한 백혈병과의 싸움을 끝냈습니다.”

김충훈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지사장(45)은 2014년 말을 잊지 못한다고 말문을 뗐다. 두 아들을 둔 가장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백혈병’ 진단. 힘들어 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여전하다.

“투병생활 도중에도 일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어요. 욕심이 많았거든요.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웠죠. 시간이 지날수록 가진 것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했고 마지막에는 내 목숨도 내려놓겠구나 싶었어요.”

김 지사장은 지난 2년을 회상하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책임자로 부임한 4개월 동안 열정을 불태운 탓에 몸에 이상이 찾아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까운 의원에서 링거라도 맞으라는 아내의 권유를 받아들여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의사는 큰 병원에서 피검사를 받아보라고 했고 새로운 병원에서는 골수검사 후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알고 보니 백혈병이었던 것. 이후 7개월여의 치료 끝에 현업에 복귀했고 회사는 연 30%의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세를 달리는 중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현재 54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2배로 늘려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김충훈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지사장. /사진제공=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김충훈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지사장. /사진제공=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열정'

김 지사장의 첫인상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키가 커서 살짝 올려다봐야 했고 체격도 좋은 편이다. 고집이 느껴지는 인상, 힘 실린 적당한 톤의 목소리도 믿음이 갔다. 취미는 활동적인 걸 즐긴다. 야구, 스노보드, 스키를 좋아한다. 결혼 전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도 즐겨 탔다고 한다.

사회생활은 연극배우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입이 적어 부모의 반대가 심했고 결국 6개월간의 대학로 배우생활을 접었다. 그 시절은 그에게 즐거운 추억이다. 짧지만 배우생활을 하며 목소리를 틀 수 있었고 군대에서도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두려움도 없앨 수 있었다. 영업직의 중요한 두가지 무기를 갖춘 셈이다.

“처음 업계에 발 들인 건 글로벌업체였어요. 영업부 사원으로 시작했고요. 복지나 문화적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네요.”

무역회사에 다니던 중 지인이 외국계 회사를 소개해줬다. 그는 면접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는데 취직에 성공했다. 그래서일까. 의욕이 앞선 그는 우여곡절을 피할 수 없었다.

“전화상담을 주로 하는 고객서비스(CS) 부서로 발령이 났는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흥미롭더군요. 현장에서 뛰는 분들 만나 얘기를 듣다 보니 책상에 앉아있을 때 몰랐던 부분, 특히 인간적 부분이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1년쯤 전화 받는 업무를 해보니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전화는 스피드가 생명입니다. 만약 하루 100통의 전화를 해야 한다면 1번당 1분30초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고객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면서 상담하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힘들었어요. 물론 당시 혈기왕성한 30대 초반이었던 점도 작용한 거 같아요.”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CS교육 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전화상담 직원의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 그들이 업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이 필요했던 것. 그런 노력 덕에 그는 과장으로 승진했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교육이라는 탈출구를 마련한 셈이다.

승진 이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벽을 마주했다. 둘째아이가 태어났고 새로 부임한 부장은 나이가 어렸다. 단지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그를 능가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생각의 방향과 전략을 바꾸고 도전한 결과 5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그토록 원하던 매니저가 됐지만 기존 매니저들의 견제가 심했습니다. 나이 어린 녀석이 치고 올라오니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국내조직과 별개인 아시아지부에 도전했고 필리핀지사장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넘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뒀죠. 12년 동안 몸담은 회사를 떠난 겁니다.”

◆반성 그리고 새로운 삶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약 3개월을 쉬었다. 당시 나이 39세. 많은 회사가 반길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나이에 비해 급여수준이 높아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생회사에 들어갔지만 판매사업자 역할을 해야 했다. 2년여 동안 전국을 떠돌며 영업하면서 얻은 건 ‘자기 반성’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선 프로모션을 내걸면 순식간에 반응이 왔지만 신생회사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내가 잘한 게 아니라 환경이 좋았던 거라고 반성했습니다. 자아성찰을 하던 중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는데 지금 이 자리, 유사나코리아의 지사장이죠.”

유사나는 미국에서 25년 전 설립된 글로벌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20개 시장에서 사업을 벌인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4년 전. 주로 건강식품과 영양제를 생산해 직접판매방식으로 영업한다. 김 지사장에 따르면 경쟁사와 판매방식이 유사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판매자에게 부담을 줘서 실적을 늘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은 윤리적으로 제재를 하거든요. 물론 지금은 가장 큰 차이점이자 성장동력이죠. 앞으로 3년간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고 서로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수시로 제 방을 드나드는 것을 보니 회사의 소통 분위기가 잘 조성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는 투병생활 중 다짐한 버킷리스트 중 스노보드 타기를 실천에 옮겼다. 올해 목표는 사회인야구단을 꾸려 리그에 출전하는 것이다.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저는 운이 좋아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배려를 해줬고 업무공백도 거의 없었거든요. 앞으로 직원들과 함께 꾸준히 나눔을 실천할 계획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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