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소비자 움직인 '갓뚜기 경영'

CEO In & Out / 함영준 오뚜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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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작은 넘어질 듯 아슬아슬했다. 2010년 3월 함영준 오뚜기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가 열릴 때만 해도 회사상황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주력부문인 참치통조림, 카레 등이 경쟁에서 밀리며 업계 5위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매출과 이익도 줄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외환위기에도 나홀로 성장해 온 토종식품업체의 추락. 당시만 해도 오뚜기의 앞날은 불투명해 보였다.

#. 하지만 오뚜기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기존 사업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냉동식품시장에 발을 내딛고 차·홍삼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 먹거리에 주력했다. 애물단지였던 라면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별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빼앗겼던 시장점유율을 되찾아왔다. 이후 오뚜기의 행보는 지금까지 탄탄대로다.

잘 나가는 오뚜기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케찹, 마요네즈, 카레 등 확고부동한 1위 품목에 변화가 생긴 것도, 진라면이 특별히 맛있어져서도 아니다.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선행’들이 뒤늦게 재조명받으면서다. ‘갓뚜기’(신을 뜻하는 god와 오뚜기의 합성)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 ‘세금 1500억· 비정규직 0명’ 관행 파괴

선행, 그 첫번째는 특별한 상속세다. 지난해 9월 함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3주(13.53%), 당시 주가로 350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에는 50%의 증여세가 붙는다. 3500억원을 상속받으려면 세금으로 약 1750억원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해당 주식은 지난해 12월 함 회장에게 증여됐다. 함 회장은 이 주식 전량을 상속받으면서 오뚜기 최대주주에 올랐고, 동시에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됐다. 여기서 포인트는 1500억원대에 이르는 상속세. 함 회장은 이를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정상적인 상속절차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재계에 만연했던 관행 때문이다. 소위 재벌들은 함 회장과 달리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써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90년대 60억원을 상속받아 8조원으로 불렸음에도 세금은 16억원만 내는 게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사회 기득권층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이 만연하다보니 세금전문가들도 함 회장이 왜 그 돈을 다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오뚜기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은 국내에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오뚜기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뚜기 전직원이 정규직이라는 사실도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트 시식코너 직원 1800여명도 오뚜기에선 모두 정규직이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함 회장은 2015년 시식사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오뚜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오뚜기의 비정규직은 0명. 소위 ‘계약직 없는 회사’다.

또 다른 선행 스토리는 함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이다. 함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수십년간 심장병 어린이를 도왔고 눈을 감기 전까지 4000명에 가까운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는 함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선물세트 조립 및 가공을 장애인 직원이 직접 일하는 ‘밀월복지재단’의 ‘굿월스토어’에 위탁하는 등 대를 이은 선행이 계속되고 있다. 


◆ 우리집 라면, 너도나도 진라면으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오뚜기를 ‘노블리스 오블리제 대표 기업’ 이라고 부르며 자발적으로 오뚜기 홍보 전도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이 회사 제품을 사야 하는지 말한다. 수많은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국내 브랜드 생태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트렌드다.

소비자 김모씨는 “A사의 O라면 대신 진라면을 사고, 다른 식품들도 모두 오뚜기로 갈아탔다. 어떤 것이든 간에 오뚜기에서 나오는 상품이 있다면 가급적 그걸로 산다”며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자신의 목소릴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덕분에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16%대에서 2015년 18%대를 넘더니 지난해엔 마의 20% 벽도 깼다. 반대로 부동의 1위인 농심은 2014년 62%대에서 지난해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두 브랜드의 점유율 격차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 매출도 좋아졌다. 2007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3년에는 1조7282억원까지 성장했다. 2012년부터 영업이익도 매년 10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8%, 5.6% 개선된 2조453억원, 14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피자, 오뚜기볶음밥, 진짬뽕 등 히트작의 대거 배출뿐 아니라 모범적인 경영방식이 지금의 오뚜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오뚜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갑질, 일감몰아주기, 세금포탈, 상속싸움으로 대변되는 대기업 코드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라며 “특히 창업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공정거래와 윤리경영이 시대 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오뚜기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갓뚜기 함 회장. 그가 사회적 책임과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오뚜기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함영준 회장은?
▶1977년 오뚜기 입사 ▶1999년 오뚜기 대표이사 부사장 ▶ 2000년 오뚜기 대표이사 사장 ▶2010년 3월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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