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좋은 아파트] 할인분양 받은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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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아파트단지 내 주민들이 모여서 새로 이사오는 이웃의 입주를 저지하기 위해 입구를 가로막았다.
장면2. 한 아파트 주민이 시행사에 항의하다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제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끊었다.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아파트 할인분양과 관련한 주민 간의 집단갈등도 그 중 한 예다. 평생을 모은 전재산도 부족해 수억원 빚을 지고 투자한 아파트는 현대인에게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삶의 전부이자 자존심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 지에 대한 보상이고 계급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같은 아파트를 더 싸게 분양받았다는 이유로 이웃을 해코지하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손해봤다는 억울함… 알고보면 그들도 피해자

2010년대 초반 부동산경기 침체 이후 할인분양 아파트들이 많아졌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소송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이런 할인분양이 다시 고개를 든다. 아파트 공급과잉과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미분양이 늘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타고 있어서다.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서는 아파트 분양권을 2000만원 할인해주고 취득세 절반을 지원해주는 곳이 있다. 인근 기흥구는 53% 할인분양을 내건 아파트도 생겨났다. 인천 청라·영종 일대도 2억원 이상 할인해주는 아파트가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값을 50% 이상 깎아주는 것은 업계 내부에서 볼 때 사실상 망한 단지로 본다"며 심각성을 토로했다.

외부인들은 대개 할인분양에 반대하는 기존 분양자들을 비판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이들도 피해자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이 미달되면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2년 경기도 성남의 한 재건축아파트는 일반분양 81가구 전체가 계약에 실패하면서 10~20%를 할인분양해도 조합원당 약 1억원을 추가분담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할인분양에 대한 조건을 미리 정하거나 후분양제를 정착시키는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분의 할인분양 조건을 미리 정해 놓는 경우도 있지만 시공사가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수주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를 짓기 전 미리 분양대금을 받는 국내의 선분양제 방식으로는 할인분양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할인분양이 이뤄지면 먼저 계약한 사람들은 수억원을 손해봤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시 할인분양을 감안해 미리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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