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공룡' 독립보험대리점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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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아줌마로 대표되던 보험설계사시장이 변하고 있다. 설계사들이 모여 하나의 독립된 대리점 형태로 영업을 진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이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20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된 GA는 높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설계사 유치에 성공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500인 이상 설계사를 보유한 대형GA가 53곳에 이르며 크고 작은 GA를 모두 합하면 4600개에 육박한다. 특히 설계사 수만명을 보유한 공룡급 GA는 연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등 웬만한 중견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기록하며 기존 보험사의 영업망을 위협한다.

◆고액 수수료에 설계사 대거 이동

GA 설계사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결국 ‘돈’이다. GA는 설립 초기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고액의 수수료를 보장했다. 일부 보험왕을 제외하고 보험설계사 대부분은 많은 돈을 벌기 힘든 상황. 이에 GA는 보험사보다 2~3배 높은 수수료를 보장하며 설계사 유치에 적극 나섰고 원수보험사의 설계사 수를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GA 소속 설계사는 약 16만명으로 원수보험사 소속 설계사인 23만명에 7만여명 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원수보험사 설계사는 19만7000명으로 4년간 3만4000명이 감소한 반면 GA 설계사는 20만8291명을 기록하며 원수보험사 설계사 수를 뛰어넘었다. 

원수보험사의 경우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험계약 체결 시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가 통상 50~80% 수준이다. 이마저도 월별·분기별로 나눠받거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1년 이상 유지할 경우 지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GA는 원수보험사 대비 120~200%의 수수료를 선지급한다. 실적 압박이 원수보험사에 비해 덜한 편이며 출·퇴근도 자유롭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또한 GA는 보험사별 영업력이 좋은 ‘알짜’ 설계사 스카우트에도 적극 나섰다. 신생 GA의 경우 대형보험사의 고위 임원이나 금융당국 등 관료 출신이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설계사와 접촉해 1인 혹은 여러 설계사를 좋은 조건으로 한번에 스카우트한다.

2015년 대형보험사에서 GA로 이동한 설계사 A씨(현재 퇴사)는 “당시에는 GA로 이동하는 것이 대세여서 설계사 사이에서도 모이면 ‘어디 GA가 좋다더라’ 식의 얘기가 많이 오갔다”며 “신생 GA에서 기존 수수료의 2배를 제시하는데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설계사 이탈로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조직이 영업력의 핵심이다. 보험사들이 연말마다 연도대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설계사의 사기를 북돋는 것도 일종의 관리차원이다. 핵심설계사 이탈은 곧 보험사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GA가 거둬들이는 매출비중은 급증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 기준 전체 보험사 판매실적(생보사 초회보험료, 손보사 원수보험료) 중 GA가 거둬들인 보험료는 8조6000억원으로 38.1%를 차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사들은 GA 덕을 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설계사조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직접 GA 설립에 나섰다.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은 삼성생명금융서비스, 한화금융에셋·한화라이프에셋, 동부금융서비스·동부MnS, 메리츠금융서비스 등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성적이 신통찮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동부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에셋, 메리츠금융서비스 및 중소형보험사의 GA들도 대부분 지난해 손실을 기록했거나 이익을 냈더라도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단계여서 임차료나 기타비용 등 지출액이 많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단기간 실적을 논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GA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험가입자를 두고 우리 전속설계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설계사 교육프로그램 강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GA 설립이 수익성보다 자사 ‘설계사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실제 자사형 GA의 상품과 영업채널 구성 등이 전속설계사채널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보험인협회 관계자는 “같은 업권의 상품판매를 허용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보험사들은 요지부동”이라며 “자사형 GA 양성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설계사 이탈 방지용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머니S토리] '공룡' 독립보험대리점의 역습

◆‘가입’보다 ‘유지’ 능력 중시돼야

GA채널이 강세를 보이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기존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 21곳의 13개월차 설계사정착률은 40.2%였다. 즉, 10명 중 6명은 1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직하는 셈이다. 가입자들은 담당설계사가 사라져 보험유지관리에서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또한 GA로 이동하는 설계사들은 고액의 수수료를 보장받는 대신 일정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무리한 계약체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완전판매의 단초를 제공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우후죽순 난립하는 GA의 무리한 설계사 유치로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설계사가 판을 칠 우려도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GA의 업무기준을 강화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업무기준에는 보험가입 시 타 회사의 상품 3개를 의무적으로 비교 설명해야 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여러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더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설계사의 역량 중 고객관리 부분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조건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는 경향이 있다”며 “설계사의 잦은 이동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보험유지율에 인센티브를 추가 제공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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