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결코 무섭지 않은 곡성

송세진의 On the Road – 곡성 마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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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철쭉……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꽃이 핀다. 들판과 길을 채우며 활짝 핀 꽃도 좋지만 시골집 담장 위로 올라온 한 그루 꽃나무가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공포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외할머니의 정이 넘치는 푸근한 마을 곡성에서 하룻밤 지내보자.

 

[여행] 결코 무섭지 않은 곡성

◆기차마을에서 외갓집마을까지

덜컹덜컹…… 증기기관차를 타고 간다. 창밖으로는 섬진강이다. 물길, 자전거길, 찻길 그리고 기찻길까지 4가지 길이 동시에 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한다. 옛날식 교련복을 입은 아저씨가 간식을 가득 담은 손수레를 끌고 지나간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졸라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는다. 겨우 두 정거장 거리지만 기차 칸에서 먹는 간식이 남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 보다.

시속 15~20㎞로 천천히 달려온 기차는 종착역인 가정역에 선다. 기찻길 내내 따라오던 섬진강의 힘찬 물소리가 들린다. 가정역 앞 섬진강 출렁다리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물길을 건너 느릿느릿 걷는다. 목적지는 두계산골의 외갓집마을이다. 슬슬 걷다 보면 자전거 여행자들의 쉼터 두가헌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길로 걸어 들어가면 외갓집마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 타고, 기차 타고, 걸어오느라 허기지다. 마을회관에서 마련한 점심이 더 없이 반갑다. 외갓집마을이라더니 외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처럼 푸짐하다. 쌈채소가 부족하자 부녀회장님이 재빨리 나가 텃밭에서 따오신다. 밭에서 바로 온 야채는 보들보들 향기롭다. 한참 맛이 오른 쑥은 된장국과 어울렸고, 도토리묵은 탱글탱글 진한 풍미가 제대로다.


(위) 외갓집마을.
(위) 외갓집마을.

밥을 먹고 꽃을 따러 간다. 마을을 휘휘 돌아 산 밑 꽃나무까지 간다. 이 동네는 돌담이 볼거리다. 집집마다 담을 쌓은 모양이 달라서 어떤 것은 성글게 제주 돌담처럼 생겼고 어떤 집은 성벽처럼 꼼꼼하게 모양을 맞춰 쌓았다. 어떤 집은 서양의 헤링본 무늬처럼 사선으로 엇갈리게 쌓았는데 실제로 이것은 과거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강진에 왔을 때 돌담을 쌓은 모양이다. 하멜의 영향을 받아 당시 이 일대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담장 사이로 봄꽃이 만개했고 산 밑에 얼마 남지 않은 진달래는 마을에서 여행자를 위해 돌봐온 나무다.

꽃 몇송이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이 꽃으로 화전을 만들려고 한다. 그냥 화전이 아니라 토란화전이다. 곡성의 3대 특산물이라는 멜론, 딸기, 토란 중 토란으로 만든 전에 꽃을 올려 부쳐 먹는 것이다. 우선 토란과 찹쌀가루 섞은 것을 익반죽하고 이것을 둥글납작하게 팬에 올려 익힌다. 여기에 꽃을 올리고 조청을 바르면 완성이다. 전은 부치면서 먹는 게 맛, 어느새 한 접시가 다 동 났다. 토란을 넣으니 그냥 찹쌀과는 식감이 다르다. 찹쌀의 쫄깃함에 토란의 쫀득한 식감이 더해져 입에 착착 감기며 목으로 넘어간다. 꽃을 먹으니 봄을 먹는 기분이다. 봄빛은 따스하고 물가에 앉아 전을 부쳐 먹자니 맛과 멋이 그만이다. 이래서 화전놀이를 하는구나.

◆안개마을에서 침실습지까지

섬진강에 왔으니 자전거도 한번 타봐야겠다. 섬진강 하이킹은 보통 청소년야영장 옆에서 시작한다. 근처에 자전거대여소가 있어서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자전거 길이 유명하다 보니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먼 곳에서부터 오는 라이더도 많다. 코스도 2.2㎞ 거리의 체험자용부터, 68㎞ 산악자전거용까지 다양하다. 어쨌든 강바람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리는 맛은, 흔한 말로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이미 봄볕에도 더위를 느낄 정도지만 아직은 기분좋은 땀이 나는 라이딩이다.

이번에는 안개마을에서 출발해 침실습지를 돌아보기로 한다. 지금이 침실습지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닐까 싶다. 노란색 갈대와 연둣빛 나무는 초록을 향해 가고 꽃들이 차례로 핀다. 침실습지는 환경부가 고시한 22번째 습지보호구역이다. 이곳에서 야생동물 1급인 수달, 흰꼬리수리, 2급인 삵, 남생이, 새매 등을 비롯해 638종의 양서류, 곤충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부터) 침실습지, 두가헌.
(위에서부터) 침실습지, 두가헌.

자전거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잠시 걸어도 좋다. ‘뽕뽕다리’라고도 부르는 고달리 잠수교에 닿으면 습지의 모습도 꼭 보아야 한다. 이 다리는 비가 많이 오면 잠길 정도로 물에 닿아 있어 습지 한가운데 와 있는 기분이 제대로 든다. 다리를 건너면 약간 올라왔을 뿐인데 시야가 비교적 넓어진다.

특별한 조형물은 없지만 수평의 구도와 잔잔한 색감만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물은 하늘을 비추고 땅과 물이 어우러진 지형과 동글동글 무리지어 자란 나무들이 만든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다. 물안개가 올라와도, 겨울에 눈이 내려도, 해질 때 붉은 빛 속에서도 장관이라 사진가들의 포토존이라 한다.

◆느릿느릿 건강하게

섬진강의 하룻밤은 강빛마을에서 지낸다.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계한 이곳은 은퇴자를 위한 마을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독일식 외관을 가진 집들이 나란히 서 있어 상당히 이국적인데, 이 중 일부가 숙소다. 마을 뒤로 소나무 숲이 있고 앞에는 섬진강이 흐른다. 천천히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라 체크아웃을 할 때면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시간이 맞으면 딸기 수확 체험도 즐겁다. 하얀 딸기꽃과 빨간 딸기가 늘어진 고랑을 지나며 따먹는 맛이 그만이다. 갓 딴 딸기는 모양만 봐도 싱그러움이 가득해 자꾸만 손이 간다.

집으로 가기 전 읍내 여행자 카페에 잠깐 앉아 본다. 카페에 걸린 사진과 곡성 지도를 보며 이번에 가지 못한 곳은 다음을 기약한다. 5월에는 장미축제를 보러 와야겠다. 운전도 싫고 걷기도 싫으니 기차 타고 내려와 관광 택시를 타고 다녀도 되겠다. 날이 더워지면 카누도 타 보고 아이들과 도깨비마을도 가봐야겠다. 한번 더 오는 것으로도 부족하겠다.


강빛마을.
강빛마을.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증기기관차 탑승지: 곡성역 전라선에서 섬진강 기차마을 입구까지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증기기관차: 검색어 ‘섬진강기차마을’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외갓집마을: 검색어 ‘두계외갓집체험마을’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계길 126
안개마을: 검색어 ‘안개마을 게스트하우스’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목동리 258-4

섬진강기차마을(증기기관차)
http://www.gstrain.co.kr
문의: 061-363-9900
증기기관차 운행 시간: 오전 9시30분 ~ 오후 6시 (총 5회 운행)
증기기관차 이용 요금: (편도 좌석) 대인 4500원 / 소인·경로 4000원
왕복 요금, 입석 요금 등 자세한 정보는 해당 인터넷 사이트 참고
인터넷 예약 필수

두계산골 외갓집마을
문의: 070-7724-5587
부침개만들기, 두부만들기, 압화체험 등 계절마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박시설로 한옥 펜션과 민박 시설이 있다.

곡성 안개마을(침실습지)
문의: 061-363-3231

주민여행사 섬진강두꺼비
문의: 010-307-2756
마을 여행, 공정 여행, 숙박, 단체 여행 등 섬진강 여행에 대한 정보와 예약을 지원하는 주민 여행사다.

음식
미실란 반하다
: 일명 ‘발아오색’ 음식들은 이곳에서 직접 연구하여 농사 지은 발아현미로 요리 한다. 폐교를 개조한 장소도 독특하고 발아현미에 대한 간단한 전시공간과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사전 예약 필수.
발아오색 제철 비빔밥 1만원 / 발아오색 연잎밥 세트 1만원 / 연잎수육 1만5000원
061-363-7060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

1933오후: 여행자 카페이자 바느질하는 차방이다. 주민여행사 대표인 아들과 바느질 공방을 하는 어머니가 함께 운영하는 여행자들의 좋은 쉼터다. 1933은 곡성에서 처음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해이며, 오후는 곡성의 감성적 시간을 의미한다.
손수커피(드립) 4000원 / 더치아이스 4000원 / 오미냉차 5000원
010-2692-1578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읍내18길 6

숙박
강빛마을
: 은퇴자들을 위해 조성한 마을로 일부를 여행자 숙소로 제공한다.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은퇴 후 남편과 설계한 곳으로 현재는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하고 있다.
예약문의: 061-362-3800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강빛마을길 8-21

두가헌: 섬진강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랜드마크가 되는 곳으로 카페와 펜션을 함께 운영한다.
예약문의: 061-362-3800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계길 35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sjung@mt.co.kr

<머니S> 산업부장 정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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