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광주 양림동, 가보셨나요

송세진의 On the Road –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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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은 벽화마을이 아니다. 가끔 담벼락 그림이 눈에 띄긴 하지만 옛날 건물, 요즘 집, 소박한 전시관이 이어질 뿐이다. 특별히 눈을 끄는 게 없는데도 자꾸만 멈춰 서서 자세히 살피게 되는 매력이 있다. 파도 파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곳, 양림동으로 가보자. 

양림동 골목.
양림동 골목.

◆양림의 인물과 옛집

양림동 골목여행은 관광안내소에서 시작한다. 골목여행의 동선도 정할 겸 마을이야기관을 잠시 둘러보자. 양림동의 역사, 이 마을 사람들, 옛 사진과 작품 감상, 오재미, 팔망, 색칠하기 같은 옛 놀이와 미디어 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안내소가 공영주차장에 있으므로 자동차 운전자는 이곳에 차를 주차하면 된다. 이제 준비를 마쳤으면 지도책과 스탬프투어 리플렛을 들고 걷기 시작한다.

이 마을을 대표하는 옛날 집은 최승효가옥과 이장우가옥이다. 관광안내소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막다른 골목에 최승효가옥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사유지여서 집 안을 볼 수 없다. 아쉬운 대로 대문 앞에 있는 게시물로 내부 사정을 상상해 본다. 이 집은 1921년 최상현 선생이 지은 집이다. 중국과 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은 선생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안채의 이름은 자이당. 울창한 숲과 어우러졌다고 하니 집 안에 숲이 있다는 소리다. 집을 지을 때 백두산, 압록강 인근의 최고급 목재를 구해 바닷물에 3년 담갔다가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공들여 지은 집에 다락방이 있었는데, 이곳에 독립운동가를 숨겨준 일화가 유명하다.

멀지 않은 곳에 이장우가옥이 있다. 이곳은 후손이 울타리 한쪽에 집을 지어 살고 옛집은 관람할 수 있게 했다. 1899년 안채와 대문간을 건축했고 1959년 이장우 선생이 매입해 사랑채, 행랑채, 곳간을 지어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안채 앞 마당 한쪽에 우물이 있고 안채 앞에는 펌프가, 장독대 앞에는 수도가 있다. 수원의 변천사가 이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다. 집은 개방했지만 장독은 지금도 사용하는지 장독대 앞에 작은 철문을 만들고 자물쇠까지 채웠다. 예나 지금이나 부엌의 재산은 장이다. 이 또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져 재미있다. 이장우 선생은 동강유치원, 동신 중·고등학교, 동신 여중·고등학교, 동강대학, 동신대학교를 설립한 교육자다.

(위부터) 이장우가옥, 조아라 여사의 유품.
(위부터) 이장우가옥, 조아라 여사의 유품.

소심당조아라기념관은 양림동의 랜드마크인 다형다방 가는 길에 있다. 조아라 여사는 ‘광주의 어머니’라 불린 민주화·사회운동가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선생은 1936년 신사참배를 거부한 수피아여학교의 동창회장이라는 이유로 일제에 검거되어 1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에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광주부인회를 출범시켰고 1951년에는 전쟁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성빈여사를 세웠다.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계엄군에 끌려가 6개월 옥고를 치렀고 1992년에는 분단 이후 처음 열린 남북여성토론회에서 한국 여성계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선생이 이룬 일이 많아 전부 나열하기가 벅차다. 언제나 약자를 품으며 어머니의 모습을 보였으니 ‘광주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에 부족할 것이 없다. 조아라기념관은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10여년간 머물던 자리에 세워졌다. 이곳에서 선생의 유품과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근처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부조가 있는데 왠지 12명의 제자가 앉은 자리에 양림동 선교사들의 얼굴과 조아라 여사가 보인다. 

◆선교 흔적과 근대화 

양림산은 광주 선교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양림산은 시체를 버리던 산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화살대를 납품하는 ‘관죽전’이면서 돌림병이 걸린 아이들을 버리는 풍장터였다. 이곳에 선교사 유진 벨이 나무를 심고 산자락에 교회, 학교, 병원을 세워 ‘생명의 산’으로 바꿨다. 해발 108m의 야트막한 산에는 선교사 묘역이 있고 선교사들의 이름을 딴 길이 있다. 포싸이트길, 브라운길, 카팅톤길, 프레스톤길 등이 광주 양림동에 와서 밀알이 된 선교사들을 기념한다. 

선교사 묘역 바로 아래에 우일선 선교사 사택이 있다. ‘우일선’은 로버트 윌슨 선교사의 한국이름이다. 선생은 1908년 제중원의 원장으로 선교활동을 했다. 집은 1920년에 지은 것으로 광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사직공원 아래에는 유진벨선교기념관이 있다. 이곳에서 100년전 선교사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유진 벨의 한국 이름은 ‘배유지’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선교의 아버지’로 불린다. 유진 벨은 광주·목포 지역에서 선교하며 수피아여학교, 숭일학교, 정명학교, 영흥학교를 설립했다. 일제 때는 신사참배를 거부해 추방되기도 하고 광주 기독병원의 전신인 제중원도 지었다. 기념관에는 양림동 선교사들을 소개하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한국의 초기 기독교 정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위부터) 우일선 선교사 사택, 어비슨 기념관.
(위부터) 우일선 선교사 사택, 어비슨 기념관.

골목 걷기에 지칠 때쯤 만나는 어비슨기념관이 반갑다. 1층엔 전시실과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엔 카페가 있어 차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다. 고든 어비슨은 세브란스병원의 원장이었던 올리버 어비슨의 아들로 농업전문 선교사다. 호남지역의 농촌계몽운동, 사회체육운동을 한 인물로 YMCA를 통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축산, 양계 등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다. 이를 기념한 장소라서 동상 주변을 예쁘게 꾸며놓은 꽃 화분들이 보기 좋다.

어비슨기념관에서 몇걸음만 가면 광주양림교회가 있고 담장 하나 사이로 오웬기념각이 있다. 기독간호대학교 안에 있는 오웬기념각은 몇년 전 드라마 <각시탈>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각종 종교행사,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오웬은 유진 벨과 함께 1904년에 광주 선교를 시작했지만 1909년 폐렴에 걸려 순교자가 됐다. 향년 42세로 너무 이른 나이였다. 건물은 1914년 가족과 친지들의 후원금으로 지어졌다. 오웬이 생전에 할아버지에게 ‘광주 학생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강당이 필요하다’고 편지를 썼는데 그 소원을 사후에 이룬 것이다. 처음 방문하면 아치 장식의 문이 두 방향에 있어 어디가 전면인지 헷갈린다. 보통은 한쪽에만 있어야 할 정문이 둘인 이유는 남자와 여자 출입구를 구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녀 학생이 한곳에 모여 문화생활을 즐긴 그 시절의 ‘핫플레이스’였음에도 남녀가 각기 다른 문으로 드나들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화려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철거될 위기가 여러번 있었는데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 중이다.

양림동은 아직 반도 못 봤다. 속속 들어서는 예쁜 카페와 문화 공간, 펭귄마을과 남광주시장에도 볼거리가 많다. ‘양림동 다시 한번’을 기약한다. 

[여행] 광주 양림동, 가보셨나요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양림동관광안내소: 1. 광천터미널(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금호36, 518번 버스 승차 - 문화의전당역 정류장 하차 - 양림동관광안내소까지 걷기 
2. 광천터미널(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지원25, 수완03번 버스 승차 - 남광주역 정류장 하차 - 양림동관광안내소까지 걷기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양림동관광안내소: 검색어 ‘양림동관광안내소’  /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202-69 
조아라기념관: 검색어 ‘소심당조아라기념관’ / 광주광역시 남구 제중로46번길 3-6
유진벨선교기념관: 검색어 ‘유진벨선교기념관’ / 광주광역시 남구 제중로 70 

양림동 관광안내소 
문의: 062-676-4486

이장우가옥
문의: 062-233-9370
개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일요일 휴관) 

소심당조아라기념관 
문의: 062-673-8681
개관: (월~금) 오전 9시 ~ 오후 6시 / (토) 오전 10시 ~ 오후 3시 / 법정공휴일, 일요일 휴관 

유진벨선교기념관 
문의: 062-675-7009 
개관: 오전 9시 ~ 오후 6시 (휴관: 매주 월요일) 

오메광주(광주 관광 사이트) 
http://tour.gwangju.go.kr

음식, 카페
어비슨: 어비슨 기념관 2층에 있는 카페로 수피아 학생, 양림교회 신자들의 사랑방이다. 커피, 차값이 저렴하고 편하고 넓은 공간과 팀회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아메리카노 1500원 / 요거트스무디 3900원 / 녹차 1500원 
062-675-3232  / 광주광역시 남구 백서로 66-1 

남광주시장 종합음식점: 양림동에서 남광주역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남광주시장은 돼지국밥집이 많다.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내고 아삭한 콩나물을 듬뿍 넣은 순대국밥은 돼지 냄새 없이 깊은 맛이 일품이다. 
머리국밥 6000원 / 순대국밥 5000원 / 모듬국밥 6000원 
062-222-8351  /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17번길 4 

숙박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 우일선 선교사 사택 앞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로 양림산 아래 울창한 숲이 거실 통유리창으로 보인다. 붉은 벽돌과 나무가 어울린 안팎으로 예쁜 숙소이다. 
예약문의: 062-654-0976 / 광주광역시 남구 제중로47번길 20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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