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

송세진의 On the Road – 부산 임시수도와 비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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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임시수도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대통령은 부산까지 내려왔고 이곳에서 3년 동안 국정을 돌봤다. 경남도청이 정부청사가 됐고 도지사의 집은 대통령 관저가 됐다. 피난민들은? 그들은 일본인 공동묘지에 집을 지었다. 그 1000일의 이야기, 부산으로 떠나보자.

비석문화마을 하늘전망대.
비석문화마을 하늘전망대.

◆임시수도정부청사

임시수도정부청사였던 건물은 현재 동아대학교 박물관으로 쓰인다. 지하철 토성역에서 동아대학 부민캠퍼스를 향해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벽면에 ‘임시수도기념거리’라는 표시가 있다. 그 위로는 1915년부터 1968년까지 운행했다는 전차가 전시돼 있다. 길가에는 부산 임시수도 시절의 옛 모습을 묘사한 부조와 조각, 사진 등이 있다.

임시수도정부청사 건물은 웅장하고 예스럽다. 원래는 일제가 경남도청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건물이었다. 1925년에 준공돼 지금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41호로 지정됐다. 6.25 전쟁 때는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로 쓰였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다시 경남도청, 부산지방검찰청이 됐다. 현재는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석당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자료를 전시한다. 국보 2점, 보물 11점 등 2만7600여점을 소장하고 전시 중이다. 임시수도정부청사 기록실은 3층으로 석재, 기와, 벽돌 등이 전시됐다. 주로 건축 양식과 여러번 변형된 건물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다. 처음에는 ‘一’자로 만들었다가 1960년대에 증개축을 거듭하며 ‘ㅁ’, ‘日’자가 됐다가 2002년 후면의 훼손된 부분을 철거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임시수도 시절이 궁금해졌다면 이제 임시수도기념관으로 올라가 보자.


(위부터) 임시수도기념관,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판잣집
(위부터) 임시수도기념관,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판잣집

◆임시수도기념관

임시수도정부청사 뒤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임시수도기념관이 나온다. 이 집 또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양옥집이다. 1925년 경상남도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1926년에 도지사 관사로 지어졌다. 한국전쟁 발발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렀다. 1950~1953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일제의 경남도청이었던 건물을 정부청사로, 일제의 도지사 관사였던 집을 대통령의 거처로 사용한 것이다. 대통령마저 일본인이 두고 간 건물에 기거할 수밖에 없었던 다급하고 고단한 역사가 아릿하게 떠오른다.

‘사빈당’이라는 당호를 가진 집은 기울기가 가파른 검은 기와지붕과 그 위로 높이 솟은 굴뚝으로 이국적인 옛집의 정취를 드러낸다. 부산시 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이 집은 일본가옥 특유의 밀도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1층은 응접실, 서재, 내실, 식당, 부엌, 욕실, 조리사실, 경비실 등이 있고 각 실에 152점의 소장품과 사진, 책 등이 전시됐다. 2층에는 집무실, 전시실, ‘회상의 방’이라는 이름의 마루방이 있다. 오래된 건물이라 2층에서 7명 이상 동시 관람하는 건 금지다.

대통령 관저 뒤에는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로 가는 안뜰은 이화, 종려나무 등 이국적인 나무가 있는 일식 정원이다. 이곳은 야외전시실로 꾸며졌다. 한국전쟁과 당시 부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전쟁, 피난민, 산복도로, 부산 밀면, 판잣집, 시장 등 생생한 이야기를 잔뜩 보여준다. 천막학교는 사진에 그치지 않고 실물로 재현해놨다. 피난 내려와 하루하루 배를 채우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아이들만큼은 가르치고자 했던 대단한 교육열이 보인다.

전시관은 옛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관사였다. 1980년대 건물로 앞 건물과는 시대 차이가 있다. 이곳은 2002년에 임시수도기념관 영상관으로 개편했다가 2012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관했다. 전시관은 크게 두 파트로 구분된다. 1부에서는 한국전쟁과 피난민의 삶을 다루고 2부에서는 임시수도 1000일을 주제로 정치, 행정, 경제 등을 보여준다.

 

비석문화마을.
비석문화마을.

◆비석문화마을

임시수도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미동이 있다. 아미산 자락에 자리잡은 달동네다. 이곳에는 비석문화마을이 있는데, 이 또한 피난민들의 이야기가 얽힌 곳이다. 대통령마저 일본인이 쓰던 관저에 지냈으니 서민은 어땠을까. 밀려 내려온 피난민은 하루아침에 거지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판잣집을 지었다고는 하지만 집 지을 땅은 고사하고 누더기 같은 ‘판자’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일본인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던 아미동에 터 잡은 사람들은 집을 지을 재료가 없어 일본인 묘의 비석과 돌들을 가져다 자재로 썼다. 비석문화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묘지 위의 집’을 보면, 무덤가의 돌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다. 묘의 경계석과 외곽벽은 집의 축대로, 비석과 상석은 계단, 바닥, 문지방 등으로 사용했다. 죽은 자의 집 위에 산 자가 터전을 잡았고 그렇게 삶을 이어갔다.

흔히 ‘골목여행’이라고 하지만 이곳을 ‘여행’한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만한 좁고 가파른 골목 양쪽은 누군가의 집이다. 방이고, 화장실이고, 부엌이다. 그러니 조용하고 조심해야 한다. 단순히 사진 찍고 볼거리를 찾아오는 골목여행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찾는 게 좋겠다. 아이가 어리다면 서둘러 올 필요도 없다.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할 만한 준비가 되었을 때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혹자는 이곳에서 보물찾기 하듯 비석을 찾아다닌다고 하는데, 그 ‘보물찾기’가 이곳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프로판 가스통을 받치고 있는 누군가의 묘비, 어지럽게 쌓아 축대를 이룬 일본인의 묘비가 이색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흔적들을 보며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한번 더 전쟁의 아픔에 공감하고 열심히 살아주신 앞 세대에 감사했으면 좋겠다.

위로 향한 골목을 오르면 하늘전망대가 있다. 구름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해서 달랑달랑 달아놓은 구름이 귀엽다. 멀리 부산항과 부산타워가 보이고 용두산이 보인다. 달동네의 축복은 탁 트인 전망이다. 팍팍했던 피난민의 삶도 이곳에서는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을 것 같다. 임시수도정부청사에서 비석마을까지, 고단했던 역사를 찾아다닌 여행자도 잠시 다리를 쉬어보자. 멍하니 앉아 하늘과 바람의 위로를 받고 가자.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임시수도정부청사: 부산지하철 1호선 토성역 하차 -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로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검색어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 부산광역시 서구 구덕로 225 동아대학교 박물관
임시수도기념관: 검색어 ‘임시수도기념관’ / 부산광역시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45
비석문화마을: 검색어 ‘비석문화마을’ /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로 49

임시수도정부청사(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문의: 051-200-8493
http://cms.donga.ac.kr
개방시간: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임시수도기념관
문의: 051-244-6345
http://museum.busan.go.kr
개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1월1일 휴관)

부산광역시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


음식·카페
기찻집
: 비석문화마을 체험카페로 아미골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아미동주민센터와 감천마을 사이에 있어 감천마을이 잘 보인다.
에스프레소류 2000원~3500원 / 쿠키 1000원 / 한라봉차(1kg, 병판매) 1만5000원
051-46-8899 /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2가 89-78

몽실종가돼지국밥: 토성역 아미동주민센터 근처에 있으며 엉뚱하고 솔직한 방송인 사유리가 인정한 돼지국밥집으로 잘알려졌다. 국밥 이외에 보쌈, 족발, 막국수 등 메뉴가 다양하다.
수육백반 9000원 / 따로돼지국밥 7000원 / 반반보쌈(수육+족발) 4만원
051-256-0133 /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2가 113-1

숙박
지앤비호텔: 아미동, 토성역과 부평족발골목, 보수동책방골목, 국제시장 등 시내 주요 관광지와 가까워 부산 서구와 중구를 여행하기 좋다.
예약문의: 051-243-5555 / 부산광역시 중구 흑교로 19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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