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사은품 안주나요"… 당황한 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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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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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보험사의 박모 설계사(남·37)는 요즘 주부고객들의 사은품 요구에 걱정이 태산이다. 관리 고객들이 주변 지인의 사은품 사례를 거론하며 "왜 나는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일이 잦아진 것. 박씨는 "기존 가입자가 해약을 미끼로 사은품을 요구하면 응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로서도 관리 규정을 지켜야해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설계사들이 사은품을 미끼로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일은 보험업계에 공공연한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 역으로 가입자들이 설계사에게 무리한 사은품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아 관련 종사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설계사가 자초한 사은품 '먹튀' 

현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의 사은품 제공 한도는 3만원 이하다. 당연히 설계사는 가입자에게 3만원 이상의 사은품을 줄 수 없지만 교묘히 현행법을 피해 고가 유모차, TV, 보험료 첫달 대납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가입자들은 첫달 보험료 대납을 요구하고 고가의 사은품을 챙긴 뒤 한두달 후 보험을 해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설계사 입장에서는 3만원 이상 사은품 지급이 불법이어서 신고자체를 주저한다. 현행 보험업법상 3만원 이상의 현금이나 물품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했을 시 설계사는 물론 가입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일부 설계사는 '먹튀' 고객을 막기 위해 보험가입 후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 사은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한다"면서도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가입자는 극소수다. 가입자들은 '다른 설계사는 OO혜택을 준다'며 은근히 설계사를 압박해 우리로서도 별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일부 설계사들이 스스로 자초한 점도 있다. 보험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광고에 나서며 설계사들끼리 사은품 경쟁을 진행한 탓이다. 

설계사들은 누구나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사이트를 개설해 가입자 유치에 나설 수 있다. 사이트 메인에 고가 유모차, 카시트, 유아 관련용품 등의 이미지를 걸고 고객을 유혹한다.

심지어 일부 설계사는 파워블로거에게 사은품 광고를 의뢰하기도 한다. 블로거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처럼 게시글을 작성한 후 고급 유모차를 받은 점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또 글 마지막엔 보험가입사이트의 주소가 링크돼 있다. 또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지급한다는 광고글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설계사의 사은품 광고글을 게시한 한 파워블로거는 "보험가입자 중 특히 주부를 타깃으로 한 고가 유모차, 카시트, 아기용품 등을 선전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실제로 문의쪽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보험상품이 회사마다 비슷하기 때문에 차라리 더 좋은 사은품을 주는 설계사에게 가입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 보험가입 사이트의 사은품 광고 모습.
한 보험가입 사이트의 사은품 광고 모습.

◆고가 사은품, 사실상 내 돈주고 사는 셈?

이처럼 설계사들이 제공하는 사은품은 어떤 형식으로 제공되는 것일까. 전직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한 결과 사실상 고객이 제 돈을 주고 사은품을 사는 것과 같다고 귀띔했다.

전직 설계사 A씨는 "일부 사은품에는 자기부담금이란 것이 존재한다"며 "사은품을 공짜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금액을 내고 받는 형태를 말한다"고 말했다.

가입자가 보험을 가입하고 50만원 상당의 유모차를 받았다면 자기부담금이 존재했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가입자들은 아주 고가 제품의 경우 5만~20만원 상당의 자기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실상 50만원짜리 유모차를 자기부담금 20만원가량을 내고 구입한 셈"이라며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겠지만 사실상 보험가입에 의한 공짜 사은품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제품은 중국산 짝퉁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부 부도덕한 설계사들이 사은품으로 영업하면서 선량한 설계사가 피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 스스로 사은품에 현혹되기보다는 상품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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