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벽에 부딪힌 '쿠팡맨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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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택배원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여겨진 '쿠팡맨'. 택배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던 이커머스기업 쿠팡의 야심찬 고용실험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쿠팡은 지난 3년간 택배기사인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며 사세를 키웠지만 그 결과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쿠팡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계약해지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쿠팡맨들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업계 안팎에선 쿠팡의 존속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새정부 일자리 창출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재계와 정치권도 쿠팡의 사례에 주목한다.

◆쿠팡맨 임금·정규직 갈등 격화

3년 전 쿠팡은 택배기사 1만5000명을 계약직으로 뽑아 이 중 60%를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은 물론 계약직에게도 주 5일 근무 정시 퇴근에 3000만원대 연봉과 4대보험 가입 등을 제공하겠다는 획기적인 도전이었다.

쿠팡의 도전은 사회적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열악한 근무조건의 대명사인 배달사원을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하면서 국내 채용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소비자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2015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쿠팡은 초반에 비용 부담을 떠안더라도 서비스가 개선돼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쿠팡은 매출액이 2013년 478억원에서 로켓배송 도입 이후인 2014년 3485억원, 2015년 1조1337억원, 지난해에는 1조9159억원을 기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쿠팡맨과 로켓배송에 따른 적자폭 역시 급격히 커졌다. 2015년 526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56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간 쌓인 적자만 1조원이 넘는다. 3년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10억달러를 소진한 셈이다.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쿠팡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2015년 김범석 대표의 2년 내 택배기사 1만5000명 채용 약속도 지켜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에는 쿠팡맨 임금지급·정규직전환 갈등과 쿠팡맨 수 부풀리기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76명의 전·현직 쿠팡맨은 서울 광화문 청와대 국민인수위원회에 '비정규직 대량 해직 사태 해결 탄원서'를 제출하며 쿠팡의 임금삭감 및 부당해고를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 2~4월 쿠팡맨 218명이 계약해지를 이유로 쫓겨났다”면서 “쿠팡이 배송인력을 상시 ‘인력 물갈이’하면서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류담당 후임 부사장에 쏠리는 눈

최근에는 쿠팡 로켓배송 총괄 헨리 로 쿠팡 수석부사장이 사실상 경질돼 회사를 떠났다. 이후 앙드레 뽈 클레잉 부사장이 배송 담당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앙드레 신임 부사장은 GE파워컨버젼에서 글로벌 물류담당 총괄을 했고 아마존 프랑스에서도 근무한 이력의 소유자로 쿠팡 로켓배송(24시간 내 무료배송)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로켓배송과 쿠팡맨 서비스가 종전과 동일하게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외국인 물류 책임자를 앉혀 이미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또다시 비슷한 스펙의 외국인 책임자를 후임으로 데려온 것에 의문을 표한다.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쿠팡의 이 같은 인사는 해외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앙드레 부사장은 김 대표의 의중과 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배송서비스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끌고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전에는 쿠팡맨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호재성 이벤트처럼 비춰져 한순간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쿠팡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쿠팡이 쏘아올린 로켓, 불발탄 될라

유통업계 안팎에선 쿠팡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상거래업체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사실상 가격을 제외하면 경쟁 포인트가 없다 보니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이뤄진다”면서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가 외부택배업체를 이용하고 비용을 줄이는 상황에 쿠팡의 경우 배송에만 4배가량 높은 인건비를 들이고 이를 차별화로 고집하다 보니 너무 멀리 온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한 가운데 재계와 정치권도 쿠팡의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재계는 쿠팡의 수익성 악화에 주목하고 정치권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작용에 관심을 갖는다.

정의당에선 고용노동부에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행위가 지속될 경우 김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에 부르는 방안까지 고려하겠다는 전언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을지로위원회 측은 “정규직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이지만 쿠팡맨 사례를 통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꼬일대로 꼬인 쿠팡맨 문제를 새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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