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건설사에 드리운 '녹조라떼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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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건설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문 대통령이 전국 수중 생태계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명박정부 때 진행된 4대강사업을 지목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천명해서다. 민간 환경단체는 이른바 ‘녹조라떼’로 전락한 오염된 강물을 살리기 위해 4대강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전국 주요 강을 돌며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다.

반면 4대강사업에 나섰던 주요 건설사들은 이미 담합 등으로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며 추가 제재는 부당하다는 입장.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 정부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며 4대강사업 참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조기대선 여파로 늦춰졌던 분양이 다음달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지만 4대강사업을 겨눈 정부의 사정 칼날에 건설업계의 앞날은 캄캄하다.

◆22조 녹조라떼 풍년

그야말로 '녹조라떼 풍년'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일대를 물들인 시민들의 붉은악마 티셔츠처럼 4대강 보가 설치된 전국 주요 강은 몇년째 심각한 녹조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명명한 이 사업에는 22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지만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각종 유해생물이 강물을 점령하는 등 수중생태계는 엉망이 됐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사업 추진 단계부터 착공, 완료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민간 환경단체와 학계 전문가 등은 인위적으로 강바닥 모래를 긁어내고 물길을 막는 4대강사업의 보 설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경고했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한 민간 환경단체 관계자는 “4대강사업 초기에 국내외 연구논문 등을 비롯해 구체적인 근거 등을 제시하며 4대강사업으로 인한 수중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며 “새정부 들어 정부와 소통의 길이 열렸지만 워낙 오염이 심각해 복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졸속추진·혈세낭비·생태계 파괴 등 온갖 비판을 떠안고도 지난 두번의 정권에서 봉인된 4대강사업은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하지만 4대강사업을 바라보는 문재인정부와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의 시각은 판이하다.

◆문재인 로드맵은 사실상 '보 해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적폐청산에 나섰다. 특히 국민혈세 22조원이 투입되고도 심각한 수중생태계 파괴를 야기한 것으로 지적된 4대강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사실상 전국 16개 4대강 보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녹조라떼’를 없애겠다며 낙동강과 금강의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하고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갔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상시 개방이 결정된 곳은 녹조 발생이 심한 낙동강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정부는 모내기철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이 없는 1단계까지 우선 개방한 뒤 모내기철이 끝나면 수위를 더 낮춰 하천유지용수나 생활·공업용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같은달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6호 업무지시’를 내렸고 같은날 국무조정실엔 농식품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모인 ‘통합물관리 상황반’도 설치됐다.

정부는 이번 상시 보 개방 계획에서 제외된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상황,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검토하고 양수장 시설 개선과정 등을 거쳐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보 해체 수순이나 다름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4대강 보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건설비용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몇년 전부터 나와서 비용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4대강사업에 대한 정책감사까지 지시해 해체는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새정부가 4대강사업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자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업계는 뒤숭숭하다. 이미 4대강사업 담합비리 등으로 과징금 철퇴를 맞았지만 정권교체 뒤에도 여전히 수중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낙인 찍혀 추가 제재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추가 제재 우려에 노심초사

“정부가 나서면 기업은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냐.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발을 빼고 기업만 제재를 받는 게 현실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 정권에서 4대강사업 담합비리 등으로 과징금 제재를 받은 만큼 부당한 추가 제재는 없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1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담합에 대한 제재로 17개 건설사에 1115억원, 2014년에는 7개 건설사에 1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4개 건설사는 두차례 모두 적발됐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계는 4대강사업 전면 재검토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고강도 감사에 따른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많다. 4대강사업에 투입된 22조원의 국민 혈세 상당수가 담합을 통해 고스란히 건설사 곳간을 채운 만큼 고강도 감사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는 논리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바람을 타고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B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사업으로 건설사 배를 불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부 요청에 수익성 없는 사업임에도 억지로 참여했다 된서리를 맞게 생겼다. 다들 동네북이 된 기분일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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