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논란] 애플 꼼수, 구글이 업그레이드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구글세’(Google Tax)라 하면 왠지 구글로 인해 만들어진 조세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용어가 탄생한 건 2014년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다국적 IT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단속하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오스본이 ‘구글’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주 타깃이 구글이었던 탓에 주요 언론이 ‘우회이익세’(Diverted Profits Tax)라는 정식 명칭보다 ‘구글세’라는 용어를 애용한 것이 아예 굳어졌다.

구글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분야의 원조이자 현재까지 가장 많은 세금을 회피한 기업은 따로 있어서다. 바로 애플이다.

구글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구글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애플이 만들고 구글이 업그레이드하다

1970년대부터 PC혁명을 선도해온 애플은 기술분야의 혁신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애플은 이전에 없던 독특한 조세회피기법을 만들어 냈다. 업계인들 사이에서 ‘유럽 최악의 비밀’로 지칭됐던 합법적 탈세전략,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다.

더블 아이리시는 아일랜드에 설립한 2개의 법인을 통해 다국적기업 본사가 세금을 최소화하는 기법이다. 애플의 경우 1980년 아일랜드에서 설립한 애플 오퍼레이션즈 인터내셔널(AOI), 애플 오퍼레이션 유럽(AOE),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ASI) 등 3개의 자회사가 더블 아이리시의 핵심 축이다. AOI는 애플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회사로 애플의 각종 지적재산권과 상표권을 보유한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지만 AOE, ASI는 물론 각국에 산재한 애플의 해외판매법인 대부분을 지배한다. 각 해외법인에서 모인 판매수익은 ASI와 AOE를 거쳐 AOI로 모인다.

덕분에 인구 500만이 안되는 아일랜드가 전세계 애플 매출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일랜드의 특이한 세법 덕분이었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가진 나라로 유럽연합(EU) 국가 간 자본 이동에 제한이 없고, 결정적으로 자국 내에 주소지가 없는 법인도 등록이 가능하다. 또 자국 내에서 발생한 매출과 관련한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애플의 더블 아이리시 조세회피기법은 기업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야후, 어도비 등 쟁쟁한 IT기업들을 비롯해 GE,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스타벅스 등 비IT기업들도 이 기법의 애용자다. 

특히 구글은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한단계 더 진화한 조세회피기법을 만들었다. 두개의 아일랜드 법인 사이에 한개의 네덜란드 법인을 끼워넣은 모델이다. 

다행히 더블 아이리시는 조만간 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2014년 아일랜드정부는 조세주소지가 없어도 법인 등록이 가능한 조항을 2020년까지 무효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글세 추징한 나라들

앞서 소개했듯 구글세는 영국에서 처음 공론화되며 법제화됐다. 2015년 4월부터 다국적기업이 영국 내에서 얻은 경제활동 수익을 국외로 옮길 경우 해당 수익의 25%를 세금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의 ‘우회이익세’를 운용하고 있다. 2016년 1월 영국 국세청은 1억3000만파운드(약 185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구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부터 구글이 체납한 것으로 추정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정부의 그간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자축했지만 노동당 등은 “실제 체납액에 비해 추징액이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탈리아 국세청이 탈세 수사 끝에 구글에게 10여년 간의 미납 세금 3억600만유로(약 3825억원)를 받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에서는 오스본과 국세청에 재차 비난이 쏟아졌다.

프랑스는 한술 더 떴다. 지난해 5월 프랑스 검찰은 구글을 압수수색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영국과 구글의 협상을 안좋은 사례로 언급하며 보다 많은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사팽이 구글에 기대하는 금액은 16억유로(약 2조원)지만 실제론 5억유로(약 6500억원)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호주도 영국과 유사한 조세법 개정안을 2015년 12월에 도입해 지난해 1월 발효했다. EU 차원의 구글세 부과 움직임도 있다. EU 경쟁위원회는 2015년 4월 구글이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글이 지난해 말 수용불가 의견서를 보냈으나 EU 판단이 최종 확정될 경우 최대 4조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와 타협해가며 미납 세금을 납부하려는 구글과 달리 ‘원조’ 애플은 여전히 완강하다.

지난해 8월30일 EU 경쟁위원회는 3년여의 조사 끝에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불법적인 세제 지원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미납세금 130억유로(145억달러)를 이자와 함께 지불하라고 애플에 명령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정부는 이 명령이 자국의 주권을 침범했다며 항소를 선언했다. 

애플 역시 항소 의지를 드러내고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항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EU에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가 국제적 통상마찰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 2015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통해 BEPS 프로젝트를 정식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BEPS는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의 약자로 지난해 7월 기준 85개국이 참여 중이다. 디지털·공유경제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제조세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의식
정의식 esjung@mt.co.kr

<머니S> 산업부장 정의식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480.40상승 11.5218:05 02/03
  • 코스닥 : 766.79상승 2.1718:05 02/03
  • 원달러 : 1229.40상승 9.118:05 02/03
  • 두바이유 : 79.77하락 1.1318:05 02/03
  • 금 : 1876.60하락 54.218:05 02/03
  • [머니S포토] '조국' 징역 2년·추징금 600만원 1심 선고…법정 구속은 면해
  • [머니S포토] 1심 선고공판 출석한 조국 전 장관
  • [머니S포토] 안철수 "전당대회 이런식으로 가면 안돼…페어플레이하자"
  • [머니S포토] 이재명 "윤석열 정부, 통상전략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머니S포토] '조국' 징역 2년·추징금 600만원 1심 선고…법정 구속은 면해

칼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