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호랑이의 꼬리’를 밟다

송세진의 On the Road – 포항 호미곶, 죽도시장, 구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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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에너지가 넘친다. 호미곶에선 우리나라의 첫 일출을 맞이하고 죽도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역동성과 싱싱한 생명력을 느낀다.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에는 일제강점기 번화가의 흔적이 남아있다. 대항만의 역사를 가진 포항에서 기를 가득 채워 보자.


상생의 손.
상생의 손.

◆대한민국 첫 해를 만나는 호미곶

호미곶. 여기가 바로 한반도 남단의 동쪽 끝이다.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라는 뜻으로, 지도를 보면 남동쪽 끝에 삐죽 나온 지점이다. 우리 국토의 가장 동쪽에 있으니 매일 첫 일출을 맞이한다. 매년 1월1일에는 전국에서 해맞이 관광객이 모이고 손님 대접을 잘하기 위해 하나둘 주변을 조성한 것이 ‘호미곶해맞이광장’이 됐다.

광장의 새천년기념관은 전시관이자 커다란 전망대다. 전시관 1층에서는 포항의 바다, 역사, 문화를 소개하고 2층 포항바다화석박물관에서는 풍부한 화산 자료로 지구의 역사, 특히 바다의 역사를 보여준다.

호미곶은 사계절 여행자가 끊이지 않는다.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잠깐이나마 피할 수 있어 누구나 한번쯤 들르곤 한다. 광장에는 커다란 가마솥도 보인다. 단순히 전시용이 아니라 불을 뗄 수 있는 진짜 가마솥이다. 4톤, 2만명분의 국을 끓일 수 있는 이 솥은 일년에 단 한번 사용한다. 새해 일출 행사 때 떡국을 끓여 여행자들과 나눠먹는 것. 언제부터인가 호미곶의 명물이 됐다.

광장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상생의 손’이다. 호미곶을 사진으로만 접했다면 바다에서 솟은 손 하나가 익숙하겠지만 사실 이건 전체 작품의 반이다. 온 인류가 화합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가진 이 작품은 바다에 있는 오른손과 땅의 왼손이 한쌍이다. 땅 위의 ‘왼손’ 앞에는 3개의 불씨가 있다. 변산반도의 일몰 불씨, 영일만 호미곶 일출 불씨, 마지막 하나는 독도와 남태평양 피지섬의 불씨를 동시에 채화해 합한 불씨다. 이들은 2000년에 새천년을 맞이하며 채화한 것으로 18년째 잘 타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광장 주변으로 한반도 지도, 연오랑세오녀 등의 조형물이 있고, 바로 옆에 등대박물관이 있다. 공연장은 지붕에 인조잔디가 깔려있어 본래 기능보다는 돗자리를 깔고 쉬어가는 장소, 아이들의 미끄럼틀, 바다를 보는 전망대로 인기리에 사용된다.

  

호미곶관광지.
호미곶관광지.

◆동해안 최대의 죽도시장

포항에 와서 죽도시장을 지나치기 아쉽다. 이곳은 2500여개의 점포를 가진 거대시장으로 어시장뿐 아니라 곡물시장이 함께 있다. 이런 대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것은 ‘항구도시 포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항구의 시작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732년 함경도에서 대기근이 발생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환곡을 저장하는 포항창이 개설되면서 항구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상업이 발달하며 시장이 하나둘 늘었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발달한 항구와 시장을 일제가 가만 놔뒀을 리 없다. 포항은 철도를 통해 동해안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품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수탈의 통로가 됐다. 1930년대 후반에는 무려 16개의 시장이 포항에서 성업했다고 한다.

죽도시장에 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녀야 한다. 일행이 있다면 서로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가벼워진 지갑을 발견할 수도 있다. 겨울에는 대게와 과메기가 있고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도 유명하다. 꿈틀거리는 전복, 대구와 고래고기 등 각종 수산물과 처음 보는 해초, 건어물을 원없이 구경하게 된다.

특히 개복치는 이곳에만 있는 별미다. 과메기는 이미 잘 알려졌지만 개복치는 생소해서 ‘개복치 맞습니다. 그만 물어보세요’라는 개구진 간판을 걸어놓은 집도 있다. 상당히 큰 생선으로 몸 길이가 약 4m, 무게는 평균 1톤에 달한다. 넓적하게 생긴 것이 마치 바다의 우주선 같다고들 한다.

개복치는 맛에 특별한 개성도 없고 생긴 것도 못생겨서 예전에는 잡히면 그냥 버렸다. 요즘은 무미에 가까운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귀한 음식이 됐다. 개복치를 삶으면 투명해지는데 지방이 없어 다이어트에 좋고 콜라겐 덩어리라 피부 미용에도 좋다. 포항에서는 명절날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린다.

 

(위부터) 일제강점기 구룡포 해안, 구룡포 근대역사관
(위부터) 일제강점기 구룡포 해안, 구룡포 근대역사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죽도시장을 본 김에 구룡포까지 가 보자.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는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어촌이다. 1910년대부터 일본 가가와현과 오카야마현의 어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923년 구룡포항을 축항하면서 더 많은 일본인이 이곳에 와서 터를 잡았다.

단기간에 동해 최대의 어업전진기지가 된 구룡포는 병원, 백화점, 요리점, 여관 등이 늘어선 번화가였다. 물론 일본인을 위한 일본식 거리였다. 조선 사람은 수탈에 굶주려야 했지만 일본인들은 호화로운 집을 짓고 부귀를 누렸다. 일본 패망 후 일본인들도 물러갔고 건물은 대부분 철거되거나 방치됐다. 2011년, 포항시가 이곳을 정비하고 28동의 건물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치욕의 기억도 우리의 역사이니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골목 입구의 가파른 계단에는 이 거리의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구룡포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인데 양 옆에는 돌기둥이 난간처럼 늘어섰다. 이것은 원래 일본인들이 세운 것이다. 총 120개나 되는 기둥에 제각기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구룡포항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일본인 이주민들의 것이었다. 광복 이후 주민들은 기둥 위에 시멘트를 발라 새겨진 이름을 덮어 버리고 거꾸로 돌려 세웠다. 1960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한 충혼각을 세우면서 이 기둥의 계단 쪽 앞면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겼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이름들은 한국인 후원자들의 이름이다.

복원한 집들은 비워두지 않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일제강점기의 약방은 회식당으로 변신해 영업 중이고 요리점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된다. 이 거리에서 가장 화려했던 하시모토 젠기치의 집은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쓰인다. 하시모토는 구룡포 어업조합장이었던 인물로 그 당시 자재 하나하나까지 일본에서 공수해 집을 지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 지어 거의 100년이 다 된 건물의 내부에 부츠단, 고다츠, 란마, 후스마 등이 짱짱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꼼꼼하고 철저하게 이 집을 지었는지 알 수 있다. 2층에는 그 딸의 방도 재현돼 있다.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하시모토의 딸은 일본에 돌아가서도 구룡포 옛집을 몹시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들에겐 영광스러웠던 날들이, 나라를 빼앗겨 끼니 걱정하며 학대를 견뎌야 했던 우리에겐 가장 비참했던 시절이다. 일본식 집 몇채를 보는 데 그친다면 이 거리는 별 의미 없는 관광지일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교훈을 꼭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여행] ‘호랑이의 꼬리’를 밟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호미곶: 포항시외터미널에서 버스 200번 승차 - 구룡포환승센터 정류장 하차 - 구룡포 지선(호미곶행) 버스 승차 - 대보중학교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호미곶: 검색어 ‘호미곶’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죽도시장: 검색어 ‘죽도시장’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13길 13-1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검색어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주차장’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구룡포 근대역사관: 검색어 ‘구룡포근대역사관’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53-1

호미곶
문의: 054-284-5026

포항바다화석박물관 (새천년기념관 내)
문의: 054-284-9229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요금: 대인 3000원 / 경로·장애·유공자·청소년·군인 2000원 / 유치원·초등생 1000원

죽도시장
문의: 054-247-3776
이용시간: 오전 8시 ~ 오후 10시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구룡포근대역사관
문의: 054-276-9605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무)

포항시 문화관광
문의: 054-270-8282
http://tour.gb.go.kr

음식
포항수협 송도활어회센터: 1층에서 회를 직접 골라 주문하고, 2층에서 회, 회덮밥, 탕을 먹는 곳. 회가 싱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송도 바닷가가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다.
회: 싯가 / 상차림(1인) 4000원 / 물회양념(1인) 4000원 / 도루묵찌개 2만5000원 / 대구탕 1만2000원
054-256-2770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308

숙박
베스트웨스턴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앞에 위치해 객실에서 보는 전망이 아름답고, 죽도시장 등 주변을 여행하기 편하다.
예약문의: 054-230-7000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삼호로 265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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