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부산이 새로 태어났지예"

송세진의 On the Road /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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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시재생,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화제다. 지저분한 뒷골목이 명소로 태어나고 철거 위기에 있던 건물이 새로운 생명을 얻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부활했다. 문화, 휴식, 편의 등 옛것의 온기를 담아 ‘인간에게 널리 이로운 것’으로 재탄생한 곳을 찾아가 본다.


초량동 모노레일 497호.
초량동 모노레일 497호.
카페가 된 구 백제병원.
카페가 된 구 백제병원.

◆옛 백제병원과 168계단 모노레일

초량동은 이야기가 많은 동네다. 오래된 골목 사이로 동네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태워주며 옛날이야기를 해준다. 이 골목이 ‘초량 이바구길’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런 동네에 뭐 새로울 게 있을까 싶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새롭게 태어난 두가지가 있다.

‘이바구길’ 시작점은 구 백제병원이다. 그 옆에 남선창고터를 보고 인물사 담장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그런데 백제병원 건물은 이제 카페로 통한다. 작년에 ‘브라운핸즈백제’라는 카페로 오픈하며 일대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원래 이 건물은 1922년 재일동포 최용해가 건립한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이었다. 부산부립병원, 철도병원과 함께 부산 3대 병원이었지만 1932년경 중국인 소유의 음식점 ‘봉래각’이 됐다가 1942년경에는 일본 아카츠키부대의 장교숙소가 됐다. 1945년 광복 후에는 치안대 사무실, 중화민국 영사관, 임시대사관으로 쓰였고 1953년 한국전쟁 후엔 개인 소유가 돼 예식장 등으로 사용됐다. 원래는 지하1층, 지상5층이었지만 1972년 화재로 소실돼 현재는 4층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고단한 일생을 보내다 지난해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카페로 들어서면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건물 내부가 어두운 만큼 상대적으로 창가의 햇빛이 맑고 깨끗하다. 공간을 연결하는 문 자리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돼 있고, 붉은 벽돌, 철창문, 아치형으로 멋을 낸 정문과 화장실의 흰 타일, 복도의 벌집모양 타일 등 옛 멋 그대로다. 예전에 여러 용도로 쓰이던 방들을 연결해 놓은 터라 구석구석 분위기도 다양하다. 창가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구석진 자리에서 시간을 죽이는 ‘동네 형’들도 있다. 커피 한잔을 비우고 현실의 세상이 궁금해질 때쯤 바깥으로 나온다.

요즘처럼 더운 날 이바구길 여행은 쉽지 않다. 까마득한 168계단을 올라야 하니 포기를 선언하기 십상이다. 이때쯤 만나는 고마운 은인이 바로 ‘168계단 모노레일’이다. 선로 길이 60m, 기울기 33도, 정거장 3개뿐인 작은 시설이지만 이곳에 사는 어르신도, 폭염에 지친 여행자도 “이거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가격은 공짜다. 이쯤 되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다.

플랫폼도 동네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디자인됐다. 옛 역사 분위기가 나는 집으로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있고 이것을 타고 한층 올라가야 비로소 모노레일을 만난다. 모노레일은 디자인도 귀엽다. 정원은 8명, 4명이 앉고 4명이 서야 하지만 6명도 버거워 보이는 초미니 사이즈다. 낯선 사람과 마주 앉는 어색함도 잠시, 조금씩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열리며 초량동과 부산역, 부산항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아, 부산에 왔구나!” 감탄하는 사이 모노레일은 벌써 종착을 알린다.


카페 신기산업 루프탑.
카페 신기산업 루프탑.

◆방울공장에서 루프탑 카페까지

‘카페 신기산업’은 컨테이너 건물이다. 루프탑에 올라가면 부산항과 부산만, 왼쪽으로 부산항 대교가 보이고 그 건너편에 부산역, 초량동이 있다. 그늘막 아래 의자에 몸을 묻고 바다를 한참 보다가 하늘을 한참 보고 다시 바다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술술 간다. 말 그대로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낮에는 시야가 넓어 가슴이 탁 트이고 해 질 때나 야경도 기 막히게 아름답다.

4층에는 사무실이 있고 3층 벽면에는 설계도가 가득 붙어 있다. 계단 복도에는 ‘무민’ 캐릭터 제품도 전시 판매한다. 그러니까 여기는 원래 방울을 만들던 곳이다. 1987년 창업한 방울공장이었는데 지금은 전세계로 선물용품을 수출하는 회사가 됐다. 이곳은 사무실과 카페가 복합된 공간이며 회사의 발자취를 담은 장소다. 물이나 설탕, 냅킨 등을 서빙하는 테이블로 낡은 작업대를 사용하는가 하면 곳곳에 오래된 물건들이 보인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공장의 풍경을 부드럽게 중화시키는 건 식물이다. 보이는 곳마다 초록이 있어 눈과 맘이 편하다. 독특한 카페 분위기와 시원한 풍광으로 요즘 부산 영도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고려제강 기념관.
고려제강 기념관.

◆고려제강기념관과 F1963

고려제강기념관에는 기둥이 없다. 와이어를 만드는 회사답게 건물부터 그 특징을 확실히 보여주는 셈. 오직 와이어로만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념관 건물에서 와이어산업과 고려제강의 역사를 둘러 볼 수 있다. 작은 볼펜 스프링부터 커다란 교량까지 생각보다 와이어가 필요한 곳이 많고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기념관을 나서면 가까운 곳에 독특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하얀 포장지를 씌운 듯한 ‘F1963’이다. 이곳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부터다.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관람객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획전시가 없을 때도 많은 사람이 이곳 카페를 찾는다. ‘테라로사 카페’는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채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로 재탄생했다.

원래 이곳은 고려제강의 공장이었다. 이름의 1963은 고려제강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처음 공장을 지은 년도를 뜻한다. F는 ‘Factory’의 첫자를 따왔다. 이곳에서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다가 2008년에 이전하고 2016년 비엔날레 전시를 시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카페 입구에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 설치작품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공장에서 쓰던 발전기와 와이어를 감던 보빈을 그대로 전시했고 커다란 커피 원두 로스팅기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커피 바는 작업대였던 생산 라인이고 공장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기계, 기구가 테이블 사이사이 자리 잡았다.

카페 건너편으로는 ‘프라하993’이라는 브루어리 맥주집이 있다. 카페만큼 터프하지 않게 벽면, 바닥 등을 리모델링했다. 기둥이나 천장 등이 원래 모습인데 맥주 숙성고가 어울려 이 또한 분위기가 독특하다. 이곳에서 프라하 브레브노프 수도원의 방식대로 1000년을 넘게 이어온 전통 체코맥주를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브라운핸즈백제: 부산역에서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브라운핸즈백제: 검색어 ‘브라운핸즈백제’ /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168계단 모노레일: 이바구길에서 도보 이동 / 부산광역시 동구 영초길 191번길8-1 일원
카페 신기산업: 검색어 ‘신기산업’ 영도 선택 / 부산광역시 영도구 와치로51번길 2
고려제강기념관: 검색어 ‘고려제강기념관’ /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141번길 63
F1963: 검색어 ‘F1963’ /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168계단 모노레일
이용시간: (하절기) 오전 7시 ~ 오후 9시 / (동절기) 오전 7시 ~ 오후 8시
이용요금: 무료
*강풍, 폭우 시 운행 중단

고려제강기념관
문의: 051-760-2604
http://kiswiremuseum.com
해설 관람(매일 3회):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관람료: 무료
*인터넷 사전 예약 필수, 해설 관람만 가능

F1963
문의(테라로사 카페): 033-648-2760


음식
브라운핸즈백제: 구 백제병원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에스프레소 4500원 / 아메리카노 4800원 / 조각케이크 6000원~

카페신기산업: 선물용품을 제조, 유통하는 신기산업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아이스라떼를 주문하면 우유 거품 위에 대표 캐릭터인 무민을 그려준다.
헤비메탈콜드브루 5500원 / 아메리카노 4500원 / 흰여울길밀크티 6000원

영진어묵 공감까페: 초량 시장 50년 전통의 어묵 집으로 모노레일 종점에 어묵 카페를 운영한다. 창가에 앉으면 초량동, 부산역 일대의 전경과 모노레일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묵과 칩스 1만3000원부터 / 어맥세트 2만4000원부터 / 어묵탕 4500원 / 커피 3000원부터 / 음료수 2000원부터
051-462-0055 / 부산광역시 동구 영초윗길 22-1

숙박
이바구캠프: 초량 이바구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코너스위트룸, 단체방, 도미토리 등 다양한 객실이 있고, 멀티센터, 예술공방 등을 운영한다. 초량동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다.
예약 문의: 051-467-0289 /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533번길 30-8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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