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느리게, 천천히 걷는 하동

송세진의 On the Road – 하동 삼성궁, 매암차박물관, 하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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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믿음은 돌로 성을 만들었다. 진한 차 한잔에는 전통이 들었고 사람들의 이야기는 갤러리가 됐다. 하동에는 차분한 마음과 조용히 간직해 온 의지가 있다. 삼성궁, 매암차문화박물관, 하덕마을로 마음 여행을 떠나보자.

◆소도를 재현한 삼성궁

해발 850m 청학동 산골에 ‘삼성궁’이라는 도장(道場)이 있다.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다고 하여 삼성궁이다. 한풀선사(강민주)를 중심으로 수행자들이 신선도를 수행한다. 지금은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입구에서 징을 세번 치고 단군을 모신 전각에서 천궁에 예를 갖춘 후에라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삼성궁
삼성궁


이곳에는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탑이 150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돌탑을 ‘원력솟대’라 부른다. 그러고 보니 고대국가의 소도 같은 느낌이 든다. 소도의 영역을 표시하던 솟대를 이곳에서는 돌탑으로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입구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들이 펼쳐진다. 설명을 들어보니 과연 소도를 복원했다고 한다. 제사장이 살던 신성한 곳, 죄인이 들어와도 잡아갈 수 없었던 신성불가침의 장소가 바로 소도다. 이곳에는 3333개의 솟대를 쌓아 성전을 이루고 홍익인간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곳의 일꾼들은 삼성궁의 수행자다. 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삼법수행을 하고 해맞이 경배를 드리고 아침을 먹은 후 활쏘기, 검술 등을 익힌다. 오후에는 솟대를 세우거나 밭을 일군다고 한다. 이들이 돌담을 끝도 없이 쌓아서 다양한 형태의 돌벽을 볼 수 있는데 담 사이에 절구통, 맷돌 등을 끼워넣기도 하고 창을 내기도 하며 구름다리처럼 동글동글한 아치형으로 멋을 내 돌터널도 만들었다. 또한 큰 돌에는 청룡, 백호, 주작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을 그림으로 새겼다. 수련을 하면 단단한 돌도 이렇게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는지, 이 많은 돌은 다 어디서 가져 왔는지 자꾸만 궁금증이 생기는 곳이다.

가장 웅장하고 신기한 곳은 마고성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무언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나는 건물이다. 투명하지 않은 옥빛 호수 주변으로 신성한 느낌이 드는 돌이 쌓여 있고 마고성을 따라 오르면 삼신할매를 모신 삼신궁이 있다. 가장 웅장한 건물은 건국전으로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삼성궁의 중심이다.
일년에 한번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개천대제가 열린다. 이때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닦은 무예를 구경할 수 있다.

◆매암차문화박물관

면사무소가 있는 악양면에는 악양초등학교와 파출소가 있다. 도무지 차밭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골목이다. 그런데 정원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시야가 탁 트이며 다원이 펼쳐진다. 좁은 2차선 도로였는데 갑자기 나무로 가려져 있던 들판이 나타나니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다. 이곳 2만1120㎡부지에는 유물전시실, 매암제다원, 야외다원, 찻집 등이 있다.


매암차문화박물관
매암차문화박물관


다원은 고 강성호 옹이 1963년에 조성했고 차문화박물관은 2000년 5월에 개관했다. 대를 이어 운영되는 다원이자 박물관이다. 갑작스런 들판의 등장이 놀라움을 안겨줬다면 박물관도 예상을 뒤엎는다.

‘차’를 생각하면 대개 고풍스런 한옥이나 사찰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외관은 창이 많고 하얀 일본식 가옥이다. 원래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임업시험장 관사로 쓰였다. 1926년 일본 큐슈대학 부속 남선연습림 관사였고, 광복 후에는 미국 군정청에서 관리하다가 1948년에야 대한민국 정부로 귀속된 건물이다. 일본식 가옥 특유의 마루 복도, 창문, 다다미 바닥이 그대로 있고, 이 공간 안에 130여점의 시대별 찻잔과 다기, 유물이 전시됐다. 낮은 평상이 놓인 마루에 앉으면 고요한 다원 풍경이 펼쳐진다.

매암제다원의 대표 차는 한국식 홍차 ‘잭살’이다. 원래 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마시던 차로 몸이 아플 때는 차와 과실을 탕처럼 끓여 먹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 <수요미식회>에 이곳 차문화박물관과 잭살차가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차꽃오미 담장
차꽃오미 담장


다원 끝에 있는 작은 집은 매암다방이다. 1인당 2000원이면 이곳에서 들판과 하늘을 감상하며 자유롭게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다. 이밖에도 홍차 만들기, 떡차 만들기, 채엽 체험, 차 블렌딩, 청소년 초록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덕마을 골목 갤러리

하덕마을은 일반적인 벽화마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그림, 사진, 구조물들이 담장을 넘어온 나뭇가지, 대문, 벽 등과 어우러져 갤러리가 됐다. 27명의 작가들이 동네에 살며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완성해 작품마다 마을 사람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하덕마을 골목 갤러리
하덕마을 골목 갤러리


하덕마을은 예전에 섬등마을이라 불렸다. 섬처럼 뚝 떨어진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외떨어진 곳이라 이 마을에 시집 온 아낙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계를 꾸리게 해주고 가족의 건강을 지켜준 삶의 동반자다. 차꽃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을 의미한다. 벽화에는 차꽃뿐 아니라 찻장과 다기, 잭살차를 만드는 모습, 섬진강의 이야기가 있고 베틀 앞에 앉은 어머니가 있다.

하덕마을에는 기억해야 할 사람이 한분 더 있다. 고 정서운 할머니다. 일제강점기에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잡혀간 아버지를 풀어주겠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갔다. 그녀의 나이 14살 때 일이다. 어린 소녀는 일본 시모노세키를 거쳐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를 8년 동안이나 일본군에 끌려 다녔다.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싱가포르 수용소에 1년간 갇혀 있다 1946년 귀국했다.

정 할머니처럼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은 장성한 여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무 말도 못한 채 오랜 세월 죄인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공개 증언 이후 1992년 정서운 할머니도 자신이 위안부임을 밝히고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나이 69세의 일이다.

정 할머니는 2004년에 돌아가셨지만 2011년에 나온 <소녀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에 할머니의 이야기와 육성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하덕마을의 벽화에도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골목 갤러리 초입의 ‘만남’이 그것이다. 작가 이승현씨는 이 작품에서 고 정서운 할머니의 청춘과 살아온 날들을 징검다리 건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삼성궁: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 버스(하동-청학동) 승차 - 묵계 정류장에서 하차 - 삼성궁까지 약 717m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삼성궁: 검색어 ‘삼성궁’ /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85
매암차문화박물관: 검색어 ‘매암차문화박물관’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하덕마을: 검색어 ‘하덕마을공영주차장’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227

삼성궁
문의: 055-884-1279
입장 요금: 어른 7000원 / 청소년 4000원 / 어린이·경로·장애인·유공자 3000원
입장 시간: 오전 8시30분 ~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까지)

매암차문화박물관
문의: 055-883-3500
이용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동절기 오후 6시까지)
매암제다원: http://www.tea-maeam.com

하동문화관광
문의: 1588-3186
http://tour.hadong.go.kr

음식
매암다방: 매암차문화박물관 안에 있는 찻집이다. 스스로 차를 내려 마시고 다기는 씻어 놓고 가면 된다.
1인 2000원

단야식당: 쌍계사 입구의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깔끔하고 담백하며 몸에 좋은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더덕산채정식 1만5000원 / 산채비빔밥 8000원 / 사찰국수 8000원 / 더덕초무침 2만원
055-883-1667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산101-1

숙박
차꽃오미: 하덕마을 안에 있는 고택펜션이다. 넉넉한 마당과 흙담, 100년 고택이 어우러진 한가한 풍경, 두개의 방 사이에는 다실이 있다. 사장님이 보이차를 좋아해서 손님에게 보이차를 대접한다.
예약 문의: 010-2317-1636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233-28

하동 소보루: 옛 농가를 개조해서 만든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투박한 외관과 달리 깔끔한 내부가 인상적이어서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예약 문의: 010-4122-1006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하중대길 55-14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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