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보험사 이름 바꾸기,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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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사명 변경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가 술렁인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인수된 알리안츠생명은 이달 1일부터 ‘ABL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동부화재·생명과 ING생명, PCA생명 등도 네이밍계약 만료 및 모기업 지배구조 변경 등을 이유로 사명 변경을 앞둔 상태다. 

내·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한 사명 변경은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시도다. 사명 변경 후 회사이미지를 새롭게 재건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지만 영업 타격 등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특히 설계사의 대면영업이 많은 보험사 입장에선 영업력 위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ABL생명 본사 로고 교체. /사진제공=ABL생명
ABL생명 본사 로고 교체. /사진제공=ABL생명

◆인지도·영업력 위축 우려

알리안츠생명은 올 초 사명 변경을 예고했다. 중국안방보험그룹에 인수돼 더 이상 ‘알리안츠’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해서다.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과의 연계성을 살린 새 사명을 ‘ABL생명’으로 확정하고 SNS온라인 경품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영업 거점지역 2000여명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영업현장 로드쇼’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PCA생명 역시 미래에셋생명에 흡수돼 사명이 사라진다. 

반면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상표권을 지닌 계열사 동부건설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네이밍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케이스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6월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돼 그룹 입장에선 매년 거액의 브랜드사용료를 물어야 할 처지가 된 만큼 사명 변경이 불가피했다.

ING생명도 내년에 브랜드 이용 계약이 만료돼 사명 변경이 필요한 상태다. ING생명은 오렌지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Orange Life에 대한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물론 이는 방어적 차원에서 등록한 상표로 ING생명 측은 리브랜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명 변경을 앞두거나 변경 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사명 변경으로 인한 영업력 위축이 우려된단 점이다. 생명·손해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은 ‘삼성’이라는 안정적인 브랜드이미지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금은 생보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선 미래에셋생명도 2005년 SK생명에서 현재의 사명 변경 후 초회보험료가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영업현장에서 보험소비자들이 브랜드이미지를 보고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이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ABL생명의 비전을 알리는 로드쇼를 진행한 이유도 영업현장에서 발생할 부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사명 변경 전·후 효율적 마케팅 필요

물론 사명 변경 후 오히려 실적이 상승한 전례도 있다. 대한생명은 2012년 10월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한생명은 변경 전(2012.4~2012.9) 6개월간 초회보험료가 1조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한화생명으로 변경 후(2012.10~2012.12) 3개월 만에 1조2000억원 이상의 초회보험료를 거둬들였다. ‘한화’라는 브랜드이미지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하나생명도 전신 하나HSBC생명에서 ‘HSBC’를 떼자 방카슈랑스 판매가 크게 늘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높은 신뢰도가 영업현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기존에 신뢰도를 크게 쌓은 브랜드를 사명으로 바꾼 케이스다. 동부화재나 ING생명은 생소한 브랜드로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으며 ABL생명 역시 소비자에게 익숙한 네이밍은 아니다. 

국내 한 독립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보험 영업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며 “브랜드보다는 다양한 회사의 상품 위주로 설계해 소비자에게 보험가입을 권하지만 마음에 드는 회사가 아니면 가입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명 변경과 함께 기존 보험가입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명 변경으로 기존 계약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음에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덜컥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최적의 사명 변경 시기,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은 2014년 6월말부터 구 LIG 홍보모델이던 배우 김명민과 KB금융 모델인 김연아를 동시에 기용한 광고를 선보이며 두 회사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홍보했고 빠르게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사명 변경 초기에는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포기하고 새로 구축해야 해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며 “변경 전부터 지속적인 홍보는 물론 바뀐 직후에도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네이밍 어제와 오늘

국내 보험업계는 1960년대부터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며 사명 변경이 유독 많았다. 국내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1957년 설립된 동방생명이 전신이다. 1963년 삼성그룹에 편입된 후 1989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이밖에 교보생명의 전신은 대한교육보험이며 동양생명은 동양베네피트생명이었다. 손보사들도 사명 변경이 잦았다. 삼성화재는 안국화재로 출발했고 사명 변경을 앞둔 동부화재의 전신은 한국자동차보험이다. 현대해상의 전신은 국내 최초의 해상보험 전업회사로 세워진 동방해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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