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슬픈 노래만 남은 '마지막 도읍지'

송세진의 On the Road – 부여 관북리유적, 낙화암, 고란사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부여, 공주,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로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이 있다. 이 중 백제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을 둘러봤다.


관북리유적.
관북리유적.

◆부활을 꿈꾸던 도시, 관북리유적

부소산성 남쪽 기슭의 관북리유적은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이 들어섰던 자리이다. 이곳은 백제의 왕궁터이자 조선시대 관아가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확실시 되는 이유는 유적의 규모와 흔적 때문이다.

유적지에서 보면 잔디밭에 돌판이 많이 남았는데 모두 백제의 유물이다. 인근의 한옥 건물들은 조선시대 부여현의 것이다. 조선과 백제 사이에는 통일신라와 고려라는 간극이 있지만 건물들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부여현 관아를 지을 때 이 자리에 있던 백제 시절 건물의 주춧돌과 석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관아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민가에서도 백제 왕궁터의 석재와 주춧돌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니까 백제 말기의 건축 자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백제는 도읍을 3번 옮겼다. 위례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옮겼다가 마지막으로 사비(부여)에서 나라의 운명을 마감한다. 사비시대는 538년~660년으로 새로운 중흥기를 꿈꿨던 시기다. 따라서 이 시기의 문화 유적들은 매우 화려하다. 백제 문화가 워낙 기품이 있고 우아한 매력을 지닌 탓도 있지만 침체기를 깨고 다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것은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 같은 유물은 극한의 화려함을 보였고, 정림사지나 이곳의 왕궁터 또한 상당한 대공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왕궁터에서는 대형전각건물터, 연못, 목곽저장고, 석곽저장고, 공방시설, 도로 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대형전각의 규모가 그 어떤 궁궐 못지 않다.

한편, 부소산성 입구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하얀 처마가 연상되는 독특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이것은 구 부여박물관이다. 이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물로 1970년부터 부여박물관으로 사용됐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왜색 논란이 있었다. 얼핏 한옥의 처마 같기도 하지만 일본의 ‘신사’를 닮기도 해서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건축의 두 거장 김중업 선생과 김수근 선생이 주요 일간지에서 격론했다고 한다.

국립부여박물관이 1993년 금성산 아래로 이전하면서 잠시 이 건물의 존치에 대한 심각한 논란이 있었다. 이후 오랜 기간 폐가처럼 비워져 있기도 했지만 부여문화재사업소로 쓰이며 여행자를 대상으로 영상관으로 운영됐다.

영욕의 시대를 견뎌온 이 건물은 최근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부여군에서 18억원을 투자해 이곳 1층에 종합 콘텐츠 체험공간을 조성한다고 한다. 백제 사비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백마강.
백마강.
낙화암 백화정.
낙화암 백화정.

◆낙화암과 꿈꾸는 백마강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옛 노래 ‘꿈꾸는 백마강’은 망국의 백제를 슬퍼하는 심정이 담겼다. 노래에는 낙화암, 고란사 등 이곳 부소산성의 백제 유적이 꼼꼼하게 등장한다. 백마강에서 잃어버린 옛날을 애달프다 하고, 고란사 종소리에 사무치는 마음을 노래한다. 패망한 백제에 대한 기록에는 부정하고 타락한 왕과 무지한 백성들만 남았을 뿐.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는 강물에 떠내려갔고 땅 속에 묻혔다.

서기 660년의 일이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을 맞이한 백제의 마지막 왕이 의자왕이다. 그는 ‘해동증자’라 불리며 성군 소리를 들었을 만큼 유능한 왕이었고, 멸망 5년 전까지만 해도 신라를 공격해 30여개 성을 빼앗았던 승리의 왕이었다. 만만한 상대였으면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았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것이었다. ‘의자왕과 삼천궁녀’가 대표적인 모함이다. 낙화암에 올라와 보니 10명이 서기에도 벅찬 절벽바위다. 백제의 여인들이 나라가 망하자 남의 손에 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백제 여인들의 절개와 충렬의 표본이다. 무심히 몸을 던졌던 여인들의 모습이 꽃잎이 떨어지는 것 같았으니 애잔하고 사무치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궁녀’로 둔갑하고, 그것도 모자라 ‘의자왕과 삼천궁녀’로 몰렸다. 그러니 낙화암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억울한 유적지가 아닐까 싶다.

60m가량 되는 낙화암의 절벽 아래에 새겨진 ‘낙화암’이라는 글씨는 조선의 재상이었던 송시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정상부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것은 1929년 당시 군수 홍한표의 발의로 세운 것이라 백제 유물은 아니다. 어쨌든 이 정자가 있어서 낙화암에 머물며 백마강과 주변을 조망하고, 잠시 옛날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고란사.
고란사.

◆전설만 남은 고란사

낙화암에서 10분쯤 걸어가면 고란사에 닿는다. 이는 절벽 아래 있는 작은 절이다. 백제 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기록이 없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 기록조차 제대로 안남았으니 망한 집안의 비운의 막내아들 같은 절집이다. 현재의 건물은 은산 숭각사를 이건한 것으로 조선 정조 21년(1797년)에 개건한 것이다. 이 사찰에 대해서는 몇개의 전설만 남아 전해진다.

암벽에 고란초가 자라고 있어 절 이름이 고란사라고도 하고, 고란사에 자라는 풀이라 고란초라고 한다니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에는 고란약수도 있는데 예부터 물이 좋았나 보다. 한번 마실 때마다 3년씩 젊어지는 물인데 할아버지가 이걸 모르고 많이 마셔서 갓난아이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백제 임금은 항상 고란사 뒤편 약수에서 물을 떠오게 했는데, 심부름 하는 궁녀들이 임금에게 바칠 물동이에 고란초 잎을 한두개씩 올려서 고란약수임을 증명했다고 한다. 약수가 그 정도의 생명수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에도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지표가 하나 있다. 고란초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민감한 환경지표식물이라고 한다.

고란사 앞에는 배가 있다. 황포돛배와 유람선이 있어서 배를 타고 백마강을 유람할 수 있다. 백마강은 부여를 흐르는 금강이다. 무녕왕 시대의 기록에 이곳을 ‘백강’이라 표기했고, 역사적으로 말 마(馬)자는 ‘크다’는 뜻으로 써 왔다. 이것으로 보아 ‘백제에서 가장 큰 강’이라는 의미로 ‘백마강’이라 불렀다고 해석한다. 배는 고란사, 낙화암 아래, 부소산성 입구, 백제보 등을 지난다. 옛 가요를 아는 여행자라면 ‘꿈꾸는 백마강’ 노래 한 자락이 저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 아래
울어나 보자’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부여관북리유적: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부여관북리유적: 검색어 ‘부여관북리유적주차장’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부소산성: 관북리유적에서 도보 이동 (관북리유적에 부소산성 입구가 있음)

부여문화관광
http://tour.buyeo.go.kr

부소산성

문의: 041-830-2512
관람시간: (여름) 오전 9시 ~ 오후 6시 / (겨울) 오전 9시 ~ 오후 5시
관람료: 어른 2000원 / 학생·군인 1100원 / 어린이 1000원

부여 유람선
문의: 041-836-6363
구드래나루터(유람선 타는 곳):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72
황포돛배 백마강 일주: 1인 1만2000원
유람선: (왕복) 성인 6000원 / 소인 3000원
(편도) 성인 4000원 / 소인 2200원

음식
엄가네곰탕: 관북리유적 근처에 있으며 곰탕, 갈비탕 등 탕 종류와 매운갈비찜이 대표 메뉴다. 최근 한식대첩 출연으로 유명세가 높아졌다.
엄가네곰탕 9000원 / 도가니탕 1만2000원 / 매운갈비찜 4만~5만5000원
041-835-5200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21-4

숙소
부여롯데리조트: 리조트와 롯데 아울렛이 있어 멀리서 온 여행자뿐 아니라 현지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곳이다. 여름에는 아쿠아가든에 더위를 식히러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많다.
문의: 041-939-1000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438.19하락 42.2118:05 02/06
  • 코스닥 : 761.33하락 5.4618:05 02/06
  • 원달러 : 1252.80상승 23.418:05 02/06
  • 두바이유 : 79.77하락 1.1318:05 02/06
  • 금 : 1879.50상승 2.918:05 02/06
  • [머니S포토]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하라'
  • [머니S포토]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지주 지배구조 감독·소통 강화할 것"
  • [머니S포토] 대정부질문 첫날…인사 나누는 한덕수 총리·한동훈 장관
  • [머니S포토] '조국' 징역 2년·추징금 600만원 1심 선고…법정 구속은 면해
  • [머니S포토]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하라'

칼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