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대한민국] ‘저녁과 친구’가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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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모두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에 달함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취업인사포털 사람인과 함께 ‘웰빙’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지난 8월14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졌고 20~60대 성인 1455명이 참여했다. 설문응답을 기반으로 웰빙을 좌우하는 재정상황, 직장생활, 가족과 건강문제 등 현주소를 짚어보고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들어봤다. 또 그들에게 닥친 위기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사람들은 보통 충족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런 충족은 가족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정의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가족은 웰빙의 근간이다.

삶의 질을 결정하거나 나타낼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 중 하나가 ‘원만한 대인관계’다. 그러나 한국인은 지금까지 성장지향형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 할애했다. 그 결과 사회관계는 물론 가족관계까지 소원해져 대인관계의 균형이 깨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삶의 질·행복의 척도 ‘가족관계’

주관적 요소로 삶의 질을 측정하는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는 경제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지수’에서도 삶의 질 개선 정도가 소득증가의 4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관적 요소의 중요도가 강조됐다. 이 조사에서 삶의 질을 가로막는 주관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가족관계였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의 질은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 것보다 훨씬 적은 폭으로 증가했다”며 “삶의 질 개선에서 발목을 잡는 요인은 수치화가 힘든 비경제요인과 주관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취업포털 사람인과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삶의 질과 주관적 요인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총 1455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에서 ‘삶의 질에 만족하는가’라는 물음에 ‘만족하지 않는다’(‘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38.5%, ‘매우 불만이다’ 12.7%)고 답변한 사람이 과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족’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87명(33.5%)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그만큼 삶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데 가족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며 가족관계의 결여는 곧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방증한다.

근래 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는 이유도 가족과 연관이 깊다. 야근과 회식 등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평일 저녁시간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4월 YBM한국TOEIC위원회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입사조건 1순위’를 조사한 결과 ‘저녁이 있는 삶’이 1위로 꼽힌 것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의식이 변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삶의 질을 판가름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머니S> 설문조사 결과 62.9%(915명)의 응답자가 일주일 동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10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1시간 미만’인 사람이 300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0.6%를 차지했다. 한 설문에서 기혼자를 대상으로 ‘부부간의 하루 대화시간’을 물었는데 기혼자의 59%가 ‘1시간 이내’라고 답한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서로를 이해하려면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고 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한 것을 해결하려면 고질적인 야근문제 등 사회구조적인 시스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웰빙 대한민국] ‘저녁과 친구’가 있는 삶
[웰빙 대한민국] ‘저녁과 친구’가 있는 삶

◆각박한 현실, 소원해진 ‘사회관계’


# 서울 소재의 A대학에 다니는 최씨(20)는 최근 2학기 개강을 했지만 친한 친구가 없어 고민이다. 동기들은 학과뿐만 아니라 동아리 등의 활동을 하며 여러 친구를 사귀지만 최씨는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날 만한 친구가 없다. 최씨는 “학회나 동아리 등에 가입을 안했더니 친구 사귈 기회가 많지 않다”며 “친구 사귈 시기를 놓쳐서 학교생활이 위축되다 보니 먼저 다가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대기업 B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씨(26)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생 때는 사교적인 편이었는데 회사생활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취미나 관심사 등이 달라 대화에 진척이 없다. 김씨는 “대학졸업과 취업준비로 최근 1~2년간 혼자 지낸 시간이 많아서인지 사람 사귀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며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 갓 발을 내디딘 신입생과 신입사원 중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 지난해 사람인이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조기퇴사자 중 19%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다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삶의 질 평가 중 공동체부문에서 한국은 37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동체부문과 관련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이웃이 있는가’라는 물음인데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이 75.8%였다. 이는 OECD 평균(88%)에 12%포인트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이 역시 위 사례와 연관성이 있다. <머니S>가 실시한 설문 중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사회관계’를 선택한 사람이 13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1%에 불과한 점 역시 공동체의식의 결여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대인관계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당사자의 성격이 원인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측면이 관계를 맺는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각박한 현실 속에 개인주의가 확산된 데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가상의 대인관계에 열중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대인관계, 즉 사회관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내가 무리에 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문이 들 때 외로운지, 소외감을 느끼는지, 내 성향과 성격이 어떤지 등을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대학생은 학내 상담센터를, 직장인은 직장 내·외부에 있는 상담센터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정
김수정 superb@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김수정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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