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현실이 된 '차이나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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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중국 허베이성 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오리온 중국 허베이성 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지난 7일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의 임시배치를 완료하고 작전 운용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이 또다시 사드 보복 강화 조짐을 보이면서 현지 사업에 주력하던 국내 유통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버텼던 롯데와 신세계는 급기야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일부 유통기업마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철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이 유통업계의 ‘차이나 엑소더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버티기 한계… 롯데·신세계 철수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던 롯데가 결국 현지 롯데마트 매장을 처분키로 했다. 최근 중국 내 매장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 측은 가능한 한 112개 매장을 통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2개에 달하는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중 87개 점포는 영업중단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나머지 매장도 매출이 80%가량 쪼그라들며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당초 롯데는 올해까지라도 중국에서 버텨볼 생각이었다. 중국 마트사업부에 지난 3월 3600억원가량을 긴급 투입한데 이어 지난달 3억달러(약 3400억원)를 추가 수혈하면서 중국시장을 빠져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액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2840억원의 10분의1 수준인 210억원으로 급감했고 연말까지 매출 감소액은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번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머니포커S] 현실이 된 '차이나 엑소더스'

신세계는 이미 이마트 중국사업부 매각을 진행 중이다. 1997년 중국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한 지 20년 만에 백기를 든 것. 26개에 달하던 이마트 중국 매장은 현재 6곳만 남아있다. 이 중 5곳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매각 상대는 중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태국 차로엔 폭펀드(CP)그룹인 것으로 전해졌다. CP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이다.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은 다른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중국 롯데마트의 유력한 매각 후보자로는 중국 이마트 매장 5곳을 인수하기로 한 CP그룹과 인도네시아의 살림그룹이 거론된다. 중국 최대 유통기업 화롄기업도 중국 롯데마트 인수 후보자로 급부상했으나 중국 국영기업 특성상 처음부터 인수에 부정적이었다는 전언이다. 

CP그룹은 중국 롯데마트의 가치를 약 6000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30% 가량 낮은 금액이다. 앞서 IB업계가 추산한 중국 롯데마트의 장부가치는 약 8300억원 수준이었다. 이 금액도 중국 롯데마트를 운영하기 위해 수조원을 들였던 롯데로서는 사실상 뼈아픈 금액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매각을 빨리 마무리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이 내미는 평가액이 현저히 낮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만약 CP그룹이 이마트와 함께 롯데마트도 인수한다면 매장 이름을 ‘로터스’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최대 식품회사인 살림그룹은 중국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화교기업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카페베네의 2대주주다.

◆중국 현지화 전략의 딜레마

중국에서 초코파이 신화를 쓴 오리온도 초조한 상황이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현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판촉사원을 중심으로 중국 현지법인 직원 1만3000명 중 20%가량을 줄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상반기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인원은 대부분 판촉행사 등을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이라며 “중국 내 영업환경이 악화돼 인력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면서 “중국법인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90% 수준까지 회복되며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고 중국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의 배경엔 사드 배치 이후 급격히 줄어든 생산량이 크게 작용했다. 한·중 마찰이 심화되면서 대형마트 등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됐고 그만큼 판촉사원의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오리온 중국 현지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3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 감소했다.

중국인에게 인기인 디저트카페 ‘설빙’은 중국 현지에서의 ‘짝퉁’ 문제와 사드 보복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중국 현지에는 설빙 이름과 메뉴를 교묘하게 베낀 ‘짝퉁 설빙’이 곳곳에서 영업 중이다. 짝퉁 설빙 매장은 1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지금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이다.

반면 설빙의 중국 내 매장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때 30여개에 달했던 중국 매장은 현재 12개까지 줄었다. 원조보다 짝퉁 매장이 더 많이 들어선 것. 짝퉁 매장을 제지하기 위해 설빙은 중국 현지에서 강력 대응할 방침이었지만 사드 보복 이후 딜레마에 빠졌다. 일단 올해는 중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 노크

유통업체 대부분은 중국시장에서 빠져나오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중동, 베트남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는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베트남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하노이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노이시 인근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롯데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1호점 ‘고밥점’을 오픈한데 이어 2019년 2호점을 출점할 예정이다.

사드 여파로 부진을 겪는 아모레퍼시픽은 중동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올 하반기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론칭한 후 주변 GCC국가(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으로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동남아∙중동 등의 고객이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사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제는 희망조차 없다”며 “어제오늘 시장 다변화를 검토했던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동남아, 중동, 유럽 등의 시장을 두드렸지만 어떤 시장도 중국인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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