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페티켓'인가] "아이 키우는 마음으로 대해야"

인터뷰 /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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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급증하는 반려족 수에 비례해 관련된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반려족과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반려족이 충돌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머니S>가 반려동물의 명과 암을 진단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해법의 실효성을 점검했다. 또 선진국의 성숙한 페티켓 사례를 살피고 전문가를 만나 한국형 페티켓의 조건을 들었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페티켓마케팅으로 새로운 이윤 창출에 나선 기업현장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반려동물 관련 사건·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주인의 통제를 벗어난 반려동물이 행인을 물어 부상을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반려동물 규제와 문화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은 반려족(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다 보니 사고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기 위해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반려족·비반려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머니S>가 수의사이자 국내 최초 수의학 전문매체를 운영하는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를 만나 반려동물 문제의 해법을 물었다.

◆반려견 잘못은 주인 책임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요. 안타깝지만 가수이자 배우인 최시원씨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목줄 미착용에 대한 과태료 5만원만 낸 게 현실이에요.”

반려동물에 의해 사람이 중대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을 때 동물보호법과 별도로 과실치사로 처벌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최근 국회에 반려동물로 인해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주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반려동물 사고 피해자 측과 반감이 큰 사람들 사이에선 법으로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이 없다 보니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반려동물을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이 대표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반련동물에 대한 안락사나 사살 요구는 실효성 낮은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하다”며 “펫숍 등을 통해 일정한 비용만 지불하면 반려동물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주인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반려견만 바뀔 뿐 사건·사고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그동안 배변 치우기, 목줄 채우기, 맹견 입마개 하기 등 기본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반려족에게 쌓였던 불만이 최씨 반려견 사고로 극단적으로 표출됐지만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반려견 사고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려견을 교육하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내용만 충실히 지켜도 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독일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선 돈이 있다고 해서 모두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딴 사람에게만 반려동물을 기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반려동물이 사고를 내면 수의사나 동물조련사 등 전문가가 해당 반려동물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공격성이 높다는 최종 판단을 내릴 경우에만 안락사를 실시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심사도 없고 반려동물의 성향에 대한 검사도 없이 사고를 일으킨 동물을 무조건 죽이는 것은 잘못된 진단에 의한 잘못된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규제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외출 시 입마개 착용이 의무인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종에 불과하다. 이밖에 사람을 물어서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큰 개도 맹견으로 분류하지만 해외에 비해 종류도 적고 모호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맹견의 종류를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같은 품종 내에서도 개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맹견을 품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별도의 검사를 진행해 공격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맹견으로 분류하는 등 지정방식의 변화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산업 되돌아볼 시기

결국 늘어나는 반려동물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반려족의 의식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게 상당부분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반려족은 반려동물의 주인이자 보호자예요. 반려동물을 교육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죠. 그런데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낮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본을 지키지 않는 반려족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전담인력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지역경제과, 생활경제과, 일자리창출과 등에서 반려동물 관련 업무를 같이 본다. 전담인력이 없으니 불법행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벌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로 접어든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담부서를 만들고 전담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이와 함께 반려족의 의식개선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려동물 관련 사고가 급증하며 성장궤도에 오른 반려동물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양적 팽창에 집중했던 반려동물산업이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이 반려동물산업을 돌아봐야 할 시기”라며 “양보다 질에 더 집중해 관련 인식과 문화를 다진 후 다시 외형 확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반려족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부모는 밖에서 손을 꼭 잡아주죠. 아이와 같은 반려견에게는 손이 목줄입니다. 목줄을 잡아주지 않으면서 내 옆에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돼요. 목줄은 반려견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는 기본 에티켓이에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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