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인수 공들이는 하림,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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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인천내항에 입항한 벌크선 피오렐라호에 올라 곡물 하역작업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인천내항에 입항한 벌크선 피오렐라호에 올라 곡물 하역작업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한국판 카길' 꿈 이룬다?

운송+해외망 통한 ‘글로벌 곡물 메이저’ 큰 그림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이 STX 인수전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3월 SM(삼라마이더스)그룹에 밀려 STX 인수를 포기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SM그룹이 STX 예비입찰에서 빠지면서 하림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하림은 곡물 운송 및 트레이딩을 겸하는 팬오션을 발판 삼아 STX를 품에 안고 '한국판 카길'(Cargill∙세계 최대 곡물 유통기업)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글로벌 곡물 메이저’라는 큰 그림을 그려온 김홍국 하림 회장의 오랜 꿈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STX 유력 인수후보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TX 매각주간사인 EY한영은 이달 초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여기에 전략적투자자(SI) 3곳과 재무적투자자(FI) 5곳 등 총 8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하림이 STX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경쟁사로 거론됐던 SM그룹이 이번 입찰에 발을 빼면서다.

매각대상은 STX 보통주 1억5237만주와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의결권 없는 전환주 1271만주 등이다. 지분율은 전환주를 포함해 총 86.3%다.

STX의 최대주주는 지분 46.48%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이다. 이어 우리은행(19.72%), NH농협은행(12.53%), 신한은행(7.55%) 등이 STX 지분을 고루 갖고 있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EY한영은 다음달 중 입찰적격자를 선정한 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STX를 매각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달 말쯤 공개된다.

앞서 지난 3월 하림그룹은 STX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SM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M그룹이 지난 6월 막바지 협상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STX 매물이 시장에 다시 나왔다.

당시 채권단이 SM그룹 측이 예상했던 매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계약이 불발됐다. STX가 지난 5월 말 STX중공업 보유주식 296만8445주(지분율 12.09%)를 장내에 매도하면서 271억9607만원의 현금 유입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채권단과 SM그룹이 실사를 통해 조율된 매각가격은 286억원이었으나 채권단 측이 STX중공업을 팔았다는 점을 내세워 2배가량 높은 가격을 불렀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곡물 시장’ 장악 노림수


그렇다면 하림이 STX를 인수하려는 배경은 뭘까. 먼저 하림그룹의 닭고기 공급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림은 닭 사료부터 사육, 도계 및 제조, 육가공 등으로 이어지는 닭고기 생산의 거의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한 회사다. 이 과정에서 사료 유통은 하림의 주력사업으로 꼽힌다. 하림은 옥수수 등 축산에 필요한 사료의 주원료 곡물들을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수입해 축산농장에 공급한다.

그런데 사료는 전체 95%를 수입에 의존해 운송비가 곡물 확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곡물 값 자체의 변동과 함께 운송비 변동이 원가를 좌우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또 운송업체마다 운임이 달라 원가구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연간 3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하림으로서는 벌크선(곡물 운송선)사업이 주력인 팬오션 인수가 절실했을 터.

온갖 진통 끝에 2015년 팬오션을 품은 하림은 지난해 곡물 트레이딩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꿈꿔온 ‘한국판 카길’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후 하림은 우려와 달리 자산 규모 약 10조원, 재계 서열 30위권의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카길의 사업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구현했다.

하지만 팬오션이 곡물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에는 물량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림이 STX를 인수하려는 배경이다. 하림이 STX를 인수하면 STX가 갖고 있는 130여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세계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다.

STX는 ▲원자재 수출입 ▲해운·물류사업 ▲기계·엔진사업 ▲에너지사업 등을 영위하는 글로벌 무역상사로 해외 시장정보 수집 및 현지사업 운영능력을 갖춘 기업이다. 무역상사업 외에는 100% 자회사인 STX마린서비스, STX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은 이 같은 STX를 통해 팬오션과 시너지를 내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팬오션이 지닌 곡물운송 경험을 토대로 STX를 품고 전세계 곡물시장 메이저로 거듭난다는 게 하림의 구상이다.

◆매각가 1000억원 안팎 추정

관건은 STX 인수대금이다. 이번 입찰에서도 채권단은 앞서 SM그룹에 제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STX중공업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분을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다음달 진행될 본입찰에서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제시할 매각가는 앞서 SM 측에 제시했던 금액보다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IB업계에서 거론되는 STX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이다.

실사 과정에서 채권단이 내건 조건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채권단은 유산스(기한부 환어음) 중심 협약채권 3700억원의 만기를 기존 대비 2년가량 연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한이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협약채권 만기도 동일하게 연장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중공업 현금 유입으로 STX 가격이 올라간 상황”이라면서 “워크아웃 기한의 경우 인수자가 연장을 요구할 수 있어 앞으로 매각가와 조건 등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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