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새판 짜는 SK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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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버리고 키우고… 전방위 '체질개선' 돌입


SK그룹이 전방위적 체질개선에 한창이다. 지주회사 SK㈜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사업구조 개편 및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기인한 조치다.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성이 높거나 잘되는 사업은 투자를 늘리는 작업이 활발하다. 국내 78개, 해외 230개 등 총 308개 법인을 거느린 국내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집단이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변화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투자형 지주사 공격적 행보

SK는 올해 공격적 투자형 지주사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 초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0% 인수(6200억원), 중국 물류업체 ESR케이만 지분 11.77% 취득(3720억원), 글로벌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공장 인수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11월에는 대규모 투자와 사업정리를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 11월1일 손자회사인 SK에너지 울산 CLX에 1조215억원을 투자해 VRDS 설비를 신설키로 했다. 이는 감압잔사유의 유황함량을 저감해 2020년부터 적용되는 글로벌 환경규제(해상유 황함량 규격 3.5%→0.5%)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또 지난 11월20일에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사이트 SK엔카닷컴 지분 전량(49.99%, 25만1주)을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2050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앞서 매각작업을 진행하던 오프라인 중고차업체 SK엔카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중고차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셈이다.

국내 중고차 유통수량은 지난해 말 기준 378만대로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에 따른 소비자 불만, 사후관리시스템 부재, 낮은 진입장벽 등을 이유로 지속적 수익성 향상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미래가 불투명한 중고차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확보한 재원을 자율주행차와 카셰어링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다른 지주사와는 달리 브랜드사용료나 배당에 의존하지 않고 투자형 지주사로 반도체소재, 제약·바이오, 카셰어링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카셰어링, 자율주행차 등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미래형 자동차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은 지난 10월 최태원 회장이 주재한 SK CEO 세미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구상이다. 이 세미나에서 최 회장과 SK CEO들은 그동안 쌓아온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인프라로 활용하는 성장전략을 만들어야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각 계열사별로 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혁신과 지정학적 리스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혁신을 이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급격히 변하는 외부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가 가진 유무형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유인프라를 활용해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화학사업을 영위 중인 자회사 SK종합화학(35%)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65%)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가 생산량을 기존 대비 약 40% 늘리는 총 7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다만 이 투자는 중한석화가 창출한 이익을 자체 투자한 것으로 SK종합화학의 직접 투자는 아니다.

이번 증설로 중한석화는 연간 에틸렌 110만톤, 폴리에틸렌 90만톤, 폴리프로필렌 70만톤 등 기존 대비 생산량이 80만톤 늘어나 연간 화학제품 총 3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에틸렌 및 유도품 자급률이 6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속 선제적인 마케팅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2006년 직접 제안한 이후 오랜 기간 추진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이번 추가 증설 투자로 더 큰 성공을 향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시노펙과의 중국 내 파트너링 확대는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화학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고부가 화학제품인 에틸렌 아크릴산사업을 다우로부터 인수해 납사 기반 화학사업 위주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화학에 집중 투자해 잘하고 있는 사업은 더 잘하고 안하던 사업은 새롭게 잘하는 사업·수익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체인지-공유인프라 활용 가속화

SK그룹의 새로운 주력사로 떠오른 SK하이닉스도 사업재편에 나섰다. 지난 5월 파운드리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성장 가능한 시스템IC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설 법인에 파운드리사업부 영업을 양도키로 결정하고 7월에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자회사로 분사시켰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참여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을 인수했다.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은 3950억엔(약 4조원)으로 단기적으로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업체의 낸드플래시시장 진출을 저지했고 중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낸드플래시와 관련해 도시바와 협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감한 사업재편과 맞물린 화학·반도체분야 호황은 올해 SK그룹의 사상 최고 실적을 예고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등 SK그룹 상장사의 연간 연결기준 총 영업이익 예상치는 25조176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14조2805억원)보다 76%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딥체인지 드라이브를 가속화했고 올해는 공유인프라 활용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추가돼 각 계열사별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을 분주히 짜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런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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