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찬의 스키 오디세이] 연인처럼… 스키와 '밀당'을

⑪ 스키의 '탄성' 이용하는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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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슬로프를 신나게 내려가는 스키어들을 바라본다. 스키 기술을 체득하려는 열정이 느껴진다. 초보자들도 보인다. 강사를 따라 줄을 지어 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저절로 미소 짓게 한다. 헬멧을 쓴 조그만 아이들은 인형처럼 귀엽다.

“업~ 다운~” 강사의 구령을 따라 열심히 ‘업다운’을 연습하는 아이들. 하지만 제대로 업다운을 하는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상체를 구부렸다 펼 뿐이다. 저 아이들이 왜 업다운을 하는지 알고 있나 의문이다.


스키에 가하는 압력은 몸의 중심으로부터 스키를 향한다. 업 동작을 통해 몸의 중심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녹색 화살표는 오른발 하중, 적색은 왼발 하중. 마치 피트니스클럽의 스텝핑 머신처럼 운동이 이루어진다. /사진제공=정우찬 프로
스키에 가하는 압력은 몸의 중심으로부터 스키를 향한다. 업 동작을 통해 몸의 중심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녹색 화살표는 오른발 하중, 적색은 왼발 하중. 마치 피트니스클럽의 스텝핑 머신처럼 운동이 이루어진다. /사진제공=정우찬 프로
◆위아래로 움직이면 업다운?

초보자는 스키의 업다운을 아래위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상하로의 수직적인 움직임을 판단하는 근거는 눈높이다. 그러다보니 슬로프에서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닌다. 상체를 숙이거나 펴면 눈높이가 오르락내리락하니 업다운을 제대로 한다고 착각해서다. 중급자가 돼 조금 더 업다운에 익숙해진 뒤에는 상체가 아닌 하체로 업다운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움직임은 상하 운동이다.

왜 위아래로 움직일까. 스키에 하중을 주었다 풀었다 하기 위해서다. 카빙스키가 나오기 이전의 일자스키에서는 턴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열심히 정강이로 부츠를 눌러 에지를 세우고 체중으로 스키를 눌러 스키를 휘게 했다. 하지만 현대의 카빙스키는 자체의 사이드컷 덕분에 적절하게 바깥 스키 위에 서기만 해도 스키가 쉽게 회전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업다운의 움직임을 초보부터 가르칠 필요가 없다.

◆초보자에게 업다운 강조하지 않는 이유

캐나다에서 초보자를 가르칠 때는 업다운을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중경의 자세와 피버팅을 이용한 턴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되면 바깥 스키에 체중 실어주기가 다음 순서다. 기술적으로 '프레셔 컨트롤'이라 불리는 업다운은 한참 나중에 다룬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압력을 느끼고 그 압력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중급자 이상이 돼야 한다.

또한 캐나다에선 ‘업 앤드 다운’이란 표현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스텐션 앤드 플렉션’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업 앤드 다운이 위와 아래라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익스텐션 앤드 플렉션은 하체를 펴고 구부리는 ‘동작’에 방점을 찍는다.

초보자들이 열심히하는 업다운을 자세히 살펴보자. 다운을 통해 스키의 에지에 하중을 줘 턴을 마무리한 뒤, 업을 하며 스키에 실린 하중을 풀어준다. 가벼워진 스키를 휘익 돌려서 스키를 회전시키고 다시 다운을 한다.

물론 이 동작이 스키에 주어진 압력을 풀어 스키를 돌리기가 용이해지기는 한다. 신체를 펴고 구부리는 과정에서 몸의 중심은 위아래로 움직인다. 안정적이어야 하는 중심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으니 밸런스가 불안해진다. 경사가 급한 상급자 코스에 가면 속도가 많이 나고 불안해진 스키어는 몸의 중심을 뒤로 더 뺀다. 따라서 나중에 상급자가 되면서 위아래로 몸의 중심을 움직이는 이러한 조작을 없애려 애를 쓴다.

◆애써 만든 업다운을 없앤다?

힘들게 연습해 만들어낸 동작을 다시 없애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고수들이 다리를 펴고 구부리는 이유는 몸의 중심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마치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갖춘 고급 승용차가 노면의 작은 충격조차 모두 흡수해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턴의 초반에 다리를 펴면서 스키에 하중을 실어주고 턴의 후반엔 오히려 스키어를 당기는 강력한 힘에 대응해 부드럽게 힘을 받아준다. 다리를 펴면서 스키를 밀면 스키에 보다 강한 하중이 실린다. 반대로 다리를 구부려 스키를 당겨주면 스키에 실리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스키 상급자는 모두 ‘밀당’의 고수인 것이다. 초보자가 다리를 펴서 스키에 실린 하중을 풀어주고 다리를 구부려 하중을 더하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이런 방식은 마치 평평한 슬로프에 가상의 범프를 상상하면서 타는 것과 같다고 해서 ‘버추얼 범프’라 불린다. 둥글게 솟아오른 눈덩이 범프가 있다고 상상하고 범프를 넘어갈 때 다리를 구부려 충격을 흡수하고 범프를 넘어서면 다시 다리를 펴면서 스키에 하중을 준다.

이렇게 스키를 조작하는 이유는 스키에 하중이 실리면 스키는 저절로 회전하도록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적절한 타이밍에 하중을 주고 그 하중으로 휘어진 스키가 스키어를 밀어내는 힘을 이용해 다음 턴으로 효율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고수가 될수록 고속에서 발생하는 큰 압력을 다루기 위해 다리를 펴고 구부리는 동작 또한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하체의 관절을 충분히 구부리고 펼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이용해야 하는 프레셔 컨트롤 기술은 중경의 밸런스와 제대로 된 바깥발 하중자세, 그리고 적절한 에징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 압력을 조절해 턴을 만들고 스키와 스키어에게 가해지는 힘을 조절하는, 상당히 예민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조작이다. 초보자에게 이런 중급 이상의 조작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스키를 '통통' 살아나게 하라

필자의 견해는 업다운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초보자나 중급자의 업다운 움직임은 오히려 몸의 중심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드는 데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적절한 중경 자세와 피버팅을 이용한 패러렐 스킹에 익숙해진 뒤, 발바닥에 전해져 오는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시점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 전에는 바깥 스키로의 체중 이동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앵귤레이션이 만들어진다. 알맞은 각도로 다리를 펴고 구부리는 자연스런 움직임이 좋다는 뜻이다.

스키는 제대로 밟으면 휘게 된다. 충분히 휜 스키는 자체 탄성으로 스키어를 밀어낸다. 스키가 밀어내는 힘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스키를 보내고 다시 제대로 밟기 시작한다.

이때 스키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스키어가 강하게 밀면 스키는 강하게 튕겨내고 부드럽게 밀면 부드럽게 튕겨낸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의 교감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차갑고 딱딱한 스키를 통통 살아나게 할 수 있어야 스키의 고수인 것이다.

정우찬 프로(스키 칼럼니스트, CSIA 레벨4)
정우찬 프로(스키 칼럼니스트, CSIA 레벨4)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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