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서점 탐방기] ② 책 권태기 겪는 당신…'북 큐레이션'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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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2018년 기업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이는 일과 삶이 균형을 이뤄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 있게 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2935명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의 기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 신입직원들은 '연봉 수준'을 제치고 '근무시간 보장'을 1위로 꼽았다.

그렇다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된 이들은 퇴근 후 어디로 향할까. 기자는 강추위 속 오갈 곳을 잃은 이들을 위해 '큐레이션 서점'을 추천하고자 한다.

최근 '큐레이션 서점'이 여러 곳에 생겨나고 있다. 큐레이션 서점이란 1대1 맞춤형 서적 제공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대형서점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큐레이션 서점'의 큐레이터들은 그날 고객의 기분과 평소 관심사를 토대로 책을 추천해준다.

업장에 따라 1시간 동안 몇가지 질문지를 작성하고 마스터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나에게 맞는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다.

'부쿠' 외관 모습. '부쿠' 서점에서는 본 책을 읽은 큐레이터들의 평을 적어놓는 부쿠's pick을 적어두어 차별화를 꾀한다./사진=황효원기자
'부쿠' 외관 모습. '부쿠' 서점에서는 본 책을 읽은 큐레이터들의 평을 적어놓는 부쿠's pick을 적어두어 차별화를 꾀한다./사진=황효원기자


◆부쿠: 큐레이터 상주하며 고객 '니즈' 추천

지난해 서울 성북동에 문을 연 '부쿠'(BUKU)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0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한 '책 읽어주는 남자'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서점이다.

이 서점에는 4명의 큐레이터가 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책의 제목이나 내용을 가지고 큐레이션 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큐레이터가 모두 책을 읽고 저마다 자신들의 감상평을 적어놓았다. 책을 읽는 공간 외에도 '부쿠'에서는 간단한 베이커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또 매달 저자 강연회를 열어 부쿠만의 워크숍을 진행한다.

'부쿠' 대표는 성북동에 책방을 열게 된 계기를 "고즈넉하고 정감있는 곳에서 누구나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은 다양한 지식을 얻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위안을 준다. 이를 함께 읽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자 열었다. 우리 서점은 부쿠's pick을 통해 차별화를 두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 상주하는 안지영 북큐레이터는 손님들이 책을 낯설어 하지 않게 도와준다./사진=황효원기자
이곳에 상주하는 안지영 북큐레이터는 손님들이 책을 낯설어 하지 않게 도와준다./사진=황효원기자


이곳에 상주하는 안지영 북큐레이터는 "베스트셀러의 경우 대형서점에서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큐레이션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또 위치가 성북동이다 보니 주변에 사는 문인들이 서적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다. 연말 연초에는 인문, 에세이를 서로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언어의 온도'나 '말 그릇'등 '말'에 관련된 서적 구매가 많았다"고 전했다.


4명의 큐레이터들이 책을 읽고 적은 감상평./사진=황효원기자
4명의 큐레이터들이 책을 읽고 적은 감상평./사진=황효원기자


이 곳에서 담화를 나누던 A씨(50·주부)는 "성북동에는 서점보다는 맛집이 더 많다. '부쿠' 오픈 이후 식도락에서 독서로 취미를 바꿔보고자 한다. 이곳에 들어오면 내가 원하는 맞춤형 책을 추천해주고 파티시에의 훌륭한 베이커리도 맛볼 수 있어 이곳만 오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달콤한 파티시에의 베이커리를 즐기며 북큐레이터가 추천한 책까지 읽다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어느 책을 읽어야 할 지 고민된다면 성북동도 구경하면서 '부쿠'에서 책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당인리 책 발전소:오상진김소영부부, 북큐레이터로 변신


방송인 오상진 김소영 부부가 지난해 서울 합정동에 문을 연 '당인리 책발전소'는 부부가 직접 책을 추천해준다. 1대1 상담이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부부가 읽고 난 후 간단한 코멘트를 책 위에 올려뒀다.


'당인리 책 발전소' 내부 모습./사진=황효원기자
'당인리 책 발전소' 내부 모습./사진=황효원기자


이곳은 '책방 안주인 김소영의 취향 반, 이 사회가 원하는 책 반'이라는 슬로건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작은 서점 안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 '책'을 매개로 대화가 이뤄진다. 이런 공간을 열게 된 계기를 묻자 이들은 퇴사 후 떠난 일본 여행에서 우연히 독립서점에 들렀는데 큰 감흥을 얻어 운영하게 됐다고 운을 뗏다.

기자가 방문 당시 아쉽게도 사장을 만날 수 없었지만 추운 날씨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책 위에는 간단한 코멘트를 적어두어 고객들의 책 선택시 어려움을 줄여주었다./사진=황효원기자
책 위에는 간단한 코멘트를 적어두어 고객들의 책 선택시 어려움을 줄여주었다./사진=황효원기자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책을 읽는 사람들,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진열대에는 일.사랑,자아 등의 주제로 섹션을 나눠 부부의 감상평과 추천사를 보기 쉽게 배치해 놓았다. 이로인해 사장의 부재에도 책을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한쪽 벽면에 위치한 당인리 책 발전소 베스트10은 주간 베스트셀러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의 취향도 엿볼 수 있었다. 김소영 사장은 "기존의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의 편집이 아닌 우리 책방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고자 한다.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책, 다들 잘 모르는 책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책 위에는 간단한 코멘트를 적어두어 고객들의 책 선택시 어려움을 줄여주었다./사진=황효원기자
책 위에는 간단한 코멘트를 적어두어 고객들의 책 선택시 어려움을 줄여주었다./사진=황효원기자


이 곳을 찾은 20대 A씨는 "처음에는 사장님 부부의 유명세에 책방에 관심을 가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틈틈이 엿보다가 이번에 처음 방문하게 됐다. 솔직히 책과는 친하지 않아 선택 시 고민될 때 사장님의 코멘트에 따라 사게 된다. 내가 이렇게 책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줄 몰랐다"며 미소지었다.


◆'서점=책을 파는곳' 더 이상 아니다

서점가의 큐레이션이 점차 자리잡은 가운데 서점은 더이상 '책'만을 팔지 않는다. 지난달 5일 새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에는 세탁기 옆 벽면에 4m의 책꽂이를 배치했다. 1332㎡ 규모의 이 매장에는 가전제품과 책 5000권이 공존한다.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숍인숍' 형태를 취한 것이다. 국내 가전 매장 최초로 유행에 맞춰 공간을 빠르게 재편했다.

북카페를 포함해 1,2층 휴게존에도 인문학,소설,교양서를 커피 주문대에 배치했다. 구리역점은 출판사 문학동네와 손잡고 '카페꼼마'를 1층에 그대로 들여 음료를 마시며 책도 읽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은 온오프라인 통합형 옴니존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안한 쇼핑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매장이다. 과감하게 매장의 4분의 1을 옴니존,북카페,휴게존 등으로 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카페꼼마'를1층에 입점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사진=뉴스1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카페꼼마'를1층에 입점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사진=뉴스1


◆플라이 북:한달에 한번 취향에 맞는 책 배송

시간·공간의 제약으로 이들 서점을 방문하기 힘든 독자라면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해보자.매달 30일 정기적으로 책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곳이 있다. 책 정기배송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플라이북'이다. 매달 30일 소비자의 취향에 기반해 책을 선정한 후 배송해주는 '비플러스(B:PLUS)서비스'를 운영한다.

플라이북./사진=플라이북 SNS
플라이북./사진=플라이북 SNS


이곳은 '책과 사람을 더 가까이'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당신의 기분과 관심사,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해준다. 한달에 한 번 '취향저격형' 책이 간단한 선물과 함께 배송된다. 뿐만아니라 작은 선물과 북컨시어지의 손편지까지 함께 받아볼 수 있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전문가들이 작품을 수집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단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영향력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데 현재의 큐레이션 개념은 선별과 배치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가려내는 기술로 쓰여진다.


국내에서는 소규모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큐레이션 실험이 벌어지는 반면 국내 대형서점들은 여전히 베스트셀러와 신간 서적 위주의 마케팅,굿즈 판매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교보문고 등 일부 대형서점들이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책보다는 문구 소품류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공간의 중심이 바뀌어 오히려 큐레이션을 통한 지식의 편집 기능이 동네 책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형서점이 큐레이션 기능을 사실상 포기하고 매출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점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전시,판매하지 못할 바에는 좋은 책을 선별해 팔고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머물게 해야 하는데 국내 대형서점의 큐레이션 기능은 물론 다양성 측면에서도 퇴보하는 모습"라며 "홍대에 있는 점포는 인디문화나 예술 관련 서적들을 총망라한다거나 점포별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효원 인턴
황효원 인턴 hyowon79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이슈팀 황효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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