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세대'의 외침, "가상화폐 하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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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사진=임한별 기자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사진=임한별 기자

최근 가상화폐 광풍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면서 이 현상의 중심에 2030세대가 있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조사’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 조사’ 등은 이 같은 얘기가 사실임을 보여준다. 

이에 2030세대를 ‘코인세대’로 지칭, 가상화폐 광풍을 이들의 좌절심리와 연관시키는 기사가 주로 눈에 띈다. ‘모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지적’으로 마무리되는 가상화폐 관련 기사는 언제나 코인세대의 좌절과 불안에만 집중할 뿐, 그것을 야기한 기성세대의 잘잘못은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비판은 기회의 창을 닫은 기성세대에게 향하지 않고 현재의 불안한 시장을 주도하는 ‘듯한’ 2030세대에게 쏠린다.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정책이 조율되지 않은 채 흘러나와 가상화폐시장에 격랑을 일으키자 코인세대는 크게 반발했다. 확정되지 않은 규제안을 발표한 정부관료를 비판하고 추측을 확정으로 내보낸 언론사에 대한 국민청원을 진행하는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은 코인세대의 분노로 가득했다. 

이 같은 거센 반발에 정부는 더욱 허둥댔고 언론과 기성세대는 ‘가상화폐에 목매는 2030세대’, ‘한탕주의에 빠진 N포세대’ 등의 말로 코인세대를 응징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는 도박’ 발언, 유시민 작가의 ‘미친 짓’ 발언 등과 맞물려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으며 이제 가상화폐 광풍은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이에 <머니S>는 지난 16일 자칭·타칭 코인세대를 만나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연봉이 높은 사람도, 연봉이 없는 사람도 가상화폐 거래를 했다. 물론 가상화폐 거래를 안해본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 거래를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한 인터뷰이는 영화 '타짜'의 대사를 빌려 “도박판에서 돈 따는 것보다 어려운 게 도박 끊는 일이라던데 내가 그렇다”며 자조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기자는 시청, 종각, 신촌, 홍대 등 주요 업무지구와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이를 종합·정리한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자에게)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A씨(31·회사원): 특별한 계기는 없다. 자주 접속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늘 거론되던 터에 여유자금이 생겨서 무작정 시작했다. 굳이 따지자면 수익 욕심 반, 호기심 반이다. 일반인이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솔직히 까막눈이 아닌 이상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가상화폐 비참여자에게) 가상화폐 거래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이유가 있나.

B씨(29·공무원): 금방 거품이 꺼질 것이며 규제가 심해질 거라 예상했다. 자꾸 이슈가 돼서 끌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관련 규제가 없어 불안정해 보였다. 실체가 없는 데다 가격변동도 심해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차라리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바람직해 보였다. 

▶비트코인 광풍은 어떻게 생각하나

C씨(33·건설업 종사): 불로소득은 원체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관심이 없었다.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부유하게 살고 싶어 하지 않나, 노력하지 않고 한방에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은 당연하다고 본다. 

D씨(28·보안업체 직원): 이전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요 근래 논란이 불거지고 코인시장 폭락으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전히 기회라고 생각한다. 

E씨(29·회사원): 한탕주의, 도박 등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집값, 결혼 비용, 육아 비용 등의 부담을 사회가 줄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미친 것 같았다. 한창 때는 사람들에게 이성이 존재하나 싶을 정도였다. 정부가 손쓰지 않으면 한강 가는 사람 여럿 생길 것 같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사진=임한별 기자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사진=임한별 기자

▶우리나라 비트코인 광풍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F씨(27·취업준비생): 비트코인은 부동산 신화와 닮았다. ‘사두면 무조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종교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다만 부동산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 필요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뛰어들 순 없었다. 하지만 코인은 다르다. 단돈 몇만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자금으로도, 절차로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몇만원을 투자해 수십, 수백배까지 돈을 불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다. 2030세대가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B씨: 노력에 비해 얻는 게 적은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세대는 10대에 IMF를 겪으면서 집안이 기우는 걸 보고 자랐고, 좀 크고 난 후에는 금융위기(없던 적이 없었지만)로 취업문이 좁아졌다. 그런데 한방에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생기니 당연히 눈이 뒤집히는 거다. 예컨대 지난 1년간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들었는데 완납하고 보니 이자가 2만원이 안 되더라. 그 금액을 비트코인에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G씨(34·자영업): 부모세대는 개발시대에 살았다. 열심히 했으면 무조건 집 한채씩은 장만했을 거다. 반면 우리는? 아니 나만 봐도 하루 10시간 일하고 6시간 애보고 연차 없이 살고 있는데 모은 돈이라곤 쥐뿔도 없다. 2030세대한테 따질 것이 아니지 싶다. 윗세대들은 부동산·주식이라는 탈출구도 있었다. 부모세대가 부동산·주식에 열광한 날이 있었듯이 우리도 그렇다.

H씨(35·식품영업): 이해한다. 올바른 직장, 즉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더욱 빠져든 것 같다. 기득권에 대한 짙은 불신. 점차 낮아지는 계층이동 가능성. 최악의 취업난 등등. 이런 상황이니 젊은 세대가 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지 않을까.

D씨: 2030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에 습득이 빠르고 가장 능숙한 세대다. 코인시장 또한 초기 자본, 모바일·인터넷을 통한 접근성, 정보의 비대칭성 면에서 주식·부동산시장에 비해 접근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가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경향이 있지 않나. 따라서 2030세대와 가상화폐시장은 맞물릴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비트코인 판에 발을 들인 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가(반대로 자신만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불안함은 없는가).

A씨: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은 유망한 기술임에 틀림없으나 해당 기술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암호화폐가 과도한 몸값을 갖게 됐고, 이에 언제라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B씨: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조금은 배가 아팠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도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G씨: 두려움은 없다. 주식도 꽤 오래 했었다. 두려움이 있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굳이 후회하는 걸 찾자면 비트코인이든 주식이든 내 원칙을 깨버리고 매매를 하는 것 정도다.

F씨: 나는 소액으로 시작해서 별다른 두려움은 없다. 손해를 볼 수도 있겠으나 불안감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자극, 즐거움이 더 크다.

가상화폐 관련 금융위 입장 밝히는 최종구 위원장/사진=임한별 기자
가상화폐 관련 금융위 입장 밝히는 최종구 위원장/사진=임한별 기자

▶최근 비트코인 관련 정부 규제 기조를 어떻게 생각하나.

F씨: 관련 정부정책이 나오기는 했나. 각 부처장들이 조율되지 않은 이야기를 남발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정부차원에서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규제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규제를 한다고 자꾸 위협하는 게 좀 이상하다. 세금을 걷으려고 그러는 것일 텐데 굳이 거래소를 폐쇄한다거나 하는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지.

C씨: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체가 없는 자산에 전세계 사람들이 열광해 거품으로 형성된 화폐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흔들리면 안 된다. 규제하지 않으면 건강한 투자문화마저도 병들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산업은 적극 육성했으면 한다.

E씨: 이해가 안 된다. 급등할 때는 대처 없다가 코스닥 정책 발표 이후 코인에 들어간 돈을 회수하려는 모습이다. 과연 정부 부처에 소속된 사람들은 여기에 투자를 안 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 부처 간 얼마나 협의가 안 됐는지 자기네들끼리 정책 발표를 뒤집는 일이 빈번해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하는 상황이다.

D씨: 거래소 감사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빗썸이나 코인원을 비롯한 몇개의 거래소의 경우 이용자들도 불만사항과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정 이슈 발생 시, ‘서버 문제’가 자주 발생해 거래소의 투명성을 문제 삼은 적이 많다. 거래소와 소위 말하는 ‘세력’ 간의 담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의 대처가 많이 늦었다. 법무부 발표 시 유출된 문건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현재 관련 부처 고위 공무원들의 코인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은 무지함, 멍청함 그 자체다. 관료제의 폐해만 보일 뿐이다.

이외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얼마나 아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단편적인 지식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G씨는 “인터넷에 찾으면 많이 나온다”고 말했고 F씨는 “인터넷에 10분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라고 답했다.

재미있는 답변도 많았다. 가상화폐 차트와 자신의 삶 중 무엇이 더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B씨는 “비슷하다. 왔다 갔다 하는 게”라고 답했고, H씨는 “큰 돈을 벌지는 않지만 서서히 늘어나는 월급과 가족이 나를 이끌어준다”며 안정적인 삶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D씨의 말이었다. 그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가상화폐 광풍은) 이상과열현상이고 그 뒤에 올 일이 정부는 두렵다고 말하는데 나는 솔직히 그 말이 우습다. 내 미래보다 더 두려운 건 없다. 나는 이상과열현상 뒤를 생각할 수 없는 현재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말, 그러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말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얘기가 아닐지라도 세대에 대한 공감에서 나온 끄덕임이었을 것이다.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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