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사추위 빠진 금융지주 회장님, '노동이사제' 힘 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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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은행 제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은행 제공
국내 금융지주가 사추위(사외이사추천위원회)와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셀프 연임’ 우려를 해소하고 지배구조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윤종규 회장, 김정태 회장을 사추위, 회추위에서 제외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해당 사외이사가 회추위에 들어가 자신을 밀어준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셀프 연임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KB금융은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윤 회장을 제외하고 유석렬, 최영휘, 이병남 등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지난 5일 사추위 회의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이사회와 사추위를 열고 사추위원에서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해 의결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20일 회추위에서 현직 회장을 배제하기로 결의했다.

신한금융도 조용병 회장을 사추위와 회추위의 참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및 회추위 규정(제10조 제3항)에 따르면 대표이사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돼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 절차가 시작되는 경우 대표이사 회장은 후보 추천 절차에 참여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 경우 대표이사 회장은 재적위원 수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신한금융 측은 "현직 회장이 사추위와 회추위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NH농협금융은 2016년 11월25일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이미 양 위원회에서 현직 회장의 위원 참여를 제외하고 있다. 신한금융까지 회장의 사추위 및 회추위 참여를 제한하면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사외이사와 차기 회장 선임에 현직 회장을 제외하는 셈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회사는 특정 대주주가 없다 보니 최고경영자(CEO)가 본인 연임에까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관행”이라며 “본인 이후 경영공백 없이 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사추위와 회추위에서 물러나면서 지배구조에 투명성을 더 하게 됐다”며 “거수기로 비판받던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확보해 차기 CEO 선정에 공정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금융노조 KB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KB금융 회장 퇴임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금융노조 KB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KB금융 회장 퇴임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불 붙은 노동이사제, 사외이사 누가 되나

이제 관심은 새롭게 선임될 사외이사로 쏠린다.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이 추천하지 않은 사외이사가 대거 포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금융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노동이사제)가 자리에 오를지 관심이 뜨겁다. 노동이사제가 추진되면 경영진 압력에 노조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

KB금융 노동조합은 지난 7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권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노동경제학 권위자이자, 인사·조직관리·노사관계 분야 전문가다.

신한은행 노조도 이달 안에 조합원 동의를 얻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가 추진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노조의 노동이사제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이다. 은행권 채용비리가 내부 견제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만큼 노동이사에 도입에 힘이 실린다.

다만 경영진과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주주의 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은행권의 상황에선 노동이사제도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KB금융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찬성률 17.78%로 부결됐다. 당시 지분 70%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던졌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라도 노조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금융회사의 전체 이익이 아닌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은 특정한 지배주주, 경영진, 이사회를 위해 경영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 노동이사제로 간다는 것은 실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노동이사제 확산… 찬반논쟁 후끈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처럼 정부가 노동이사제에 추진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만 여전히 찬반논쟁은 뜨겁다. 찬성하는 측은 노사 공동결정제 전통을 가진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강조한다. 유럽에선 독일,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총 15개국이 공공과 민간부문 모두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4개국은 공공부문만 적용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가 대표 공공기관으로 2016년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100명 넘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자 대표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든 것이다. 공공성을 지닌 금융지주회사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민간기업도 노동이사제 목소리를 크게 낼 것으로 보인다.

반대하는 입장은 기업경쟁력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지수 법과경제문제 연구소장은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들어온다고 해서 전체 이사회의 의견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핵심이 이사회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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