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 외톨이, 나는 '언택트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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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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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성이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선다. 직원들의 요란한 인사 대신 남성을 맞이한 것은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 키오스크. 남성은 아무 말 없이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과 결제를 끝낸다. 이 남성은 식사를 마치기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같은 매장의 또 다른 남성은 키오스크 대신 계산대 앞에서 치킨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계산대 너머의 직원은 폭포수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포장이신가요, 드시고 가시나요?”, “5분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음료는 어떤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적립이나 할인하시겠어요?”, “500원 추가하시면 라지사이즈로 변경 가능한데 괜찮으세요?” 등 직원과 수차례 대화를 거친 후에야 이 남성은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자리에 앉아 모든 정보를 얻는 시대가 열렸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음식도 주문할 수 있고 차량정비와 빨래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혼족’ 문화가 겹쳐지면서 ‘언택트’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 언(Un)을 붙여 만든 신조어로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언택트는 말 그대로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형태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무인, 자동, 자율의 통합 개념으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햄버거부터 택배까지 언택트 활발

일본의 한 의류업체가 마케팅에 처음 도입한 언택트는 그 영역을 IT산업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언택트족을 타깃으로 한 각종 기기가 등장하고 기업들이 경영전략에 이를 적극 활용하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언택트 관련 기술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패스트푸드점에 등장한 키오스크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는 2015년 8월 신촌점에서 키오스크를 데뷔시켰다.

키오스크는 등장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외려 번거로워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2년 만에 전국 맥도날드 190여 매장에 도입됐다. 국내 맥도날드 매장이 400여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도 언택트 관련 기술을 응용한 사례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음료를 주문하는 사이렌오더는 점원과 대화없이 원하는 레시피의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스타벅스 한국법인인 스타벅스코리아가 도입했다. 3월 기준 하루 평균 사이렌오더 주문건수는 7만건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스타벅스 전체 주문량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에는 택배를 받아볼 때도 사람을 마주하지 않는다. 과거 경비실에 쌓여있던 택배물품은 최근 무인보관함으로 거처를 옮겼다. 택배기사가 무인보관함에 물품을 두면 수령자가 찾아가는 구조다. 택배의 내용물에 대해 묻는 이도 없으며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이 도입돼 보관 물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각광받는다.

이밖에도 금융계좌개설, 항공권 발권부터 꽃배달, 영화예매, 차량 세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산업은 언택트족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언택트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에게 큰 지지를 얻는다”며 “여기에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 IT기술의 성장도 언택트 문화 확장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대인관계 기피, 인간소외 우려

언택트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일 수 있고 자기주도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았고 사업자에게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IT업계와 유통업계는 올해 언택트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언택트가 상황 적응적이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무인 혹은 비대면 기술과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른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람의 힘과 기술, 감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첫번째 우려다. 최근에는 영화관에도 매표소 직원보다 키오스크가 더 많아지면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언택트 디바이드’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언택트 디바이드는 과거와 다른 인간소외를 일컫는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디지털정보 소외계층이 언택트 환경에서 더 큰 불편을 겪을 것이란 뜻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의 일을 기계가 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외계층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작정 신기술을 환영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무료로 인식됐던 인적서비스가 프리미엄화되는 등 언택트는 점차 사회 전반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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