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0,000,000,000원… ‘서울시 금고’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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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신한은행 세종대로 본점 / 사진= 각 사.
(왼쪽부터) 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신한은행 세종대로 본점 / 사진= 각 사.

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가 치열한 전장이 됐다. 서울시 기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입찰에 뛰어들어 판이 커져서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금고 규모의 26%를 차지하는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되면 다른 기관 영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은행들의 목숨 건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관건은 우리은행 메인 전산시스템의 대체 가능성과 지역사업 출연금 규모다. 일각에선 4년 전 경쟁입찰 당시 2800억원의 출연금을 제시한 은행이 있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3000억원 이상 출연금을 제시하는 은행도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25∼30일 은행들의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어 5월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한 뒤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기존·신규 금고 합동근무 및 인계인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현재 서울시금고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KB국민∙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과 IBK기업은행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실무자 검토단계를 밟고 있다.

◆시중은행, 사활건 유치전 전개

우리은행은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104년간 서울시 자금 관리를 맡아왔다. 시금고의 재정규모는 작년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약 33조9200만원이다. 일반·특별회계를 관리하는 제1금고(31조8600만원)과 식품진흥기금, 성평등 기금 등 기금운용액을 관리하는 제2금고(2조600만원)로 분류된다. 1금고는 수시로 돈을 입출금하는 통장 역할을, 2금고는 일정기간 돈을 넣어두는 예금 성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수가 크고 항목도 수천가지여서 자금 관리 효율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1·2금고를 분리해 입찰을 진행하지만 1금고에 선정된 은행이 2금고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상 주요 시중은행들이 1∙2금고에 중복 입찰을 했기 때문에 1금고에서 최고점을 받은 은행이 2금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업무 관리 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서민금융 지원 실적 포함) 등이 평가항목이다.

우리은행은 시금고 사수를 목표로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수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랫동안 서울시 금고를 맡아온 만큼 전산시스템에서부터 자금관리까지 모든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공개입찰 방식이 도입되긴 했지만 다른 은행들이 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1600명이 넘는 금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연 1억건 이상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OCR(광학문자인식)센터를 운영중이다. 지난 1988년 시금고 수납시스템 전산화 이후 29년간 무사고∙무중단∙무결점의 운용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또 서울시내 최다인 408개의 영업점과 1065개의 자동화코너를 운용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수단만도 20여개가 넘는 등 이미 서울시민의 생활에서 밀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관영업에 잔뼈가 굵은 허인 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은 우리은행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허 행장은 이달 초 김환국 중앙지역영업그룹대표와 함께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만나 시금고 복수체제 전환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고 국민은행이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허 행장의 시금고 유치 의지는 지난해 말 취임때부터 시작됐다. 올 초 조직개편에서 기관영업 부서를 기관영업부로 확대해 힘을 실어줬고 담당임원들에게 “서울시 금고가 복수 입찰이 가능해지면 무조건 유치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신한은행의 의지도 강하다. 신한은행은 그룹 내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개편했으며 ‘영업통’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장으로 전면 배치했다. KEB하나은행도 자산관리(WM) 전문성을 무기로 서울시에 적극적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2,000,000,000,000원… ‘서울시 금고’ 쟁탈전

◆전산시스템 구축·출연금 버블 등 '관건'


문제는 우리은행이 장기간 서울시금고를 맡아오면서 다른 은행이 선정돼도 복잡한 서울시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역량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택스(ETAX∙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의 경우 회계간 자금이체가 빈번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은행의 특화된 전산 기술이 메인시스템으로 정착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물론 25개 구 내부 전산망도 우리은행 기술로 깔려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서울 용산구 금고를 담당하고 있지만 전산시스템은 우리은행의 서울시 이택스 시스템을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차세대전산시스템 교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울시 전산을 나중에 다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시에 시금고 선정 후 합동근무와 인수 기간이 6개월 정도 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시간으로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은행들의 경쟁 과열이 출연금 규모를 늘려 대출 금리 상승 등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논란도 있다.

시금고 선정 평가항목 중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이 문제다. 지역사업에 내는 출연금 규모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6대 은행의 시금고 관련 출연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간 서울시에 연간 1400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당시 공개입찰 경쟁에 참여한 신한은행은 800억원 수준, KB국민은행은 시스템 개발비를 포함해 28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인사는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복지이슈가 부각되면서 입찰에서 3000억원을 써내야 금고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귀뜸했다.

일각에선 출연금만 클 뿐 수익성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과열 경쟁으로 흐를 경우 은행의 막대한 자금만 기관으로 흘러가고 과도한 경쟁은 비용지출 확대를 불러와 은행 자체적으로는 별 수익은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연기금이나 지자체 금고의 주거래은행으로 은행이 선정되면 잠재 고개 확보 등 은행입장에서 도움되는 것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과당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대출금리 등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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