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은 무엇? 진상규명 왜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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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김갑배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김갑배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년 전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11일 한국 최악의 인권 참사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형제복지원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생존자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이 이제야 지켜지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특별법 제정이 시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에 형제복지원 사건의 전말과 그동안 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정부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거리에 노숙인과 부랑아가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부산 주례동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 부랑아와 노숙인을 강제 구금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울산지검 김용원 검사가 당시 형제복지원 소유인 울산 반정목장에서 벌어진 강제노역 인권침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형제복지원에서 끌려온 원생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강제노역을 했으며, 잠잘 때는 발목에 사슬을 묶는 등 불법감금을 당했다. 나아가 탈출을 시도하던 원생을 관리자가 폭행, 숨지게 한 사실도 밝혀졌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1975년 7월부터 1987년 6월 말 폐쇄될 때까지 국가의 훈령에 의해 3500여명을 단속·수용하면서 원생들의 기본권을 짓밟았다.

1987년 당시 확인된 수용자 숫자만 최소 3164명이다. 특히 군대식 지배 구조로 운영되면서 일상적인 강제 노역과 구타·학대·굶김·성폭력·살인 등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년과 소녀들은 소대장이나 상급자들의 성적 노리개로 성폭력에 시달렸고 그 충격으로 정신병동에 갇히거나 폭행 후유증으로 죽어 나갔다.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서 최소 513명이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채 사망처리됐고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된 사실도 확인됐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 대책위 한종선위원장 등 5명이 지난해 9월6일 형제복지원 옛 터인 부산 주례동에서 국토종단 출범식을 갖고 도보행군을 시작했다./사진=뉴시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 대책위 한종선위원장 등 5명이 지난해 9월6일 형제복지원 옛 터인 부산 주례동에서 국토종단 출범식을 갖고 도보행군을 시작했다./사진=뉴시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 규명 왜 늦어졌나.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대책위 한종선 위원장은 지난해 9월 “2012년부터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하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형제복지원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억울하게 불법 감금됐던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의 피와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 줄 것”을 호소했다.

한씨는 30여년전 여덟 살 철부지 소년시절 ‘부랑아’라는 도장이 찍혀 부산 형제복지원에 갇히면서 ‘84-10-3618’번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1984년 10월에 3618번째 입소했다는 의미다.

한씨를 비롯한 수용자들은 정규교육은커녕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건축용 자갈을 깨거나 외주업체의 일감인 전선 피복 벗기는 작업에 동원됐다. 작업이 더딜 경우 매질과 발길질을 당하기 일쑤였고 군대처럼 소대원으로 편성돼 밤에는 악몽 같은 단체 기합이 반복됐다.

이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1986년 사망)의 구속 수사가 이뤄졌지만 외압으로 수사 검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재판과정에서도 불법 감금사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해자들은 면제부를 받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특히 같은 시기에 발생한 시국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가려 형제복지원의 불법 운영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데다 당국의 비호 아래 조직적인 범죄 은폐 등으로 불법 감금사건의 축소·은폐가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후 30여년이 지나도록 국가와 사회가 외면하는 사이 나이 든 수용자들은 대부분 강제 노역과 영양실조의 후유증 등으로 세상을 떠났고 교육을 받지 못한 어린 원생들도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행적조차 찾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2014년 7월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도 상정돼 계류 중이다.

지난 2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형제복지원사건 문제점

형제복지원사건은 국가의 훈령을 근거로 단속하면서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제대로 된 신원확인도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연행돼 억울한 수용자가 많이 발생했다.

수용자들은 대부분 수용 적격성 등의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연행돼 탈출할 수 없도록 요새처럼 구축된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바깥 사회와 철저하게 단절됐다. 외부와 연락이 끊겨 가족들이 찾아도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자로 처리되기도 했다.

관리 감독기관인 부산시도 수용자들의 신원확인이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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