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한달] 수술대 올랐는데… ‘국민펀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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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한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사모펀드 위주에서 개인투자자가 많이 찾는 공모펀드에 유리하도록 개편한 것.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후 사모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도입 취지와 달리 ‘부자 펀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공모펀드에 수익률이 좋은 코스닥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하고 공모펀드의 공모주 청약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스닥벤처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우량 벤처기업에 대한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 물량은 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CB, BW 등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자 우위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모 쏠림' 손질하고 '공모' 우대

[코스닥벤처펀드 한달] 수술대 올랐는데… ‘국민펀드’ 될까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벤처기업 또는 코스닥 기업에 투자자금이 흘러가도록 투자자에게 혜택을 부여한 상품으로 지난달 5일 출시됐다. 운용자산의 절반을 벤처기업이나 7년 이내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등에 투자해야 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코스닥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이미 판매금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사모펀드 판매액이 공모펀드 판매액의 3배에 육박하는 등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펀드 설정액의 15%를 벤처기업이 발행한 신주나 무담보 CB와 BW에 투자하는데 CB와 BW를 공모펀드에 편입하기 어려워 펀드가 사모 위주로 조성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공모펀드와 대형펀드에 불리한 공모주 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공모주 30% 우선배정 혜택을 공모펀드에 몰아주기로 했다. 현행 배정 방식은 펀드 규모와 관계없이 배정돼 소규모 펀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예컨대 개편 전에는 코스닥에 상장하는 A사의 100억원 규모 공모에 5개 운용사가 신청할 경우 운용사별로 각 20억원씩 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펀드 순자산 규모별로 배정을 하게 된다. 순자산 규모가 1000억원인 공모펀드의 경우 50억원까지 배정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주관사의 최대 10% 추가물량 배정도 허용된다. 이는 일반투자자가 많이 몰리는 대형펀드에 충분한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기 위해서다.

[코스닥벤처펀드 한달] 수술대 올랐는데… ‘국민펀드’ 될까

또한 공모주를 신청할 때 공모펀드의 신청물량에 대한 순자산 10% 이내 청약제한이 폐지된다. 기존엔 1000억원 공모펀드는 10%인 100억원까지 공모주를 신청할 수 있었다. 사모펀드는 이런 제약이 없어 좀 더 유리했다. 

아울러 공모펀드도 무등급 채권을 편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공모펀드는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있는 CB, BW 위주로만 조성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에 등록된 무등급 CB, BW 채권에 대한 편입이 허용된다. 또 공모펀드가 잠정 판매중단(소프트 클로징)한 뒤 추가로 펀드를 조성할 경우 현행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기간인 15일을 절반(7일)으로 줄였다. 같은 운용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신고서 효력 발생기간이 길어 추가 펀드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공모펀드 운용사는 벤처펀드 규모가 2000억~3000억원이 되면 1차로 판매중단하고 신주비율을 충족한 뒤 추가 펀드를 조성하는 전략을 활용하지만 사모펀드는 사전이 아닌 사후 신고를 한다.

사모펀드는 환매금지 기간을 둬 장기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일정기간(1년6개월 등) 환매금지 기간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에 한정해 공모주 우선배정 참여자격을 준다. 공모주 우선 배정 이후 1년 내 펀드를 청산하는 경우에는 불성실 기관투자자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이른바 큰손들 사이에서 사모펀드 인기가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기업 CB·BW 발행 리스크도 

그동안 KTB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가 시장을 선점했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질 조짐이다. 신규 운용사들도 코스닥벤처펀드 조성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코스닥벤처펀드 개편안이 일반투자자들을 코스닥 벤처펀드로 유인하는 데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투자위험이 크지 않은 벤처기업은 손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량 벤처기업이 내놓을 CB나 BW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규 CB, BW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CB, BW 발행사에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공모펀드 특성상 무등급 CB, BW를 편입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긍정적으로 투자를 고려할 만한 벤처기업 신주 물량이 시장에 많지 않은 상황이라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부실기업 신주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CB·BW 발행시장 자체가 발행자(기업) 우위로 바뀌면서 수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까지도 CB 발행에 성공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무작정 코스닥 벤처펀드 규모를 키우기엔 운용사 입장에선 여러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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