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자취 감추는 '분양권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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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 늘려 투기근절 ‘긍정적 신호’

‘부동산시장 로또’로 불리던 아파트 분양권거래가 자취를 감출 기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거래량이 약 5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면서 거래가 위축된 탓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
◆사상 최고기록 분양권거래 1년 만에 뚝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거래는 86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88.4%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거래는 지난해 5월 사상 처음 1000건을 넘은 1123건을 기록하며 과열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12월 538건으로 반토막났다가 올 1월 153건, 2월 128건, 3월 114건으로 계속 감소하더니 지난달 두자릿수가 됐다. 2013년 5월 74건을 기록한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경기 과천·성남·하남·고양·광명·남양주, 동탄2신도시,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부산진·남·수영구, 기장군, 세종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한국감정원의 아파트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청약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거래는 8922건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27.6% 감소했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최근 몇년 동안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서울 흑석뉴타운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는 지난 2월 분양권이 12억7977만원에 팔렸다. 분양가 6억6690만~8억4900만원 대비 최소 4억3077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 길음뉴타운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84㎡도 지난해 11월 분양권이 7억3000만원에 팔려 프리미엄이 최소 1억63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부동산 로또로 불리던 분양권시장이 휘청이는 것은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6·1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이 잇따라 나오며 분양권거래가 금지됐다. 청약조정대상지역 새 아파트 분양권은 입주 전 전매를 금지해 소유권 이전등기 이후에만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 또 분양권 양도세율을 50%로 높였다. 종전에는 분양권 보유기간이 1~2년이면 40%, 2년 이상이면 6~40%, 1년 미만일 때만 50%의 세금을 냈다.

◆투기수요 차단 ‘긍정적 효과’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기 전에는 일단 분양받아 계약금만 치러도 단기간에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중도금 대출규제도 약해 적은 자금만으로 투자가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서울 강남 등지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가 판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서울에 입주한 청약경쟁률 상위 12개 아파트단지의 분양권 전매율은 지난달 말 기준 55%다. 절반 이상은 내집 마련이 아닌 전매를 위해 청약한 셈이다. 강남 분양권 전매율은 더 높은 60%를 보였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는 일반분양 113가구 중 80%인 91가구의 주인이 바뀌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는 청약자가 비싼 분양가를 감당할 자금이 없어도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집값을 상승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권 전매가 줄어들면 투기수요가 줄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 집값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권을 사고파는 것은 금지됐지만 실제 입주 후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보면 서울 북아현뉴타운 ‘e편한세상 신촌’은 최근 84㎡ 매매가가 평균 10억900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최소 3억5000만원 올랐다. 같은 북아현뉴타운 ‘아현역 푸르지오’도 84㎡ 매매가가 평균 10억300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최소 2억9080만원 상승했다. 이에 따라 최근 분양한 아현뉴타운 ‘마포 프레스티지자이’는 일반분양 청약경쟁률이 평균 49.98대1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후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이상 거주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가 상당하고 대출규제도 만만찮아 수요자들은 여러가지 페널티를 잘 살핀 뒤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분양권시장 위축 지속, 풍선효과 남아

앞으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권시장이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리다가 전매제한 강화와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 영향으로 위축됐는데 당분간은 뚜렷한 호재가 없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규제를 벗어난 비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거래가 풍선효과를 나타낼 조짐이 보인다.

최근 파주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경제협력 전망이 밝아지고 파주-동탄을 잇는 수도권 급행철도(GTX) A노선 수혜지로 부상하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뛰었다. 2023년 개통 예정인 GTX 운정역 역세권단지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는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8000만원선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같은달 입주하는 ‘힐스테이트 운정’도 최고 70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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