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GM 안’에서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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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 조립공정 /사진=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스파크 조립공정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이 극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10일 정부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합의한 내용을 정리하면 GM은 먼저 총 64억달러(약 6조9200억원)를 지원한다. 세부적으로는 ▲시설투자 20억달러(약 2조1600억원) ▲구조조정비용 8억달러(약 8600억원) ▲운영자금 8억달러 등이다. 특히 기존 대출자금(올드머니) 28억달러(약 3조원)는 올해 안에 전액 출자전환하기로 했으며 2대 주주인 산은은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를 투입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0년 비토권 ▲10년 지분매각제한 ▲10년 설비투자 비용을 이번 협상의 키워드로 꼽았다. 정부와 GM이 협상안을 타결함으로써 앞으로 10년간 생존을 보장받은 만큼 한국지엠은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쏟을 방침이다.
한국지엠 협력사 초청 경영현황 설명회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협력사 초청 경영현황 설명회 /사진=한국지엠 제공

◆아픔 딛고 성숙해질까

지난 2월 GM은 한국시장의 사업구조 조정을 이유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최악의 경우 철수까지 거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가을 비토권이 소멸되기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2대주주고 수많은 사람이 일하는 공장을 하루아침에 폐쇄할 수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에 대응이 무뎠다. 결국 당시엔 GM의 날카로운 공격에 모두가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GM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장을 정리해왔다.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는가 하면 ‘오펠’도 PSA(푸조시트로엥그룹)에 팔아버렸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받는 인도에서조차 과감히 손을 뗐다.

연간 1000만대를 파는 GM 입장에서 연간 50만대규모의 한국지엠에 아쉬울 게 있을까. 디자인과 연구개발(R&D)역량을 제외하면 생산성 악화로 만성 적자에 허덕인 사업장을 재편하는 결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을 것이다.
신형 스파크 /사진=GM 제공
신형 스파크 /사진=GM 제공

◆체질개선 없이는 무용지물

앞으로 최우선과제는 쪼그라든 내수시장을 되살리는 것이다. 라인업을 늘리고 판매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요한 건 그동안과 달리 성과를 먼저 보여줘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떻게든 우리나라 공장에서 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생산노조가 신차 물량을 배정받으려 혈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상황이 좋을 때나 통하던 전략이라는 게 상당수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입차시장은 생산공장 없이도 연간 20만대 이상 팔리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국내에 생산공장을 가진 국내업체보다 더 많이 파는 수입차업체가 생겨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생산물량을 배정받으려 왜 고집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실적인 한계를 넘으려면 저비용 고효율 체제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것.
선적 장면 /사진=한국지엠 제공
선적 장면 /사진=한국지엠 제공

대표적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의 르노삼성자동차의 상황이 좋은 예로 꼽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는 내수판매용 르노삼성차 외에도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를 만든다. 나아가 르노삼성은 르노 스페인공장에서 만든 소형SUV를 수입, 국내에서 ‘QM3’라는 이름을 붙여 판다. 최근에는 르노 터키공장에서 생산한 클리오도 수입해온다. 이처럼 그룹차원의 자원을 활용하며 그룹에 녹아들려 노력한 결과 생산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었고 결국 회사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현재 GM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SUV나 픽업트럭에도 집중하는 중이다. 이를 두고 이런 차종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내수요는 매우 제한적인 데다 수요가 많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이득이다. 한국지엠도 이를 잘 알기에 그동안 본사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생산공장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미래차만 바라보기보다 세계적으로 ‘팔릴 만한’ 차종을 만들 수 있도록 본사의 관심을 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쉐보레 말리부를 생산해온 미국 캔자스 주 공장이 좋은 본보기다. 이곳에서는 최근 3000억원을 투자해 앞으로 캐딜락 XT4를 생산한다. 본사의 판단에 따라 국내공장에서도 이처럼 캐딜락을 생산할 수도 있다.
CT6. /사진=캐딜락 제공
CT6. /사진=캐딜락 제공

◆캐딜락 활용해라

GM의 럭셔리브랜드 캐딜락은 국내시장에서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몇년 새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GM본사에서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캐딜락과 쉐보레는 렉서스와 토요타, 인피니티와 닛산 같은 관계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캐딜락을 수입·판매하는 ‘지엠코리아’라는 별도 법인과 한지붕 두가족을 이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앞으로 10년 생존을 넘어 진정한 ‘GM패밀리’로 거듭나려면 캐딜락 브랜드 활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판매와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국내시장에서의 성과도 더욱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

이에 한국지엠 관계자는 “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국내소비자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자동차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건 몰락의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얻은 셈”이라며 “결국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숫자가 얼마나 만족스럽냐가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GM 본사에서 한국지엠에 약 3조원을 더 빌려준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회생의 불씨를 꺼뜨려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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