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실태보고서] ②차가운 시선들 "불쌍하지 않아요"

 
  • 머니S 강산 기자|조회수 : 3,547|입력 : 2018.05.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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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지난해 노숙인과 노숙위기계층 1045명에게 2~6개월의 월세를 지원했다. 이 중 861명(82.4%)은 주거지원 종료 이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생활비 등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역 일대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 거리노숙인은 15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밖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이들과 관련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노숙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지난 20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하는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강산 기자
지난 20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하는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강산 기자

"불쌍하지 않아요. 게으르잖아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청역에서 만난 직장인 A씨(27)는 '노숙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종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을지로입구 근처에 볼 일이 자주 있는 편인데 노숙인이 많은 곳을 지나다닐 때 무섭다"며 "술에 취해있고 나에게 욕하는 노숙인도 있는데 너무 싫다"고 말했다.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1년간 서울역 인근 보안업체 직원으로 활동한 직원 B씨(50)는 "서울시의 노력과 관심으로 노숙인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주변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때가 있어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심하게 소란스럽거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에는 노숙인에게 주의를 준다"고 설명했다.

볼 일이 있어 서울역에 왔다는 C씨는(31) "확실히 지방보다 서울에 노숙인이 많은 것 같다"며 "노숙인과 관련한 부정적인 뉴스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노숙인을) 피하게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모습이 게을러 보인다"고 말했다.

◆편견과 무관심… 폭행 당하기도 

시청역 노숙인의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지난 20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하는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강산 기자

지하철 통행로 주변을 걷는 시민들은 노숙인을 피해서 이동했다. 기자가 만난 10여명의 시민은 모두 노숙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노숙인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게으르다"고 답했다.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노숙하는 것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술에 취해있거나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노숙인이 무섭다는 사람도 많았다. 시민들의 두려움 때문인지 노숙인이 사회와 단절돼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숙인을 폭행하는 사람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노숙인, 쪽방주민 중 표본으로 추출된 203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구타·가혹행위를 당한 인원이 전체의 8.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명의도용·사기(6.0%), 금품갈취(5.3%), 성추행 등(2.0%)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타·가혹행위와 성추행은 여성노숙인이 많이 당하는반면 명의도용·사기 및 금품갈취는 남성노숙인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 질병 앓아… 51.9%는 '우울증'

서울역 지하의 노숙인. /사진=강산 기자
지난 20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하는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강산 기자

노숙인 대부분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의 ‘우울증 평가도구(CES-D 11문항)’ 조사결과 우울증(16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응답자는 전체의 51.9%였다. 유형별로는 거리 노숙인 69.0%, 시설 노숙인 27.7%, 쪽방주민 82.6%로 나타났다. 

특히 거리와 쪽방에서 지내는 노숙인의 우울증 유병률이 70~80%로 드러났는데 환경적 요인에 대한 평가와 개입, 의학적 접근 등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질환 종류별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성질환(36.1%), 치아질환·잇몸질환·치아결손 등 치과질환(29.5%), 조현병·우울증·알코올중독·약물중독 등 정신질환(28.6%)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등록 여부는 29.5%만이 등록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1~3급 비율이 76.2%로 나타났다. 몸이 아플 때 ‘노숙인시설이나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에 불과했다. 거리노숙인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31.0%로 조사됐다.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파출소의 모습. /사진=강산 기자
지난 20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사용하는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강산 기자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노숙인이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노숙인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인 만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1월부터 노숙인 사역을 진행한 손은식 목사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의 무관심은 곧 제도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며 "아무리 정부 차원의 제도가 많아도 이를 알려주고 말해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숙인을 게으르다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불편한 장애인, 대한민국의 소중한 국민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산
강산 kangsan@mt.co.kr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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