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건설업계는 왜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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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정부가 최근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붙였다. 올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부문 2개 단지(시흥장현, 춘천우두)와 함께 화성동탄2 등 4개 택지에서 민간부문의 후분양제가 일부 도입된다. 정부는 이곳에서 후분양제 공급을 우선 추진하고 2022년까지 공공물량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후분양제 도입 취지는 간명하다. 선분양제에서 반복되는 하자문제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개선과 분양권 전매 등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 의지와 달리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한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선분양제에 따라 청약자의 중도금으로 시공비용을 조달해 왔다. 지금 당장 후분양제로 전환할 경우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건설업계의 낯빛을 어둡게 한다.

후분양제 전환으로 건설사에 자금 압박이 가해지면 대출 조달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초래해 결국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게 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여전히 새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후분양제가 과연 무사히 도입될 수 있을까.

◆정부- 후분양제 순차적 도입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장기 주거종합계획에는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이 담겼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주택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활성화한다. 후분양 시점은 공정률 60%가 기준이다.

공정률 60% 이상에서 진행되는 후분양의 경우는 기관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2022년 성과평가 후 공정률 상향이 검토된다.

공공부문의 경우 LH가 올 하반기 착공물량 중 2개 단지(시흥장현, 춘천우두)를 내년 후분양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연내 약 1400가구를 후분양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공급되는 ▲화성동탄2 A-62 ▲평택고덕 Abc46 ▲파주운정3 A13 ▲아산탕정 2-A3 등 4개 공공택지도 민간 건설사의 후분양 공급에 활용될 방침이다.

정부가 아파트를 60% 이상 지어 놓고 시장에 파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는 배경은 최근 하자·부실시공 논란 등이 계속돼서다. LH·SH 등이 지은 공공아파트뿐만 아니라 민간건설사가 지은 일반 아파트와 임대아파트까지 건설업계 전반에는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는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하자·부실시공이 줄고 수요자 선택폭이 넓어지는 순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되팔며 시장 질서를 흐리는 투기세력도 잠재울 것으로 전망한다.

◆중소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

정부 의지와 달리 건설업계는 후분양제 도입을 경계한다. 아파트를 60% 이상 지을 때까지 들어갈 시공비 조달에 따른 자금 압박이 우려되는 데다 이 경우 자연스레 분양가 상승을 부추겨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더 침해한다는 논리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의 아파트 실내외 모형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주고 청약을 받는 선분양제를 실시한다. 건설사는 계약시 소비자가 내는 계약금과 완공까지 여섯번에 걸쳐 나눠 내는 중도금으로 아파트 시공비를 충당한다.

분양가 책정에 따른 원활한 자재수급, 준공 기한에 맞게 순차적으로 입금되는 중도금을 통해 자금 압박 없이 시공에 나서는 게 현재 모습.

반면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일정 시점까지 모든 비용을 건설사가 충당해야 해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형건설사도 곡소리를 내지만 중소건설사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건설사는 아예 설자리를 잃는다”며 “가뜩이나 서울과 지방의 분양 양극화가 심한데 후분양제를 하면 지방 중소건설사는 아파트 지을 돈도 없겠지만 설령 완공한다 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후분양제가 더 비싸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억원 들여서 2~3층짜리 단독주택 짓는 비교적 수월한 사업이 아니라 수백~수천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매머드급 사업인 만큼 건설업계 전반에 도입하는 데는 금전적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부문 주택 후분양제가 의무화되면 건설사가 추가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연간 35조4000억~47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분양가는 3.0~7.8%까지 오른다.

이남수 신한은행 PWM 도곡센터 PB팀장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100% 완공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완공 뒤 아파트를 사면 선분양으로 샀을 때보다 분양가가 더 올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냥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도 비슷한 입장. 그는 “정부가 제시한 공정률 60% 시점은 건물 골조만 완성된 상태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 보장에 부합하는 내부 하자·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짚어낼 수 없고 80~90% 지어 놓고 분양해도 마찬가지”라며 “공공부문에 100% 후분양을 도입한다 해도 민간부문 후분양제 도입은 확실한 자금마련 지원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소비자 선택권 보장은 고사하고 건설업계 위기만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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