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5개월 영아 '박테리아 원내 오염'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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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이대목동병원을 찾은 생후 5개월 영아가 ‘원내 오염’으로 박테리아(세균) 감염 진단을 받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병원 측의 특별한 조치 없이 하루 간격으로 두차례 혈액 검사를 진행했는데 1차에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양성, 2차에선 음성이 나온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원내 오염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영아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도 “검사 결과지만 보면 원내 오염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병원 측이 말을 바꾸며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전경. /사진=뉴스1DB
이대목동병원 전경. /사진=뉴스1DB
◆하루 만에 뒤바뀐 검사 결과

<머니S>가 입수한 생후 5개월 영아 A양의 ‘의무기록 사본’과 부모의 말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13일 고열 등의 감기 증상으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혈액 채취 후 귀가했고 다음날 오전 병원 측으로부터 “아기 혈액에서 위험한 균(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나왔으니 빨리 응급실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즉시 병원을 찾았다.

입원에 앞서 2차 혈액 채취를 한 A양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이틀 뒤 나온 2차 검사 결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없는 것(음성)으로 나와 17일 퇴원했다. 하루 간격으로 이뤄진 1·2차 혈액 채취 사이에는 항생제 등 특별한 처방이 없었던 만큼 A양의 부모는 처음부터 아이가 해당 균에 감염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1차 검사 과정에서 원내 오염으로 잘못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 것이다. A양의 부모는 같은 달 19일 주치의 김모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관련 문제를 제기했고 양천구보건소에 신고도 했다.

당시 김 교수는 “흔하지 않은 병원성 감염균으로 아이가 고생했다. 병원성 감염이나 오염을 의심하고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니 채혈 등 검사 과정은 이상이 있을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며 “사실 설명이 안되는데 (결론적으로) 필요 없는 항생제를 아이가 맞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재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항생제를 안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처음부터 아이 몸 속에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사례가 우리 병원에 많지도 않고 균이 나온 것 자체를 사실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시네토박터 바오마니균은 폐렴·혈류감염·창상감염을 유발하며 감염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일반적인 감염 경로는 사람간 접촉, 오염된 표면 또는 환경에 노출될 경우다. 카바페넴계·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플로로퀴놀론계 항생제 등에 모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아시네토바우마니균(Multidrug-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이하 MRAB)은 건강한 사람은 감염 위험이 매우 적은 반면 면역저하자, 만성 폐질환자, 당뇨병 환자는 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인공 호흡기구 착용자, 장기간 입원 환자가 감염 위험성이 높다.

A양의 1차 혈액 검사에서 나온 아시네토박터 바오마니균은 항생제 감수성 결과 Amikacin·Cefepime 등 ‘S’(Susceptible, 효과 있음)가 12개, Cefotaxime·Ceftazidime 등 ‘I’(Intermediated susceptible, 써볼 수 있는)가 2개로 ‘R’(Resistant, 내성 있음)이 없는 균이었다. 즉 대학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는 대부분 통한다는 의미다.

MRAB가 아닌 아시네토박터 바오마니균은 역학조사 대상이 아니다. 양천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검출됐지만 감염증이 3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MRAB가 아니라 역학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병원 측에선 MRAB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복합돼 나온 균이며 자체 조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답을 해와 이후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원내 오염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규정된 내용에 따른 조사만 진행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병원 측은 취재에 들어가자 말을 바꾸며 사안을 진실공방으로 몰아가는 듯한 답을 내놨다.

이대목동병원 홍보 담당자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은 피부에 존재하는 균이 아니어서 채혈 과정 등 검사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원래부터 A양은 감염된 상태였다”며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고도 자연적으로 하루 만에 균이 사라지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우리 병원에 와서 균이 없어졌으면 다행 아니냐. 왜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이 A양의 1차 혈액을 채취한 주사실.
©이대목동병원이 A양의 1차 혈액을 채취한 주사실.
◆원내 오염 가능성 배제 못해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피부에 존재하는 균이 아니어서 원내 오염 가능성이 없다고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박현정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연구관은 “피부에 살지 않는 균이라고 원내 오염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니다”며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관리가 잘 안되면 평소와 다른 경로를 통해 외부환경에 존재하는 균이 원내 오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AB가 아닌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은 지역사회 감염·병원 감염 등 어디서나 감염이 가능하다”면서도 “혈액배양을 위한 채혈 과정의 문제(원내 오염) 등으로 가끔 양·음성이 엇갈리게 나오기도 한다. 특히 영아의 경우 채혈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원내 오염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고 다각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자연적 치유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 상태를 직접 본 것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일시적 균혈증으로 균이 잠시 생겼다가 아이가 이겨내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흔하지는 않지만 1차 검사에서 원내 오염 등을 이유로 양성이 나왔다가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당초 설명만 잘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조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생후 5개월 된 아이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에 감염됐는데 항생제 투여 등 별다른 조치 없이 하루 만에 완치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처음부터 피를 뽑는 과정이나 검사 과정에서 검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에는 워낙 다양한 균이 존재하고 오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병원 측의 처치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생후 5개월된 아이가 열이 나면 균혈증을 생각해야 하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에 감염됐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입원 치료를 하는 게 맞다. 다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에선 지난해 12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결과 주사제 준비단계의 지질영양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 7명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들은 ‘입증 불가’를 이유로 내세우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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