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홀릭] "넌 게임하니? 난 눈으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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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PC방 열풍이 불었다. 전국에 퍼진 PC방 문화가 지역대회로, 전국대회로 발전하면서 e스포츠가 탄생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등에 업은 e스포츠는 게임의 형태를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발전시켰다.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 10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사건은 당시 e스포츠 열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13년이 흐른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수천만명의 팬들이 게임 경기를 시청한다. 머니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e스포츠의 세계를 파헤쳤다.<편집자주>


[e스포츠 홀릭] ① e스포츠, 마약에서 스포츠로… 시장규모 8000억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 경기를 보기 위해 구름 같이 몰려든 관중들./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 경기를 보기 위해 구름 같이 몰려든 관중들./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지난 4월 게임업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것. ‘게임은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은 순간이었다. 올림픽 정식종목까지 갈 길이 멀지만 한국 PC방 문화에서 시작한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김철학 한국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대행은 “여전히 e스포츠가 스포츠에 포함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존재하고 의견 또한 팽팽하다”며 “다만, 현재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이고 이런 움직임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은 과거 게임산업과 e스포츠의 최강국임에도 게임을 ‘마약’처럼 여기는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 때문에 추진력을 잃기도 했다. 사실 e스포츠를 단순히 ‘오락’으로 치부하기에는 위상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판 커진 ‘e스포츠 산업’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는 총 6억9600만달러(약 800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의 4억9300만달러(약 5700억원) 대비 41.3% 늘어난 규모다. 측정요소에 따라 예측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간 e스포츠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기관 NEWZO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는 앞으로 연평균 35.6%씩 고속 성장해, 2020년에는 12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e스포츠시장으로 손을 뻗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비롯해 코카콜라,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형 글로벌기업들이 e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명문 스포츠클럽인 발렌시아, 샬케04, 페네르바체 등 다수의 구단들도 리그오브레전드(롤) 팀을 인수하거나 신규 창단하며 e스포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국내의 경우 e스포츠 산업규모는 2016년 기준 830억원이다.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 생산유발효과가 163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33억원으로 분석됐다. 특히 광고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규모는 축구, 야구에 이어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한국은 시장규모와 투자면에서 중국, 북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7 롤드컵 우승팀 삼성갤럭시.(현 gen.g)./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2017 롤드컵 우승팀 삼성갤럭시.(현 gen.g)./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특히 중국의 기세가 위협적이다. 중국은 세계시장 곳곳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이어 나가며 ‘글로벌 게임왕국’ 건설에 몰두하고 있다. 또 e스포츠팀들에게 오프라인 홈 경기장을 지어주는 등 e스포츠 경기장의 상업적 가치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국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한국은 자연스레 뒤처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게임기업들이 한국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이 e스포츠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한국의 e스포츠시장은 라이엇게임즈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큰 나라가 당연히 존재하지만 한국이 e스포츠업계에서 갖는 위상은 독보적이다”며 “한국이 ‘e스포츠의 메카’라고 불리는 데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을 ‘미래를 보는 수정구’라고 표현할 정도다”고 평가했다. 

김철학 사무총장대행도 "한국의 e스포츠에 대한 투자규모는 중국, 북미에 크게 뒤처진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국내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강점이다. 이를 계속 유지하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는’ 게임 넘어 ‘보는’ 게임으로

2014년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사진=뉴스1
2014년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사진=뉴스1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팀인 '삼성 갤럭시'와 'SKT T1'이 맞붙어 코리아 매치가 펼쳐졌다. 전세계 곳곳에서 5700만명의 팬들이 10명의 한국선수가 펼치는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2015년 3600만명, 2016년 4300만명이던 시청자 수는 해를 갈수록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게임대회 혹은 리그에서 출발한 e스포츠는 게임대회를 온라인으로 중계, 관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설문조사 자료./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설문조사 자료./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일반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응답한 비율이 45.1%였다. 이 중 '게임을 직접 즐긴다‘고 답한 사람은 54.5%에 불과했다. 또 75.1%는 e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게임을 시청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관람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에서도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라는 리그가 열리고 있다. 국내 리그의 수준이 높아 해외에서도 이를 중계해준다. 이 리그를 시청하는 평균 동시인원은 국내 약 12만명, 해외 약 68만명이다. 이는 정규리그에 해당하는 수치이고 포스트시즌이나 결승전처럼 경기의 중요도가 올라갈 경우 시청자는 전세계적으로 125만명까지 늘어난다. 

매치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네이버TV 온라인 생중계 동시접속자 기준으로 야구보다 LCK 시청자수가 더 많은 경우도 종종 발생할 정도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관람하는 사람이 꾸준하다는 것은 롤 e스포츠가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야구나 농구, 축구와 같은 전통 스포츠 역시 직접 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종목이 되면 응원하는 팀과 선수가 생기고 시간을 내서 챙겨보는 것처럼 롤이나 여타 e스포츠 종목 역시 이와 비슷하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e스포츠 관람객 수는 3억8000만명이며 열혈관람객은 1억70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 74억명의 2.3%에 해당한다.
  
게임회사 넥슨이 피파온라인4 챔피언십 2018 프리시즌 개막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넥슨
게임회사 넥슨이 피파온라인4 챔피언십 2018 프리시즌 개막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넥슨

과거 비주류, ‘철없는 자들의 취미’로만 평가되던 e스포츠는 자연스레 주류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라는 비주류를 주류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에서 우뚝 설지, 판만 만들고 빠질지는 대중의 관심과 정부·기업의 지원에 달려있다.

김 사무총장대행은 “이미 e스포츠는 젊은 세대들의 주류문화이며 디지털세대에겐 가장 자연스러운 여가문화다. 기성세대가 이를 얼마나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e스포츠 발전의) 관건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심혁주
심혁주 simhj0930@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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